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2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토론을 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위원이 참석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대선 후보]

- <”소주성·탈원전으로 국민 고통.. 내 정치철학은 국민의힘과 같다”>(6월 30일 자 A3면)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이 말한 ‘자유’라는 화두가 무엇인지 정치철학적 분석이 필요한데, 그게 없었다. 윤 전 총장이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한다면, 이전에 쓰이던 자유민주주의와 어느 점이 같고 다른지 기자들이 질문해야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생애 주기에 맞춰서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공정’이라는 얘기도 했는데, 이는 사회민주주의적 어젠다에 가까운 접근이다. 그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물어봐야 했다. 이런 정치철학적 탐구 없이 국민의힘 입당 등 정치공학적 차원으로만 접근해 아쉬웠다.

- 이재명 경기지사가 “친일파와 미 점령군이 대한민국을 수립했다”는 발언으로 역사 논쟁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대선 주자들을 비교·검증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역사관이 어떤지 캐물어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현 방역 체계는 질병관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이원화되어 있다. 방역 기관의 이원화로 인한 국정 혼선과 시행착오로 백신 수급 혼란 및 방역 실패를 초래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방역 대책을 총괄하는 방역기획관이라는 새로운 자리를 청와대에 신설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정부의 구조가 국정 운영의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되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한일 관계]

- 한일 양국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정상회담 성사 여부 및 의제를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고, 정상회담을 둘러싼 양국의 사전 암투로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어떤 악재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양국 간 샅바싸움 내용을 우리 정부 입장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샅바싸움이 미치는 함의와 양국 관계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다루지 않고 있다. 여기서 잘못되면 현 정부 하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양국 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다룰 때는 미래 전망을 포함한 함의까지 분석해야 한다.

- <[萬物相] 日 박물관의 ‘일본인 손기정’>(6월 19일 자)에서 “일본이 올림픽 홈페이지 일본 지도에 독도를 굳이 넣고 손기정을 일본 선수로 전시해 이웃 나라의 상처를 들쑤신다. (중략) 일본의 이런 치졸한 행태를 보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는 부분은 감정 과잉으로 읽힌다. 홈페이지 내 일본 지도는 거의 식별이 되지 않는 ‘점’이다. 외교부는 마땅히 항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우리 언론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도는 우리나라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고 그 소유권이 달라질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이다.

[탄소 제로]

- <탄소 제로 30년 전쟁>(6월 22일~7월 12일 자) 시리즈를 매일 기다리다시피 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성장을 포기하고 무조건 친환경이 좋다는 식의 친환경주의자들의 접근 대신 앞으로 기업들이 돈을 벌려면 친환경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의 어려움과 부작용을 진단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가 단순히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시각을 제공했다. 탄소 제로의 우군인 원전을 다룰 때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대신, 탄소 제로의 도구로서 원전의 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 불식, 신기술 개발 동향을 제시했다. 조선일보가 인적 자산을 풀가동해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기획이었다. 이것이 앞으로 조선일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은 지난 12일 비대면 화상회의에서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비롯, 대선 후보 검증, 코로나 확산 등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일대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 /신현종 기자

- ‘탄소 제로 30년 전쟁’ 시리즈는 시의적절한 내용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후속 기사를 쓸 때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산업의 현 주소와 경쟁력 육성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으면 좋겠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의 취약한 수익 구조와 기존 에너지산업과의 갈등, 금융 차원에서의 지원인 이른바 ‘녹생 금융’, 탄소배출권 시장 등도 다룰 필요가 있다.

[집값 통계]

- <경실련 “文 4년간 아파트 93% 폭등.. 정부 통계 17% 상승은 왜곡”>(6월 24일 자 A3면)은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 통계와 KB국민은행 간 통계가 큰 괴리가 있다고 보도했는데, 왜 이런 격차가 발생했는지 분석하고 정부의 통계 조작 여부를 알아보아야 한다. 부동산원과 KB 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괴리는 유독 서울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5대 광역도시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서울 지역의 두 지수 변동률이 2017년까지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2018년 이후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해 2020년 하반기 현저히 확대되었다. 또 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증가율이 매우 낮게 유지되다가 2017년, 2019년, 2020년 3차례 표본이 보정되면서 껑충 뛰어 KB 통계와 비슷한 수치로 조정됐다. 부동산원의 통계 추계 방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지 감사원 감사 등을 촉구해야 한다.

- <中企 “탈원전발 전기료 인상 땐 바로 적자”>(7월 6일 자 A3면)에서 전기 요금이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 요금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기 요금의 상당 부분이 정책적 고려로 결정되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데, 앞으로 탄소 저감 기조 속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수신료]

- <직원 절반 억대 연봉, 공정성 논란에도 KBS, 수신료 2500원서 3800원으로>(7월 1일 자 A6면)는 KBS의 방만 경영을 잘 보여주었지만, 수신료 인상을 의결한 KBS 이사회 결정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이 부족했다. 핵심은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재원(財源)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절감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소명한 후 수신료 인상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KBS는 이런 내용을 한번도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 <기립 박수 바겐세일? 그들은 왜 일어서나>(6월 18일 자 A20면), <기립 박수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6월 22일 자 오피니언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는 왜 亡作이 많아졌나>(7월 12일 자 A17면) 등은 기자들의 비판적 시각이 돋보였다. 칭찬 일변도인 문화 기사를 보면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다. 창작자들이 새 작품을 발표할 때 주목하는 것도 문화면의 순기능이지만 칭찬이 늘 능사는 아니다. 자신만의 시각과 문제 의식을 가지고 문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