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9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스포츠 기사들이 메인으로 등장해 현장의 다채롭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제목을 뽑을 때 화려한 레토릭을 구사해 주목도를 높였다. 한국 축구가 뉴질랜드에 졌을 때 뽑은 <일어나라,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7월 23일 자 스포츠면)는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게 해주었다. 자메이카 육상 선수의 선전(善戰)을 제목으로 뽑은 <누가 도쿄에 ‘치타’ 풀어놨어?>(8월 2일 자 스포츠면)도 재미있었다.

−도쿄올림픽의 수확 중 하나는 메달 개수로 수량화되는 국가 대항전 대신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역경의 인간 드라마에 집중하며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움을 찾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20~30대 MZ 세대는 탈국가·탈집단주의적 의식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 세대는 서유럽의 탈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빚을 내서 부동산·주식·가상 화폐 투자 열풍을 일으키는 등 물질주의에 가까운 이중적·모순적인 의식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MZ 세대의 성숙하고도 이중적인 의식 세계를 집중 분석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조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단한 리더, 우리 모두 같은 꿈을 꾸게했다>(8월 9일 자 A2면) 등에서 한국 여자 배구팀의 올림픽 4강 도약을 이끈 김연경의 리더십을 부각시켰는데, 너무 감성적으로 흘렀다.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하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 MVP,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 등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지 않아 아쉬웠다.

[코로나]

−<한국 접종완료율 14%에 불과한데.. 文대통령 “백신문제 해결 앞장설 것”>(8월 6일 자 A6면)은 2차 백신 접종 완료율이 14%에 불과한데 접종률 제고가 더딘 상황에서 정부는 추석 전 70%(집단 면역 가능)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여기서 70%가 1차 접종인지 아니면 접종 완료인지 언급이 없다. 두 수치만 비교하면 정부는 70%를 목표로 하는데, 실제로는 14%밖에 안 된다는 차이에 초점을 맞춰 비판하려는 기사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보도 당시 백신 1차 접종률은 40% 내외였다. 확진자·사망자 수, 접종률 등 코로나 관련 정보를 보도할 때는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표는 무엇이고, 어떤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지 정확하게 짚어주어야 한다.

−<코로나 확산될 때마다 文대통령 지지율 올랐다>(7월16일 자 A6면)는 코로나 1~4차 유행기 때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한 것과 관련, 여권 지지층의 결집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는데, 설득력이 약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다. 팬데믹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보이는 K방역의 실적이 부각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K방역의 성공 요인은 2015년 메르스 대응 실패 당시 얻은 학습 효과와 전 국민 건강보험제로 인한 의료비 경감,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시설 등이 작용한 결과인데, 모두 이전 정권에서 이룩한 성과들이다. 조선일보는 K방역 성공에 대한 정권 측 자화자찬의 허상을 지적해야 한다.

[여론조사]

−<여기선 10위, 저기선 2위... 들쭉날쭉 여론조사>(7월 23일 자 A1·3면)는 여론조사 회사나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큰 편차를 보이는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독자로서 궁금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았길래 이런 들쭉날쭉하는 결과가 나오는가이다. 여론조사 회사들의 질문 내용에 무슨 차이가 있고, 이 차이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파헤칠 필요가 있다.

−<악화된 한·일 관계에 소방수로 투입된 ‘백발마녀’>(7월 22일 자 국제면)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백발마녀’라고 했는데,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참모로 활동한 그는 당시 올브라이트가 공화당과 맞설 때 많은 조언을 했다. 그래서 공화당 쪽에서 그를 혐오감 섞인 별명으로 이렇게 불렀다. 인격 모독이 될 수 있는 표현이라서 조심해야 한다.

−<정부 “원전은 7%, 태양광·풍력은 최대 71%>(8월 5일 자 A1면>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공개한 3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향후 두세 달 동안 일반 시민 500명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시민회의’의 숙의 과정을 통해 정부안을 확정하는 것의 문제점은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이렇게 결정된 정부안은 향후 탄소 저감 정책의 기본 계획이 된다. 탄소중립위가 발표한 3가지 시나리오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없는 등 문제가 많지만, 비(非)전문가인 시민들이 두세 달 만에 최종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조급한 절차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특검]

−김경수 경남지사가 관여된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에서 유죄를 이끌어낸 허익범 특검이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12차례 특검이 도입돼 운영되었으나 한두 개를 제외하곤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특검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허익범 특검 사례는 특검 제도가 아직 필요하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특검을 대신하는 최고 수사기관으로 출범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공정성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앞으로 특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

−<인권위원장에 민변 출신, 외교원장에 ‘親이재명’>(8월 6일 자 A4면)은 국가인권위원장 코드 인사 문제를 다루었는데, 이참에 인권위가 과연 필요한 기구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헌법상 기관도 아니고 헌법재판소와 기능이 많이 겹친다. 인권위는 과거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감사를 하고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도 가만있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이라크 파병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행태를 보였다. 인권위가 중요한 역할을 한 시절도 있었지만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니 언론에서 기구 존폐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계 빚]

−<가계빚 4년새 400조 급증... 코인·주식 몰려간 20대 연체 2.6배 늘어>(7월 28일 자 A3면)는 2030의 코인·주식·부동산 빚 투자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부채 문제에 대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금융 완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주가·가상 화폐 하락 시 금융 경색 위험도 분석해야 한다. 특히 30%에 육박하는 자영업자의 대규모 연쇄 도산 가능성과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에 따라 취약해진 기업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억만장자들의 우주관광 전쟁... 브랜슨이 베이조스보다 9일 빨랐다>(7월 13일 자) 등 우주여행 기사가 쏟아졌으나 대부분 외신 기사를 옳겨놓은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 해외 언론은 우주여행이 굉장히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이 주도해도 되는지,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돈을 받고 우주여행을 허가해도 되는지 등의 논란을 많이 다루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우주 산업 현황과 경쟁력, ‘우주청’ 또는 ‘우주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대한 본격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