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3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위원과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부승 위원, 김도연 위원장, 김별아·김재련·정윤혁·민세진·고산·금현섭 위원, 조중식 부국장. /박상훈 기자

尹·李 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처음으로 양자 회담을 가졌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만큼 <尹·李 “의료개혁 시급, 의대 증원은 불가피”>(4월 30일 자 A1면) 등 4개 면에 상세히 보도했다. 사설은 의대 증원과 연금 개혁에 협력하기로 한 사실을 적시하며, 회담이 정치 복원의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회담 시작 무렵 이 대표가 취재진을 잡아두고 15분간이나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자세가 아님을 지적했어야 한다. 회담 당사자를 옆에 앉혀 놓고 자기 주장을 기자회견하듯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회담의 기본을 벗어난 것이다.

-<尹대통령 기자회견에 바란다 “변명 대신 ‘내 탓’ 인정하고… 변화된 모습 보여주길”>(5월 9일 자 A5면)에 제언자 7명이 등장하는데 모두 40~50대 이상 남성이다. 다른 시각을 보여줄 다양한 성별이나 계층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이 대통령에게 제언할 유일한 국민 대표인가? <[광화문·뷰] 보수여, ‘민희진’을 감당하시겠습니까>(5월 10일 자 A31면) 칼럼이 내 질문에 대한 대답 같다.

-<국토부 전관들 재취업 창구된 ‘특수목적법인’>(4월 18일 자 A12면) 등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공직자 퇴임 후 취업과 관련된 주요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GTX-A 사업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을 지니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국토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교육 수사 중에… 초대 국수본부장, 메가스터디行?>(4월 5일 자 A1면)처럼 우리 관료제 전반의 문제다. 정치가 관료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세월호

-<[세월호 참사 10주기]>(4월 16~20일 자) 기획을 5회 연재했다. 중심축은 안전에 대한 지적과 여전히 슬픔·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사람들 얘기다. 새로운 내용이 없고, 감상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이라서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고 여러 가지 제도가 도입됐지만, 안전사고가 줄기는커녕 늘어나 변화가 없다는 고발이 이어졌다. 신분증과 수하물 검사를 대충 하고, 초등학교 생존 수영 의무화도 유명무실하다는 등 대부분 예측 가능한 내용이다. ‘재난의 정치화’가 왜 더욱 기승을 부리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뤘어야 한다. 그간 재난과 사고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가 미흡한 배경이나 원인에 대해서도 함께 분석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세월호 생존자 겸 목함지뢰 용사 박준호씨가 들려주는 두 이야기>(4월 13일 자 A1면, B1·2면)는 세월호 침몰 사건과 북한 목함 지뢰 공격을 모두 현장에서 목격한 박씨의 그야말로 ‘소설 같은’ 진짜 스토리다. 기억의 상처를 딛고 일상으로 돌아와 담담하게 삶을 영위하는 청년의 모습이 위로와 평온함으로 다가왔다. 죽은 이와 피해자에 대한 기억이 중요하겠지만 살아남아 여전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 좋은 기사였다. “삶을 버티는 힘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성숙한 젊은이를 응원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충남 이어 서울도 학생인권조례 폐지>(4월 27일 자 A12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학생인권·교권 통합 조례 추진”>(조선닷컴 5월 2일) 기사가 실렸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대한 기사들이 계속 나왔지만, 관련 쟁점을 분석하고 다양한 의견을 다룬 기사는 없는 것 같다. 첨예하게 견해가 갈릴수록 양쪽 의견과 주장을 충분히 제시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컬大

-<폐교 수준 학교까지 ‘글로컬 대학’ 후보>(4월 22일 자 A1·12면)에서 정부가 5년간 1000억원씩 지원해 지역 대학을 키우겠다는 사업에 예비 후보로 선정된 33개 대학을 분석했는데, 대한민국 대학 사회의 문제를 잘 드러냈다. 선정된 33곳 중 21곳의 신입생 충원율이 99% 미만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뒀지만,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충원율 99%는 전국 어느 지역 대학도 실제적으로는 이루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총 3조원 예산을 투입해 지역 대학을 살릴 수 있을까? 좋은 지역 대학 없이 우리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대학의 미래는 국가의 미래다.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아쉬웠다.

-<충북대 총장 “의대 정원 4배 늘어도… 교육 질 안 떨어질 자신 있다”>(4월 16일 자 A8면)와 <국립대 의대증원 조정 건의... 정부 수용할 듯>(4월 19일 자 A1면)은 다소 모순된 면이 있다. 16일 자 인터뷰에서 충북대 총장은 의대 정원이 4배 늘어도 자신 있다면서, 정원 200명에 대해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불과 3일 후 그를 포함한 6개 국립대 총장들이 의대 증원 조정을 건의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충북대는 200명에서 151명으로 정원 감축을 건의했다고 한다. 불과 3일 전 200명 정원이 문제없다고 자신하던 총장이 왜 갑자기 무려 49명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는지 별다른 설명이 없다.

