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8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조 위원장과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한은형(소설가)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대선 공약]

- <”50조 들여 자영업자 피해 전액 보상”>(11월 8일 자 A1면) 인터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자영업자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인터뷰 도중 질문 또는 별도 박스 기사로 정책의 현실성과 적실성, 재정 확보 방안 등을 따져보고 중립적·심층적인 보도를 했어야 했다. 기존의 야당 및 후보의 정책 기조와 여당 정책에 대한 비판과는 어떤 일관성이 있는지도 따져봤어야 한다. 희망과 이성이 증발하기 쉬운 이번 대선에는 정론(正論)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포퓰리즘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이번 대선의 질적 제고를 위해서도 포퓰리즘의 선정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보도 방침을 정할 필요가 있다.

- <위드코로나 먼저 한 해외에선 어떤 일이>(10월 30일 자 A3면)는 위드 코로나로 가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잘 비교했다. 나아가 각국 대응이 어떤 전략적 구상에서 나온 것인지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다. 영국의 경우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는데도 정책을 바꾸지 않은 것은 나름의 전략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3T(검사·추적·치료) 시각으로 다른 나라의 방역 정책을 보았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우리나라 신문은 아직도 ‘확진자’ 위주로 기사를 쓰는데, 세계적 조사 기관들은 ‘사망자’ 중심 통계를 내고 있다. 코로나를 보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 <전북 TV뉴스에 中·베트남어 자막.. 초등학교서 캄보디아어 수업>(11월 1일 자 A2면)은 조만간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 현황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다문화를 ‘공생(共生)’ 대상이 아니라 ‘흡수(吸收)’와 ‘동화(同化)’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의 경우 저숙련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도 해외 유입 인구를 늘려 인구 감소 폭을 줄일 수밖에 없다. 단일 민족, 한국인 중심, 문화의 순수성 등을 강조하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문화를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사가 많아져야 한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은 지난 8일 비대면 화상회의에서 요소수 대란을 비롯, 위드코로나 대응, 대학 평가 등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 안성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서 화물차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장련성 기자

[요소수]

- <요수수 대란, 중국만 쳐다보는 정부>(11월 5일 자 A1면) 등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난리가 났다고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이런 사태가 발생한 원인과 앞으로 전망 및 처리 방안을 냉철하게 분석하지 않아 아쉬웠다. 정부 실정을 부각해 비판하는 데 집중한 느낌이다. 물류 대란으로 택배 차가 멈추면 사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도는 사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요수소 사태는 밸류 체인을 점검하지 않은 안일한 태도에 경종을 울렸다. 단순히 중국이 수출을 막았다는 식이 아니라 이번 사태의 시사점을 심층적으로 짚어보는 기획이 필요하다.

- <고교 과목 개편 추진… 수능서 경제·정치 빠지나>(10월 23일 자 A14면) 기사는 경제 과목이 대입 수능에서 빠질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이는 단순히 수능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과정 개편으로 경제 과목이 수능에서 완전히 배제되면 청소년들의 ‘경제 문맹화’를 초래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개인의 경제 역량을 취약하게 해 생존마저 어렵게 할 것이다. 문맹은 단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경제 문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 불안]

- <달걀 33%, 한우 26% 급등…>(11월 3일 자 A8면), <대출금리 어느새 5%대 급등했는데…>(11월 9일 자 B3면), <”택배차 멈추기 전에… 쌀·생수·기저귀 주문해 두자”>(11월 8일 자 A10면) 등 고물가·금리 급등·요소수 대란 등 가정 경제를 꾸리는 주부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겁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짚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경제 상황을 심층 분석해 어렵고 혼란한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헤쳐나갈 방안이 무엇인지도 궁금해하고 있다.

- <조선업 물 들어왔는데, 일하러 올 사람이 없다>(11월 4일 자 A2면)는 구직과 구인 미스매칭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검토는 부족해 보인다. 기사에 언급된 실업급여·청년수당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조선업 일자리의 급여 수준과 근로 조건, 안정성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요소들을 배제하면 근로자들이 단지 힘든 일을 싫어한다는 인상만 남길 수 있다. 다른 업종보다 힘들다는 조선업 임금이 왜 적은지도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탄소 시장]

- <탄소중립 한다면서… 6200억 배출권 시장 규제투성이>(10월 21일 자 B2면)는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수급 불균형 문제를 잘 지적했지만,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원인 분석은 미흡했다. 근본 원인은 탄소배출권 시장의 규칙 제정 등 주무 부처는 환경부이고, 실재 시장의 집행은 금융위 산하 한국거래소에서 이루어져 시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탄소 중립 강화로 배출권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탄소배출권 시장 육성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 <TV조선 시청점유율 SBS·MBC 제쳤다>(10월 28일 자 A16면) 기사 내용은 우리나라 방송사의 큰 사건인데, TV조선이 조선일보의 관계사라서 오히려 크게 다루지 않은 것 같다. TV조선의 시청점유율이 KBS1·2, CJENM계열(18개 채널)에 이어 3위를 했다는 것은 ‘메이저 빅3′가 됐다는 의미다. 지상파 3사의 카르텔을 깬 것이다. 4년 전만 해도 꼴찌였던 TV조선이 트로트로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보도 프로그램 시청률도 수위를 다투는 것을 방송계 입장에서 제대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젊은 시각]

- <‘서양 명절’ 핼러윈을 왜 즐기냐고?>(11월 5일 자 A27면) 칼럼은 소프트하게 읽히지만 생각할 게 많다.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을 타자화하거나 특정층 문화라고 진단하는 게 이제까지 주류 시각이었다면, 이 글은 다르게 접근했다. 핼러윈에는 우리 명절에 없는 재미가 있는 반면 꼰대는 없고, ‘본캐(본래 캐릭터)’를 벗어나 다른 내가 되는 ‘부캐(부캐릭터)’ 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젊은 기자의 신선한 시각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을 더 많이 보고 싶다.

-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을 인터뷰한 <”70년대에 넷플릭스처럼 통 큰 투자… 日 영화 뛰어넘는 게 목표였다”>(10월 30일 자 B8면)와 영화 제작자 이태원 회장을 조명한 <영화 제작자 이태원>(10월 26일 자 A38면)의 사람 얘기가 좋았다. 김종민 변호사 인터뷰 기사인 <”현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與 재집권 위한 정치수사”>(11월 8일 자 A30면)는 검찰 개혁 한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보여주었다. 안중근 의사의 조카며느리 박태정씨 별세 소식을 전한 부음 기사 <”독립운동, 돈 받으려 한 일 아냐”>(10월 26일 자 A27면)도 따뜻하고 뿌듯한 기사다.

장부승 교수 독자위원 위촉

조선일보사는 지난 8일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학)를 신임 독자권익보호위원으로 위촉했다.

조선일보사는 지난 8일 장부승<사진>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학)를 신임 독자권익보호위원으로 위촉했다. 장 교수는 이날 기존 위원들과 함께 첫 회의를 갖고 2년 활동을 시작했다. 장 교수는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 등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와 랜드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활동한 국제관계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