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가 지난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박상욱(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과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천원 아침]
- <與 ‘1000원 아침밥’ 2배로 확대하자.. 野는 한술 더 떠서 “모든 대학생들에게 주자”>(4월 1일 자 A5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경쟁을 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보여준다. 대학생들의 각박한 생활에 대한 관심이라는 차원에서 볼 수도 있지만, 비슷한 또래의 30% 정도는 대학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조건 환영할 일은 아니다. ‘1000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 및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혜택 범위가 달라질 것이다. 결국 서울에 있는, 재정이 나은 대학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여지가 크다. 특히 세금에 의존하는 지원이라면 우선순위와 형평성을 따지고 시민들의 지지와 합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 요즘 선거제 개편이 주요 정치 이슈인데, 조선일보 보도는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거구제 논의는 복잡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한 지면을 할애해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제안된 내용 중 ‘권역별 비례대표’ ‘개방형 명부제’ 등 복잡하면서 실제로 통과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안이 좁혀지면 더 상세하게 다루었으면 한다.
- <[논설실의 뉴스 읽기] 기본소득보다 돈 덜 들고 분배는 개선, 오세훈표 안심소득 시동>(4월 7일 자 A29면)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안심소득에 대해 적절한 사례와 비교하고, 도표 등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새로운 명칭이 붙은 정책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많은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그 정책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日수산물]
- <대통령실 “후쿠시마 수산물 결코 수입 안 한다”... 野는 수입 반대 삭발식>(3월 31일 자 A5면)은 대통령실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했는데, 후쿠시마 수산물이 위험한지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그러면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과학적인 측면에서 전문가 분석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촉구할 필요가 있다.
- <60대 취업자 비중 20% 처음 넘었다>(3월 20일자 A1면)는 60대 취업 문제를 다루었는데, 취업자 중 60대가 많아진 것은 베이비붐 세대가 60세가 되면서 고령 인구가 늘고, 60대 고용률이 높아진 것이 같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두 요인이 두루뭉실하게 같이 언급되어 혼란스럽다. 또 제목을 보면 ‘우리 노동력이 많이 고령화되는 현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라는 문제를 다룰 것처럼 보였는데, 기사에는 60대가 생활이 불안하니까 불안정한 취업을 많이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논지는 이해되지만 이런 취지가 독자에게 잘 전달될까 의구심이 일었다.
- <한국 연금 수급자 증가 속도, 佛보다 2.4배 빠르다>(3월 24일 자 A12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대한 반대가 거센 가운데 마크롱이 “내가 해결하겠다”라고 호언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 “욕 먹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고 했던 발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출범 초기와 비교해 연금 개혁을 미적거리고 있다. 정부는 ‘10대 선도 산업’ 같은 장밋빛 선심성 계획만 발표하는데, 연금 개혁에서 손을 놓은 것에 대해 더 많은 쓴소리가 필요하다.
- <[르포 대한민국] 지역균형 발전정책, 50년간 실패 되풀이.. 이제 폐기할 때 됐다>(3월 22일 자 A33면)는 수도권 억제가 지방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지방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수도권만 개발하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통찰과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 발전 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사안인 점을 감안해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 의견도 함께 실을 필요가 있다.
[이주민]
- <어린이집 학대로 9개월 아이 하늘로... 꿈 짓밟힌 베트남 부부>(3월 27일 자 A10면), <”두살 막내는 구했는데..” 나이지리아 4남매 참변>(3월 28일 자 A10면) 등 이주민들의 비극적 사건·사고를 다룬 기사에서 ‘코리안 드림’ ‘꿈’이란 말을 사용했는데, 천편일률적인 표현이다. 이들이 한국에 이주하게 된 배경, 법적 신분, 주거 및 근로 환경 등을 함께 취재했으면 사건을 감상적으로 다루는 차원에서 벗어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도롱뇽(천성산)·고란초(사패산)·철새(영종도)... 공사 후에도 악영향 없었다>(3월 14일 자 A12면)는 환경 파괴와 생태계 붕괴를 이유로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던 국책 사업이 실제 악영향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환경부 사후환경영향조사의 객관적 수치를 더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또 당시 사업을 반대했던 환경단체 등의 의견도 들어보고, 앞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떤 합의 방법이 있는지 대안도 제시했으면 좋을 것이다.
