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다가 1년 6개월 만에 대면 회의로 열린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회의.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성철, 정유신, 김준경, 한은형, 김성호, 장부승 위원. /고운호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지난 9일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국정 과제]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 과제를 다룬 <탈원전 폐기 등 ‘110대 국정과제’ 확정.. 尹 “실천이 중요”> <”한미 연합훈련 재개.. 북한을 적으로 명기 검토”>(5월4일자 A8면) 등을 보면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어떤 국정 철학과 정책 의제를 제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목으로 뽑은 ‘탈원전 폐기’와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은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데 불과하다. 정작 미래와 정책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검수완박과 지방선거, 민주당의 대선 불복 등에 휩쓸리면서 정권 교체기에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소흘히 다루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향후 국가 운영 기본틀을 담은 국정 과제를 분야별로 비판적으로 점검해 허실(虛實)을 파헤쳐야 한다.

- <박지원 “김정은 핵포기 안할 것”>(5월7일자 A1·2면)은 박지원 국정원장을 인터뷰했는데, 해외 비밀공작과 방첩 업무 등 비밀정보를 다루는 현직 정보부처 수장을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북한 김정은이나 중국의 한반도특별대표를 만나 나눈 얘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해도 되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문제도 대통령이나 외교 장관이 관여할 사안이지 국정원장이 할 얘기는 아니다.

- <’민주완박’ 입법 밀어붙여.. 뒤엉켜 몸싸움·고성, 구급차까지 출동>(5월2일자 A3면) 같이 여야 정쟁(政爭)에 대한 보도는 주요 기사거리지만 이런 보도 방식이 그 저항 방식의 낙후성, 보여주기성 등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가 봐주는 상대도 없는데 의원들끼리 스크럼을 짜고 복도에 진을 치고 구호를 외치는 것은 사진기자들의 카메라를 의식한 것 이외 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의원끼리 뒤엉켜 싸우는 모습을 보도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국회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예능 정치]

- <’유퀴즈’ 출연 尹.. 댓글 1만개 시끌>(4월 22일자 A6면)은 윤석열 당선인이 유명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둘러싼 논란을 다뤘다. 예능과 정치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어젠다인데,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아 아쉬웠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대통령 출연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해서 논란이 번졌다. 정치권이 민영 방송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것은 방송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정치권과 청와대가 코멘트를 하고,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번 기회에 예능과 정치에 대한 기본적 관점을 정립하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 5월6일자부터 나온 <2022 다시 쓰는 젠더 리포트> 시리즈는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시의적절하게 다룬 기획이다. 한국 사회의 갈등을 기존 계급·지역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세대와 세대 등 최근 중요하게 대두된 갈등 국면을 각종 통계·여론조사 등을 통해 본격 탐구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 사회에서 젠더 문제는 주로 좌파 영역이었는데, 보수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도 눈에 띈다. 다만 각종 자료를 분석할 때 새로운 시각이나 해석을 추가해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젠더 갈등 원인 분석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 <맛집 고르듯 병원 선택.. 서울 환자가 해남 의사 진료받아>(5월 5일자 A1·2면)는 제목만 보면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을 다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면 그런 게 아니다. 전남 해남에 있는 어떤 의사가 가장 진료율이 높았는데, 차곡차곡 쌓인 이 의사의 ‘병원 리뷰’ 덕분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것을 ‘맛집 고르듯 병원 선택’이라고 제목을 다니까 얼핏 부정적인 기사로 비쳤다. 제목을 보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검수완박]

- <’완박法' 통과 후 검찰 풍경>(5월 4일자 오피니언면) 칼럼은 ‘검수완박’을 막기 위해 검찰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쏟아지는 사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형사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형사사건 처리 변호사들의 공통된 얘기다. 그러면 검찰이 경찰을 지휘해야 하는데, 검찰도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 검경이 모두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은 심층 취재를 통해 지적할 필요가 있다.