-<알리·테무 어린이 제품 41%가 ‘유해 물질’ 범벅>(5월 10일 자 A12면)은 중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의 40% 이상이 납과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흡함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 사업자라는 점에서 정부가 관심을 갖고, 법 위반 시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 소비자센터에 접수된 신고 사례에 대한 추적 보도를 기대한다.

-<입주민 벤츠 빼주려다… 경비원이 12대 추돌사고>(4월 25일 자 A12면)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에 이중 주차된 입주자 차량을 이동시키던 70대 경비원이 차량 12대를 들이받아 억대 비용을 물어야 하는 사연을 담았다. 경비원들이 입주민 갑질뿐 아니라 고용상 불이익을 염려해 대리 주차 과정에서 발생한 접촉 사고에 대해 자비로 부담하지 않도록 조명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대상에 간접 고용을 통한 경비원이 포함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지면 좋겠다.

전력 전쟁

-<[新 전력 확보 전쟁] AI·전기차 폭증, 세계가 ‘전기 쇼크’>(5월 13일 자 A1·3면), <AI發 전력난에 탄소중립 이슈도 ‘감전’>(5월 14일 자 A1·10면)에서 지적하듯 IT 기반 기술의 전반적 확대와 AI 및 전기차의 급속한 발전으로 필요 전기량이 폭증하고 있다. <송전선 없어 동해 발전소 4곳 올 스톱>(5월 11일 자 A1·4면)은 전기 수급에 관련된 송전선 문제를 설득력 있게 보도했다. 국가 정책이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하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조망하는 전문성 결여로 왜곡된 현실을 잘 짚었다. 전기 에너지 관련 이슈에서 포퓰리즘에 기초한 정책은 절대 금물이다.

-<’라인·야후’ 시너지로 매출 16조… “日서 입지 커지니 토사구팽”>(5월 9일 자 A2면)은 작년 11월 해킹 사건과 5억명 이상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2021년 페이스북 해킹 사태의 차이점을 좀 더 써줬더라면 독자들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2021년 페이스북 해킹 사태 당시 우리 과기부나 방송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취재해 반영했다면 좀 더 풍부한 기사가 됐을 것이다.

-<’3중 공급난’에 빠진 수도권 아파트>(4월 30일 자 A1면) 제목은 조선닷컴에서 ‘文정부 미친 집값 재연 우려’ 부분이 추가됐다. 이어지는 기사에 ‘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면서 정권 후반부인 2020~2021년엔 ‘미친 집값’이 나타났고’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굳이 ‘문 정부 미친 집값’을 덧붙인 게 적절한가 싶다. <물가 2%대로 둔화됐지만… 사과·배는 여전히 고공행진>(5월 3일 자 B2면)처럼 과일 값을 다룬 기사가 많은데, 오른 품목만 콕콕 집어 사람들의 불안감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 같다. <서방은행 철수 금지… 러, 세금 4배 뜯었다>(4월 30일 자 A16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금리로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어 세금이 늘어난 것인데 초점을 잘못 짚었다.

-지난달 외국인 인력 관련 기사 9건 중 <이 버섯농장에선 나 홀로 한국인이었다>(5월 4일 자 B8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피상적으로 알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현장감 있게 잘 전달했다. 요즘 공장에선 “사람 구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과거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외화를 벌어 고국으로 보낸 것처럼’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좋았다.

-<종소세 1255만명 최다… ‘5월의 날벼락’>(5월 4일 자 A1·2면)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정말 날벼락이라면 예상하지 않았던 이유 때문에 뭔가 펑 터져야 하는데, ‘베이비붐 세대 퇴직과 청년 실업이 맞물리면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이런 현상이 최근 몇 달 새 만들어졌다는 것인가?

축구

-<축구 너마저… 몰락한 한국 스포츠>(4월 27일 자 A1면)부터 3개 면에 걸쳐 한국 축구의 패배에 대해 말 그대로 대서특필했다.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이 깨진 데 대한 기자의 충격은 알겠는데, ‘도하 참사’ ‘한국 스포츠는 왜 추락했나’ 등 표현이 너무 절망적이다. 저출생 여파가 스포츠계까지 미친 셈인데, 갑자기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엘리트 체육이나 선수들의 정신력, 투지 부족을 비판하기보다 생활 체육 저변 확대나 건강한 경쟁을 통해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 단체 종목에서 개인 종목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한국 스포츠의 변화 등을 고루 살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령형 사회(양극단에만 몰린 사회) 되니 전문가 목소리보다 포퓰리즘 유혹에 쉽게 빠진다”>(4월 23일 자 A30면)를 재미있게 읽었다. 포퓰리스트와 함께하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며 책임을 내려놓은 후에야 제 목소리를 낸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통으로 정치 현장에 들어가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경험담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정리=김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