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모(30)씨는 여름을 앞두고 모기 퇴치제 등 방충제를 잔뜩 구매했지만, 최근 거의 쓸 일이 없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모기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고기온이 32~35도였던 7월 14~17일 시내 50곳에 설치된 모기 측정기에서 채집된 모기는 8809마리였다. 하루 평균 2200여 마리로 지난해 7월 하루 평균 모기 수 3200여 마리보다 30% 넘게 감소했다. 6월 한 달간 서울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총 8만3574마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10% 감소했다. 7월 본격적인 무더위가 닥치면서 모기 수가 더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모기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로 고온을 꼽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 평균기온이나 최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모기 번식이 활발해져 1주일 후 모기 숫자가 27%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32도를 넘으면 모기 수는 감소한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폭염이 지속하면 모기가 힘을 잃고 활동이 둔해진다”며 “모기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명도 짧아진다”고 말했다. 모기 활동 적정 온도는 27도 안팎이라고 한다.

올해 짧은 장마와 국지성 폭우도 모기에겐 악조건이었다. 우선 비가 오는 날이 적어 물웅덩이 등 모기가 알을 낳을 장소가 줄었다. 이번 장마 기간 강수량이 평년의 40%에 그치기는 했지만 비가 한 번 올 때 폭우가 쏟아지면서 알과 유충이 상당수 쓸려 내려갔다. 이동규 교수는 “비가 적게 오면 산란처 자체가 줄어들고 폭우가 오면 모기의 산란 활동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유충도 많이 유실된다”며 “비가 조금씩 자주 내려야 모기가 많이 생길 수 있는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가을 모기와 겨울 모기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가면 가을이나 겨울에도 모기가 죽지 않고 돌아다니고 추위에 약한 이집트숲모기 등 바이러스를 옮기는 외래종이 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