- <개인택시 기사 절반이 고령층.. 3부제 풀어도 밤엔 안 나와>(5월2일자 A10면)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택시 부족 문제를 보도하면서 서울시의 늑장 대책을 질타하고 있다.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왠지 희생양을 찾는 기사라는 느낌이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서울시가 어느 정도의 심야 택시 수요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기사 확보와 심야 할증요금 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및 시민들의 의견 청취가 그리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고려하면 서울시의 책임만으로 귀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인 듯 하다. <서울시, 택시 심야할증 밤 10시부터 검토>(4월27일자 A10면)는 서울시 조치가 사실상 요금 인상이자 물가 자극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주의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시민 불편을 보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단언하는 듯한 보도는 신속한 대책을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성급한 대책에 머물 가능성이 많다.

- <”엄마, 사장 아저씨가 키즈폰 선물 줬어요”>(5월5일자 A1면)는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인재 부족 현실을 반영하는 기사다. 직원들에 대한 선물 공세가 인재 유치 차원에서 기업 간 경쟁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로부터 벗어나 있는 중소기업 또는 일용직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복지 상황을 조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 노동시장 상황은 근로자와 실업자는 물론 그 가족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中 경제]

- <부동산 증시 급락, 빅테크 감원 열풍에.. 시진핑표 공동부유 올스톱>(4월21일자 A28면)과 <공동부유 외치던 習 “시장경제의 자본역할 인정해야”>(5월2일자 A14면)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이 올스톱이 된 이유를 자세히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된 일시 보류이지 정책 폐기는 아닌 만큼 향후 전망도 잘 체크해야 한다. 또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론을 주창한 배경(소득격차)과 중국 국민들에게 통한 이유, 또 중국 국민에 대한 빅테크의 엄청난 정보력에 대한 경계심이 빅테크 규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등 다양한 배경 분석이 필요하다.

- <[社說] 국내 최고 공대가 세계 30~40위, 암울한 미래 먹거리>(4월 18일자), <대만 반도체의 힘.. 증시 시총도 한국 제쳤다>(4월29일자 A1면) 등은 반도체 문제를 다루면서 전문 인력 부족, 정부의 정원 규제, 교수의 기득권 등을 지적했는데, 문제의 배후를 보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육박하는데, 특정 산업이 지배적인 나라를 굳이 부러워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의 배후에는 이공계·제조업 기피 현상이 있다. 이공계 우수 학생들이 대거 의대나 로스쿨에 진출하는 영향이 크다는 것도 지적해야 한다.

- <가덕도 경제성 평가 0.5인데.. 예타 면제하고 속전속결 밀어붙여>(4월27일자 A8면)를 보면 지역균형 발전을 이유로 예비타당서 조사가 면제된 경우가 지난 정부에서 크게 증가했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가덕도 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시의적절했다.

[국제 관계]

- 새 정부가 글로벌 시각에 대해 많은 말을 하고 내각 구성에서도 그런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시각이 왜 중요한지 국민에게 설명할 때 조선일보가 한 축을 담당해주면 좋겠다.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미 대사가 부임할텐데, 그동안 약화된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심층 분석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동반자로 급부상하는 호주를 비롯,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요즘 해외 주요 언론은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기사를 많이 쓰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글로벌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획 기사가 필요하다.

-<[社說] 환율 급등에 ‘셀 코리아’, 한미 통화 스와프부터 서둘러야>(4월 25일자)와 <[社說] 속도 내는 미·일 반도체 동맹, 한국의 전략은 뭔가>(5월7일자)는 한·미 통화 스와프의 부활과 국제적인 반도체 동맹 문제를 다루었다. 두 사설을 보면서 반도체 동맹과 한·미 통화 스와프를 연동해 바이든 방한 시 함께 논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경제안보 차원에서 일본·대만 외에 한국과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 결성을 원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조선일보는 지금이 한·미 통화 스와프 상설화와 한·미 반도체 동맹을 맞바꾸는 외교 전략을 추진해야 할 적기라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마트에만 가면 운다”>(5월 7일자 A18면)는 어버이날을 맞아 책 4권을 소개했다. 지면 형태로만 보면 전형적인 북스면이어서 서평(書評)인 줄 알고 읽었는데 그게 아니라 기자들 자신 얘기였다. 어버이날을 맞아 기자들이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자신들이 소개하는 책과 엮어서 쓴 것이다. 기자들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먼저 놀랐고, 기사와는 다른 유려한 문체에 큰 감동을 받았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두 번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