- 3월 21일 자의 <첫 진료는 비대면 안 돼... ‘제2의 타다’ 논란>(A1면), <의료계 “아픈 곳 만져보지 않고 병 진단하긴 어려워”>(A6면) 등은 정치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와 만성 질환자로 한정하려는 것에 대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료계 간 논쟁을 다뤘다. 양쪽 의견을 접할 수 있어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비대면 초진 비율과 해외 비대면 진료 현황을 양쪽 모두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혼란스러웠다. 두 당사자 주장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같은 데이터를 두고 상충되는 주장을 하는 것을 비교하고 추가로 사실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 <인천 일가족 5명 숨진 채 발견 “가장, 주식 실패로 고민 많았다”>(3월 20일 자 A10면)에서 가장이 3명의 어린아이와 배우자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가해자의 범행 동기를 지나치게 온정적 혹은 감정적으로 보도했다. “아이들을 장난감 자동차와 유모차에 태우고 자주 동네 산책을 했다” “주말마다 집도 손수 수리하는 등 성실하고 자상한 아빠였다”고 했다. 가족을 살해한 가해자의 범행 동기를 이런 식으로 기사화하는 것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탄소배출]
- 3월 13일 자의 <2030년 산업 온실가스 감축 14.5% 아닌 5%만 겨우 가능>(A1면)과 <9조 투자받은 석유화학 “생산 느는데 탄소 20% 줄이라니”(A4면) 등은 지난 정부 때 무리하게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전하면서도, 정작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는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화학 시설 건설 프로젝트는 비판하지 않았다. 산업계가 탄소 배출 저감 목표 달성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가운데, 다른 쪽에서 배출량을 크게 늘리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큰 상관없다는 인상을 주는 기사는 문제가 있다.
-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조선일보의 에너지 기사는 ‘기승전문(文·문재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에너지 정책 실패로 현 정부로 부담이 넘어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탄소 저감 목표 달성 가능성 및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환경계에서 미덕처럼 여겨졌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에너지·환경 문제는 탈(脫)정치·탈이념화를 하고, 대신 전문가 및 시민 의견 등을 통해 대안 제시 노력을 해야 한다.
- <은행 파산, 2008년엔 잠잠해졌다 다시 위기 왔는데..>(3월 31일 자 위클리 비즈 B8면)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위기설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 분석했다. 두 위기 모두 금융회사의 ‘탐욕’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는데, 단순히 ‘탐욕’으로 묶어 설명하는 것은 상투적이고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SVB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게 결과적으로 화근이 된 사례다.
- <’배석판사의 인권위 진정’ 기사 바로잡습니다>(3월 30일 자 A1면)는 파격적이다. 언론사가 오보를 내고 이를 인정하더라도 사과나 해명은 구석에 조그맣게 싣는 게 일반적인데, 조선일보는 이틀 전 보도한 기사의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신문의 얼굴인 1면에 오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했다. 수많은 미디어가 난립해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시대에 언론의 가치는 정확한 사실 보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틱톡]
- <[萬物相] ‘디지털 마약’ 틱톡 챌린지>(3월 23일 자 A34면)는 틱톡에서 벌어지는 ‘자해 챌린지’ 사례와 중독성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측면에 대한 비난을 틱톡이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젊은 세대의 특징인 스낵 컬처 또는 숏폼 트랜드의 부작용이라고 봐야 할지 의문이다. 틱톡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될 위험은 경계해야 하지만 틱톡 사용 행태는 젊은층 문화나 미디어 소비 관점에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 <부모 잃고 반항아 된 얼룩말... 여친 붙여준다>(3월 25일 자 A10면)는 ‘여친을 소개해준다’고 하면 될 것을 ‘여친을 붙여준다’고 제목을 달아 거슬렸다. ‘붙여준다’는 남성 중심적인 언어로, 상대를 도구화·객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불편했다.
- <봄을 만끽하기도 전에 초여름>(4월 1일 자 A10면)은 날씨 기사에서 ‘~하겠다’ 식의 독특한 문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초여름 날씨 소식을 전하면서 ‘오르겠다’ ‘가까워지겠다’ ‘이루겠다’ ‘빠르겠다’ 등을 사용해 신문 읽는 재미를 제공했다.
/정리=김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