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지난 14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김태수(변호사),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은 지난 14일 비대면 화상회의에서 대통령 선거를 비롯, 코로나 방역, 한복 논란 등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교차로 횡단보도 앞에 각 정당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박상훈 기자

[대선 혼전]

- <선거공식 뒤집은 ‘3S 대선’>(1월 10일 자 A1·A5면)에서 소셜미디어, 스마일, 쇼츠 등을 이번 대선의 특징으로 들었는데, 이번 대선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투표 결과가 박빙으로 나올 경우 ‘대선 불복’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3김(金) 시대 이후 대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번 대선은 그 정도를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이미 ‘탄핵의 강’을 한 차례 건넜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가동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제의 최대 장점인 정국 운영의 안정성이 사라지게 된다. 최근 후보 단일화 이슈가 막판 대선 정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이런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가지고 대선에 임할 수 있도록 보도하는 것이 정론지의 역할이다.

-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각종 공약에 대한 타당성 조사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가 공약 검증단을 구성해 재정 소요 및 확보 방안에 대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 근로시간 단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등 주요 공약의 장단점과 시행 시 문제점 등을 분석해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 <고대사·김치·한복.. 中 대놓고 ‘문화 공정’>(2월 7일 자 A2면)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한복 논란을 계기로 반중(反中) 정서를 다뤘다. 하지만 이 사안은 사소한 이슈에 대한 오해 내지 몰이해로 인해 정도를 벗어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족에게 한복을 못 입게 했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기사는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하면서도 여론에 편승해 중국 문화공정의 연장선상이라고 규정해 아쉬웠다. 반면 <”중국 경제 대국 됐지만 역사 피해 의식서 못 벗어나...”>(2월 14일 자 A30면)는 양국간 오해를 풀고 이해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터뷰였다.

[종전선언]

-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대선 후보들 입장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 종전선언을 해도 별 의미가 없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려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이 한반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한데, 주변 강국 입장에 대한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 <자가진단키트 곳곳 품절... 정부 “60세 이상 무상지급 검토”>(2월 10일 자 A3면)는 2년 전 ‘마스크 대란’을 겪고도 자가진단키트 품절 사태를 초래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언론도 방역 정책 변동 시 발생하는 혼란상과 문제점,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다뤄 국민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잘 준비해 추진하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그제야 비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쓰레기]

- 사진 기사 <일회용기 쓰레기 코로나 이후 급증>(2월 9일 자 A10면)은 코로나 사태 이후 외식 대신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일회 용기 쓰레기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실상을 잘 보여주었다. 요즘 환경 관련 논의는 대개 저탄소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또 다른 시급한 문제인 일회용품 쓰레기 처리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각종 사회 현상·문제을 보여주는 ‘오늘의 사진’(가칭) 코너를 만들어 정례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소부장 독립선언’ 2년, 일본 의존 더 심해졌다>(2월 5일 자 A1·A3면)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해 심층 분석을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일본 기업들, 한국에 공장 짓고 ‘메이드 인 코리아’로 국적 세탁>(A3면)에서 일본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중 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쟁으로 각국은 첨단 공장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소부장 산업 독립을 선언했는데, 일본과 관계를 끊으면 일본은 다른 나라와 협력을 강화해 결국 우리 손해로 귀결된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 머리를 감기만 해도 흰머리가 검게 물든다고 해서 인기를 끌었던 모다모다 샴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산·판매 금지 처분을 받을 때까지 나온 조선일보 기사에 아쉬운 점이 많다. <’모다모다’ 사용금지, 회사·소비자 와글와글>(1월 27일 자 A13면), <”샴푸 안전성 재검토를”>(1월 28일 자 B2면)은 샴푸 회사 및 개발자 측 주장에 기울어져 있다. 안전 관련 문제는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있을 때, 즉 완전히 안전한 것으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일단 규제한다는 ‘예방 원리’에 따라야 한다. 특정 화학물질의 유해성 논란이 있을 경우 매우 객관적으로 다뤄야 한다.

[高금리]

- <高금리 태풍 오는데, 82%가 변동금리 ‘역선택’>(2월 8일 자 B1면)은 대출 금리 현실을 잘 알려주었는데, 대출자가 향후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변동금리를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면 금융 관련 교육 필요성과 함께 이자 수입을 올리기 위해 은행 측이 고객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금융계 최대 수익 원천이 예대 마진에 기인하고, 이 대출의 상당 부분이 코로나 사태로 고통을 받는 서민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 정의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 <대출이자 뛰고, 밥상물가 치솟고.. 가계부가 운다>(1월 15일자 B6면), <1000원대 커피 사라지나>(1월 27일자 B2면), <칼국수 너마저 만원... 점심시간 김대리, 한숨을 쉰다>(2월 4일 자 B3면) 등은 서민 입장에서 치솟는 물가 문제를 다루었는데, 시의적절한 주제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물가 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재치 있는 제목도 돋보였다. 일상 생활에 밀착된 주제로 호응을 얻는 것은 대선 같은 큰 이슈를 다루는 것 이상으로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저작권]

- <밥 딜런, 저작권 팔아 2400억.. 팝스타 음원 매각 ‘붐’>(1월 26일자 사람들면)에는 저작권, 판권, 음원, 녹음 저작권 등의 용어가 나오는데, 뜻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저작권과 판권을 다른 개념으로 쓰고 있는데, 이들은 같은 용어다. 업계에서는 판권이란 용어를 많이 쓰지만, 판권과 저작권은 정확하게 일치하는 개념이다. 기사에 대중음악평론가를 인용해 ‘우리의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다’고 했는데, 미국 상공회의소가 매년 발표하는 수치에 따르면 저작권 영역에서 한국 순위는 5~7위 수준이다.

- 방송인 허참씨 부음 기사 <25년간 “몇 대 몇” 외친 주말 저녁 터줏대감>(2월 3일 자 피플면)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부음란에는 대개 정치가·예술인·기업인 등을 크게 다루는데, 방송인에게 비중 있는 지면을 할애하고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기사를 구성했다. 허참씨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 부음 기사를 읽고 그가 어떤 사람이고, 국민 생활에서 차지했던 비중도 짐작할 수 있었다. 평소 부음 기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부음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을 돌아보고 나 자신의 삶을 반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