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지난 14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은 지난 14일 비대면 화상회의에서 대선 공약을 비롯, 코로나 방역,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을 하는 모습. /김지호 기자

[대선]

-대선 이후 <새 정부서 이렇게 바뀐다> 시리즈를 통해 경제·사법·에너지·복지노동 공약이 문재인 정부 정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소개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되었으니 공약을 단순 소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현 가능성 차원에서 기술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지,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지, 재원 조달 문제는 없는지 등을 비판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약이 실제 정책화되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이 왜 어떻게 바뀌었는지 짚어보는 기획도 필요하다.

- 대선 결과가 3월 10일 새벽 3시 넘어 나왔는데 아침 6시 조선일보를 받아보니 1면에 <윤석열 대통령.. 5년 만에 정권 교체> 제목으로 당선 확정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렇게 생생하고 따끈따끈한 1면을 만들기 위해 기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얼마나 발 빠르게 뛰었는지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윤석열, 기시다와 통화... “한일 관계 개선 협력, 가능한 빨리 정상회담”>(3월 12일 자 A3면)을 보면 윤석열 당선인이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주한 중국 대사 및 주한 미국 대사 대리를 접견했다는 내용인데, 선진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취임 전까지 우리나라 외교권은 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오랜 외교 관행이지만, 당선인 신분으로 외교 사절을 만나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여가부]

- 대선 공약 중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 선거 전후 보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조선일보 논조를 보면 선거 기간 중에는 정치공학·선거공학 측면이나 양비론 또는 양시론으로 접근했다. 이제 공약을 정책화하는 단계에서는 이 공약이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실패했고, 젊은 여성들이 겪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포용하지 못해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괴리가 있다. 이 논란 때문에 다른 중요 공약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경고해야 한다.

-여가부 폐지 논란 보도를 보면, 독자로서 윤석열 당선인의 여성 관련 정책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20대 여성뿐 아니라 전 세대 여성이 그의 여성 정책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성 정책과 관련해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이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등을 깊이 있고 균형 있게 취재할 필요가 있다.

- <[데스크에서] 1심도 안 끝난 ‘조국 재판’>(3월 3일자 A34면) 칼럼은 조국 재판이 무죄를 다투는 사건이 아닌데도 각종 편법을 동원해 시간을 질질 끌고 있다는 것을 잘 지적했다. <중국 발령난 한국GM 사장... 검찰, 3번째 출국금지>(3월 5일 자 A10면)는 검찰의 잘못된 일 처리 방식 중 하나인 출국 금지 문제를 꼬집었다. 수사 끝나고 재판 중인데 노조가 고발하니까 노조 눈치 보느라고 세 번째 출국 금지했다. 글로벌 기업 CEO에 대해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다. 이런 나쁜 관행을 계속 비판해야 한다.

[코로나]

- <방역패스 없어지자 3차 접종률 절반 뚝>(3월 10일 자 A12면)은 코로나 백신 3차 접종 건수가 급감한 것은 방역패스 중단으로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이 없어지고, 국민의 방역 긴장감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분석은 다소 성급하게 인과 관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 외에도 미(未)접종자 다수를 차지하는 청소년의 경우 백신 불신감이 많고, 접종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보수적 대처 등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과학 연구와 대중의 이해를 연결하는 언론이 어떤 시각에서 보도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이해가 제약 또는 편향될 수 있다. 인과 관계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보도는 새로운 판단을 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고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 요즘 코로나 확진자·위중증 환자·사망자 수가 모두 수직 상승하는 방역 실패는 방역정책 지휘체계가 ‘정치가 과학을 지배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됨에 따라 초래된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을 찍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각종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대선을 의식한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 지휘체계 실패와 팬데믹 상황이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대비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급속히 확산 중인 스텔스 오미크론 대응책도 모색해야 한다.

[가계빚]

- <가계빚 짓눌리는 한국, 상환 부담 5년새 17% 증가>(3월 2일 자 B3면)는 가계빚 증가만 살펴볼 게 아니라 최근 ‘빚투’가 많은 점을 감안해 빚투한 주식 가격이 폭락할 경우 대출 상환 부담과 빚투 폭락에 따른 자산 버블 붕괴라는 이중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함께 분석하면 좋았을 것이다. 가계빚과 대출 상환, 금리 인상, 주식 가격 폭락 등 여러 경제 요인들간 관계를 분석하면 가계 및 주식 시장 등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게임 산업을 이끌었던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별세했는데, 대기업 총수 사망과 비교해 너무 소흘하게 다룬 것 같아 아쉽다. 그는 자수성가한 인터넷 기업가의 표본이자 대표적인 스타트업 창업자이며, 후배 창업자 지원, 대학 기부, 어린이병원 건립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 그의 공과를 제대로 다루었으면 젊은이들에 큰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다행히 온라인 신문인 ‘조선비즈’에서 <바람의나라 이용자 “행복했다”...게임 함께 만든 송재경 “편안하길 바라”>(3월 2일) 등 뒷얘기 등 네티즌들이 관심을 끄는 기사를 여럿 보도한 게 눈에 띄었다.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의인화(義人化)하는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악마화하는 식으로 대비시키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서방 언론은 전쟁 발발 이후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를 영웅으로 치켜올리고 있다. 반면 푸틴은 악마화하고, 치매 또는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런 보도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쟁은 냉정한 힘의 논리로 분석해야지 한쪽은 의인이고, 다른 한쪽은 악마·치매라는 식의 단선적인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5년 허송세월한 폐연료봉 처리 문제>(2월 10일 자 A10면)는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와 관련, 별도의 공론화위를 만들어 5년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는 것을 잘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논리 중 하나는 사용후핵연료가 쌓여있는데 마땅히 처분할 방법이 없으니 원전을 더 지어 사용후핵연료를 더 많이 만드는 일을 못하겠다는 논지였다. 그렇다면 원전을 더 많이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론이 촉구해야 한다. 지금 제자리걸음 중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원전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