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9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위원이 참석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은 의견을 따로 보냈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성철·한은형 위원, 조순형 위원장, 김준경·위성락·박상욱·김태수 위원. /남강호 기자

[검찰 갈등]

-법치(法治) 실현의 주역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갈등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검찰 위상에 관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근대 법치 국가의 검찰 제도, 검찰의 법적 지위, 형사 사법 체계 내 검찰의 권한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의 범죄 수사는 본질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과정이다. 검찰이 ‘준(準)사법기관’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는 공익(公益)의 대표자이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中立)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관련 보도에서 이런 점을 강조해야 한다.

-<연예인 극단 선택에... 정부 “내년 6월부터 예방 프로그램 실시”>(11월 4일 사회면) 기사는 정부가 연예계 대상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내년 6월부터 실시한다고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쳐 아쉽다. 요즘 젊은이들이 삶을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 관련 상담 센터를 찾는 학생들로 대학도 골치다. 흔히 젊은이 일자리를 걱정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굉장히 심각한 우울증·자살 문제가 있다. 심층 기획을 통해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세태를 다루어야 한다.

-<보행자 옆으로 ‘휙휙’... 도심 흉기·흉물된 공유 킥보드>(10월 14일 사회면)는 공유 킥보드를 보행자 권리와 행인 안전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 신선했다. 이전에는 주로 산업적인 관점에서 킥보드 관련 규제를 많이 다루었다. 기사에 킥보드 사고를 소개했는데, 킥보드의 최고 속도는 얼마나 되고, 그 속도로 달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등을 소개해 경각심을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美 대선]

-미 대선 이후 대선 불복·소송전 등으로 벌어질 전대미문의 사건들이 미국 민주주의에 미칠 파괴적 영향이란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특히 ‘트럼피즘(Trumphism)’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 기반을 라티노 등 다양한 인종과 노동 계층으로 확대하는 혁명적 변화를 통해 공화당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7100만표를 얻었다. 트럼프 주변에서 벌써 2024년 대선을 거론하고 민주당 정권의 앞날이 밝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민주주의 위기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봉합되기보다 악화된 형태로 재연되고,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지도적 위상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민주주의·외교 위기를 현재진행형이라는 냉정한 관점에서 탐사 기획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

-<펀드까지 만들어 소송戰... 최악의 경우 대통령 취임 제때 못할 수도>(11월 6일 A4면) 기사의 제목은 당시 미국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몇몇 주(州)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기각되고 개표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 제목이 뉴스가 되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개표가 중단되어야 한다. 상황 판단에 착오가 있는 제목이다.

-<빗나간 여론조사... 숨어있는 샤이 트럼프 또 못봤다>(11월 5일 A4면 )에서 여론조사 무용론을 언급했지만 성급한 결론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가 많아 이에 따른 개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표가 결정적인 시점에 이르기까지 여론조사가 빗나갔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사에서 ‘샤이 트럼프’를 언급했는데, 조사 응답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속내를 숨긴 이유와 정도를 파악해 보완 설명해야 균형 잡힌 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건희]

-이건의 삼성그룹 회장의 부고 기사가 여러 날에 걸쳐 실렸다. 하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내용을 모았을 뿐 심층적인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이 회장의 공과(功過)를 같이 조명하면서 삼성의 의미, 한국 경제의 의미 등을 돌아보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화두를 던져야 했다. 거인(巨人)을 보내는 부고 기사는 일종의 ‘역사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를 짚어주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 한 시대를 정리하는 부고 기사가 아쉬웠다.

-<"침체된 울산 최악 순간 지나가, 車조선, 미래산업 진화시킬 것"(10월 21일 A10면)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인터뷰 기사다. 이 사건과 관련, 송 시장의 주장을 들어주고 일방적인 방어 기회만 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터뷰 배경이 어떻든 송 시장의 경우 적어도 시장 임기 동안 인터뷰를 자제해야 한다.

[탈원전]

-요즘 정부 정책을 보면 법적 토대 없이 추진하는 것들이 있다. 원자력 정책은 건국 초기부터 확고한 법적 토대(원자력진흥법) 위에서 출발해 역대 정권의 이념(理念) 성향과 관련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 왔다. 법률에 근거해 추진하는 원자력 정책을 수정·변경·폐기하려면 당연히 관련 법률 개정·폐기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탈원전 정책 관련 보도 때 ‘법치 행정’이 아니라는 측면을 부각시켜야 한다.

-<반성 없는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해 정부가 감독할 듯>(11월 3일 자 B3면)은 최근 전·현직 직원이 펀드사태 비리에 연루된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금융 감독 체계의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재부가 예산·인사를 통제해 부패 적발·예방에 한계가 있고, 특히 정부·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많다. 금감원은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감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금융위로부터 분리해 한국은행 수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전망]

-<美대선 불확실성 걷힌다. 아시아 증시 일제히 상승>(11월 4일 B1면), <바이든이 당선되면 닥쳐 올 경제쇼크>(10월 28일 A37면) 기사는 미 대선 이후 주식시장 및 경제 전망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든 당선이 확정되면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돈을 많이 풀겠지만, 그의 친(親)환경 정책은 기업 증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돈을 많이 번 테크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 등 세금폭탄으로 이어질 경우 미 테크기업의 주가폭락 가능성도 있다. 정권 교체 등 큰 정책 변화가 일어날 때는 과도기 쇼크가 불가피한 만큼 경제·주가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노벨상을 꿈꾸는 젊은 과학자>(10월 14~25일) 시리즈는 과학 기사로는 보기 드문 장기 기획으로, 충실히 준비해 노벨상 시즌에 맞춰서 시의적절하게 내보냈다. 대가급이 아니라 40대 젊은 과학자를 조명한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시리즈 제목 ‘노벨상을 꿈꾸는’이란 문구는 아직도 노벨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 구태의연한 인상을 준다. 여성 과학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기자 칼럼 <과학계 BTS 그 희망을 봤다>에서 기성 과학자들이 ‘돈·출세에 관심 없이 연구가 너무 좋다’는 얘기를 하는데,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다. 연구에만 몰두하고 희생만 해야 한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리=김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