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2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한은형(소설가) 위원은 의견을 따로 보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준경·위성락·박상욱 위원, 조순형 위원장, 김성철·금현섭·홍승기 위원. /이태경 기자

[국민 피살]

-지난달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행적과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한국행 관련 기사는 사건 발생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도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지난 한 달간 매일 주요 뉴스로 보도되었지만 매일 기사 내용이 바뀌니까 전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에 떠도는 SNS를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북한과 관련된 기사는 조금 톤다운하거나 호흡을 길게 잡아 독자들이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신뢰를 잃지 않는다.

-<NSC 점점 외면하는 文대통령>(9월 26일 A4면) 기사는 취임 첫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9차례나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이 점점 NSC를 외면하는 것을 잘 지적했다. 하지만 헌법 제91조 2항에 ‘NSC는 대통령이 주재한다’고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아 아쉬웠다. 특히 국민 안전 문제와 관련된 이번 공무원 피살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시급성에 비춰 상임위 회의에 위임하지 말고 당연히 대통령이 NSC를 주재해야 한다고 비판했어야 했다.

[집회 금지]

-개천절과 한글날 집회에 대한 정부 대응이 정파적 편향성으로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외국 사례와 비교해 국민 기본권 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10월 9일 베를린에서 열린 정부 방역 대책에 대한 대규모 집회는 독일 정부가 헌법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독일 정부는 집회 시위 자유를 보장하되 군중에게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요구하고 위반자에게 연행 또는 즉석 벌금 부과를 통해 ‘방역(防疫)’과 ‘기본권 보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두었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시위도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거나 비난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이런 사례와 비교해 원천 봉쇄 방안이 내포하는 기본권 유린 측면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외신기자 “이런 건 평양서도 못본 장면… 말 그대로 미쳤다”>(10월 10일 A5면)는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어느 외신기자가 이렇게 기사를 썼을까 살펴보았더니 기사가 아니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이었다. 제목을 이렇게 뽑으면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이다. 기자는 자기 소셜미디어에 어떤 표현도 사용할 수 있지만, 외신기자의 멘트라고 했을 때 독자는 그 기자가 기사로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옵티머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자산운용사들의 사기는 진입 규제의 무분별한 완화에 따라 부적격 사모펀드사가 대거 진입하고, 금융위·금감원 등이 금융 사기를 인지하고도 적적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올 초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한 것은 증권 금융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비합리적인 정책 결정이었다. 특히 증권 범죄는 개미 투자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경향이 있다. 조선일보는 실추된 자본시장의 신뢰를 복원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권력형 금융 사기 범죄에 대한 일벌백계와 엄정 수사를 위한 독립적인 금융 전문 특수 수사기구 도입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 12일 자 A1면 <"靑행정관, 옵티머스 지분 숨기고 민정실 근무 "검찰, ‘차명 전환’ 진술 확보하고도 수사 뭉개> 기사를 쓰고 A5면 전체를 옵티머스 기사로 채웠다. 그런데 사안도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많은 옵티머스 사태의 백그라운드 설명이 없어 기사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매일 신문을 읽으면 뉴스를 따라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은 가라앉았던 뉴스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쫓아가기 버겁다. 며칠 만에 신문을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한다.

[전기차]

-<'바퀴 달린 아이폰' 혁명을 꿈꾸다>(9월 14일 B1면)와 같은 날 B4·5면에 테슬라를 집중 해부하면서 이 회사의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는데, 과도한 기대·포장은 경계해야 한다. 테슬라의 기술적 우위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전문가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는 얼마든지 규모를 금방 키울 수 있지만, 자동차는 한 대 한 대 만들어야 하는 복잡한 상품이다. 연산 30만대가 안되는 테슬라가 연산 2000만대를 목표로 한다고 했을 때 과장 가능성을 지적하고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빅히트 공모 1주일 전, 증권사 잔고 사상 최대>(9월 29일 B6면) 기사에서 보듯 공모주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예상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 유동성 및 젊은 층의 주식 계좌 수 증가 요인과 함께 바이오·엔터테인먼트·게임 등의 업종별 성장 가능성, 플랫폼을 통한 시장 확장성 등을 분석해야 한다. 또 비(非)상장 기업은 기업 분석 리포트가 없어 이른바 ‘작전’ 등 부작용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도 지적해야 한다.

-<구글, 모든 앱 콘텐츠에 30% 수수료 강행>(9월 30일 A14면) 등의 기사를 보면 ‘구글이나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이 통행세를 받고 갑질을 한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비판하고 있다. 구글의 갑질을 비판하려면 혜택도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게임 등을 수출할 때 외국 회사로 출장을 가는 대신 앱스토어에 올리면 된다. 이는 통행세가 아니라 유통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받는 혜택보다 과도한 경우 비판해야 한다. 외국 업체에 수수료를 내지 않으려면 경쟁력 있는 국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압박·규제하는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

-<새벽 1시 강남 스시집서 40만원 업무추진카드 마구 긁은 선관위>(10월 12일 A8면)는 의원실에서 나온 국감 보도자료를 그대로 썼다. 국회의원실 보도자료를 기사화할 때 비판받는 이들의 반론을 실어야 하는거 아닌가. 고려대 교수들이 법인카드를 함부로 썼다는 <고대 교수, 강남 유흥업소서 법카 6693만원>(9월 25일 A12면)도 교육부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했지만, 교수들의 반론을 받지 않았다. 이럴 경우 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美 대선]

-미 대선 보도에서 대통령 선거와 같이 치르는 상원 선거도 주목해야 한다. 상원 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새 대통령의 정책을 얼마만큼 추진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지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지속하는 복잡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또 미·중 갈등이나 대(對)한반도 정책뿐 아니라 트럼프·바이든이 구상하고 있는 IT·테크 산업, 기후 변화, 교육 등 향후 정책에 관한 큰 그림을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나훈아 콘서트는 공연 자체보다 그가 공연장에서 한 정치적 코멘트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기삿거리가 됐다. 하지만 가수는 기본적으로 노래와 공연으로 얘기해야지 정치로 소환하는 것은 의아하다. 공연 진행상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눈에 띄었는데, 비판적인 공연 리뷰는 찾아볼 수 없고 정치화로 기우는 보도가 조금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