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최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은 최근 비대면 화상회의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과 부동산 과세 등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모습. /박상훈 기자

[백신]

-<백신 2차 접종했으면, 해외여행 갔다와도 자가격리 면제>(4월 29일 자 사회면)는 앞으로 ‘코로나 디바이드’로 인해 발생할 사회 갈등에 대한 고민과 연관되는 내용이다. 미국의 일부 도시들이 공짜로 백신 접종을 해준다고 하자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고 오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장 ‘백신 접종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생길 판이다. 국가의 공중보건이 실패했으니 사비를 들여 백신을 맞는 것을 반(反)사회적 행위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이런 ‘백신 각자도생’ 상황에서 발생할 사회 분열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 방역 조치를 완화해주는 법안이 통과되자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백신을 맞은 시민과 맞지 않은 두 종류의 시민이 생기고, 국가 정책이 두 가지 방식으로 적용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사회윤리적 차원의 논쟁이 일고 있다. 우리도 ‘백신 디바이드’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국립의료원 “70%가 백신 맞아도 집단면역 어렵다”>(5월 4일 자 A4면)에서 나온 ‘집단면역’을 더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을 이루겠다”고 공언하지만 집단면역은 일종의 환상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어야 한다.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지만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무증상 감염자’ 비슷하게 된다. 자신은 안 걸리지만 전염력이 있으면 다시 격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정도로 많이 퍼진 코로나의 확진자 ‘0’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확진자를 죄인 취급하는 집단주의적 방역 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어느 시점에서 확진자·사망자가 몇 명 이하로 줄어들 경우 방역 조치를 해제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정부가 집단면역이란 말로 ‘희망 고문’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원격수업의 그늘 중학생 중위권 무너진다>(4월 21일 자 사회면)는 코로나로 교육의 질이 훼손되는 현실을 잘 진단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실제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이들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이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이제 교육이나 생업(生業) 등 정상적인 생활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왔다. 방역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생활 방역’의 지혜를 모색하는 여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文 연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연설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연설과 대비가 됐다. 바이든의 국회 연설 직후 공화당의 한 의원이 반대 연설을 했고, 미 언론은 그 반대 연설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대통령의 메시지만 나왔는데, 야당은 간단한 논평만 했다. 이런 경우 야당은 책임 있는 반대 연설을 하고 언론은 양쪽 연설을 같이 다루면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민주화유공자증을 최초로 반납한 김영환 전 의원·전은주 부부의 공동 인터뷰가 5월 10일자에 크게 실렸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의 이력은 자세히 소개한 반면, 그의 운동권 동지인 아내에 대한 별도 소개는 없다. 이것은 적절하지 않다. 두 사람 사진이 나란히 배치되고 인터뷰도 부부가 1대1 비중으로 같이 응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는데, 김 전 의원 프로필만 실렸기 때문이다.

-<초등 4~6학년생에게 월 2만원씩 주겠다는 대전 대덕구>(4월 27일 자 사회면)를 보고 놀랐다. 초등생 용돈은 부모가 담당하는 교육의 대상이다. 지자체의 소득 보조는 예산 제약하에 이루어지는 만큼 필요성과 정당성이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이런 행태는 인근 지자체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유사한 방식의 보조금 지급 움직임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과 지적이 필요하다.

[민법 개정]

-<비혼 커플, 노년 동거, 위탁 가정까지.. ‘가족’ 형태 다양해진다>(4월 28일 자 A3면)는 민법 개정으로 가족 형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난 변화를 소개했는데, 기사 맨 끝을 보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가족 정책들이 5년 안에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결국 이런 많은 변화가 5년 안에 실현이 어렵다면 기사 앞부분에 나온 얘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왜 5년 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지 본격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한 것 아닌가.

-<사설: 온통 비밀과 불투명, 불공정 공시가 저항 부를 것>(5월 1일 자)은 ‘깜깜이’ 공시가 산정에 대한 국민의 답답함을 잘 지적했다.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사전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산해 통보하고, 국민은 내라는 대로 낸다. 공시가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어떻게 계산했는지도 모른다. 더 답답한 것은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과세 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은 물론, 이런 징벌적 세금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쓰이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공기업]

-<추락하는 공기업, 36개 중 절반이 적자>(5월 3일자 A1·3면)에 정부가 공기업에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겠다며 비(非)경제적 정책을 강요한 것이 방만 경영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부족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평가에서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 배점은 2-->24점으로 대폭 올린 반면, ‘부채 감축 달성도’(2-->0점), ‘성과연봉제’(3-->0점) 등 경영 성과 관련 배점은 0점을 부여한 게 큰 작용을 했다. 또 기사에서 2016~2020년까지 부채가 꾸준히 증가한다고 했지만, 기재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정점에 달한 후 2017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빠뜨렸다.

-4월 16일자 A2면 ‘Chosun Today’에 <의붓아들 성폭행, 처제와 불륜.. 프랑스 지성계의 막장> 기사를 안내했는데, 이곳은 그날 가장 중요한 기사 몇 개를 소개하는 코너다. 어떤 측면에선 재미있는 기사이지만, 황색 저널리즘에 어울릴 법한 내용이 왜 가장 중요한 기사 중 하나로 선정되었는지 의문이다.

[환경]

-<먹는 빨대, 페트병 옷.. MZ세대는 친환경에 지갑을 연다>(5월 10일자 A8면)에서 MZ세대의 요구에 따라 친환경 상품 생산이 기업의 필수 활동이 된 것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런 기사가 예전에는 ‘세상에 이렇게 신기한 일도 있구나’라는 호기심이나 외부자 시선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친환경 가치를 현실로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자세가 느껴진다. 이것이 소수 기자의 생각이 아니라 조선일보 전체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외규장각 의궤, 佛서 날아온 이메일 한 통>(4월 22일자 문화면)을 보면 프랑스에서 해외 약탈 문화재 반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도 이 기회에 프랑스에서 대여 형식으로 받은 외장각 의궤의 소유권을 돌려받는 재협상을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강력히 추진해주길 바란다. 또 프랑스 측 기록에 남아있는 우리의 또 다른 문화재에 대한 반환 요구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