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혁신도시로 지정되고 재정비촉진사업 등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대전역 주변 역세권 전경. /신현종 기자

올해 초 허태정 대전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중심, 과학수도 대전’ 추진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대전시는 과학의 메카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과학도시로서 인프라 확충과 첨단 과학기술의 글로벌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전국 처음으로 과학부시장제를 도입했다. 대덕특구 출연기관 등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신산업 육성과 혁신적인 과학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을 지난 2월 초 설립했다. 과학 도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대덕특구와 지자체간에 유기적인 소통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엑스포재창조' 등 과학도시 위상 강화 박차

대전시는 2011년부터 대전엑스포를 기념하는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부지(59만2494㎡)를 과학·문화·여가가 어우러진 명소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엑스포재창조 사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기초과학연구원 개원, 첨단영상산업인 ‘스튜디오 큐브’ 조성을 순차적으로 마쳤다. 10년차인 올해에는 사이언스콤플렉스, 엑스포기념구역, 제2엑스포교 조성 등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사이언스콤플렉스 조성은 8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엑스포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12월 19일 착공한지 4년만이다. 28만3400㎡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43층으로 짓는 사이언스콤플렉스는 193m에 달하는 대전의 최고층 건물. 완공되면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대전시는 사이언스콤플렉스가 완공되면 과학체험, 비즈니스, 여가 활동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복합 휴식공간을 마련하게 된다. MICE 산업 육성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주요 시설로 1층 힐링센터를 비롯, 옥상공원, 전망대, 숙박시설, 과학체험 시설, 쇼핑 및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일원에는 올해 연말까지 한빛가든, 한빛광장, 음악분수, 한빛과학관, 토피어리 공원 등을 갖춘 엑스포 기념구역을 조성, 시민 휴식공간으로 제공한다. 사이언스콤플렉스 조성에 따른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8월 제2엑스포교도 준공된다.

◇도시 경쟁력 높일 교통 인프라 속속 확충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가 통과하고, 주요 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로 꼽혀왔다. 대전시가 교통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물류와 산업이 풍족한 중부권 중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다. 대전시는 올 연말 평송수련원삼거리와 대전산단 서측 진입도로를 잇는 한샘대교를 개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전산업단지를 재생하고, 대덕구와 서구간 교통 체증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중부권 메갈로폴리스를 추진하기 위해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계룡 신도안~대전 세동’간 광역도로 개설공사도 4년여 공사 끝에 올 연말 준공 예정이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계룡시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3대하천 중심 녹색도시 만든다

허태정 시장은 지난 1월 신년 브리핑에서 “시민들이 도심에서도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맑은 물, 푸른 숲의 대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3대 하천을 중심으로 도심에 생태녹지를 조성하는 ‘걷기 좋은 천리길’, 도심 내 ‘천 개의 도시숲’ 조성을 추진중이다. 도심바람숲길 대전천권역 조성, 중촌·세천 근린공원 확대 조성, 샘머리 물순환 테마공원, 마달령 생태통로 조성 등이 올해 준공될 도심숲 사업이다. 도심바람숲길 사업은 갑천, 유등천, 대전천 등 도심을 가로지르는 3대 하천 주변과 외곽에 가로수를 보충해 녹지를 만드는 작업을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도심 대기오염 감소도 기대된다. 시민들이 즐겨찾는 세천 근린공원에는 18억 원을 들여 주차장, 산책로, 초화원을 연말까지 조성한다. 허태정 시장은 “시민들이 대전에 사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역세권 재정비촉진사업 조감도./대전시 제공

총사업비 2조3000억…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복합2구역 개발 등 속속 사업 추진 속도내

“코로나에 경기까지 안좋아 힘들지만 낙후된 대전역 근처가 확 바뀐다는 소식에 상인들이 희망을 걸고 있어요.”

대전 동구 대전역 인근 중앙시장에서 수십년째 한복집을 운영하는 강실금(66)씨는 “혁신도시가 들어서고 원도심 일대가 새롭게 개발된다는 것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대전의 관문이면서도 침체를 면치 못하던 대전역 일대 역세권이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집중 개발될 전망이다. 대전시는 대전역세권 일대를 혁신도시와 도심융합특구를 기반삼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팔을 걷었다. 대전시는 지난해 도시재생주택분야에서 12년 만에 대전역세권 민간개발 사업 확정,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소제동 철도관사촌 개발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시가 지난해 혁신도시로 지정된 대전역세권 일대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도심 균형발전과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핵심축이란 판단 때문이다.

대전역세권 개발은 92만㎡ 부지가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2025년 완공 목표로 이 일대에 10여 개 공공 및 민간개발이 동시에 추진된다. 총 사업비는 2조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전역 인근 쪽방촌 밀집지역을 1400가구의 주택과 업무복합용지 등으로 정비하는 사업도 본격화된다. 국토교통부와 대전시는 지난해 말 대전역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에 대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해당 지역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대전역 인근 쪽방 밀집지역(1만5000㎡)과 철도부지(1만2000㎡)로 구성된 사업부지에 대전 동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도시공사가 공공주택사업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이곳에 5500억원을 들여 총 1400가구의 주택과 업무복합용지 등을 조성한다.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설계공모와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부터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표류하던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 사업도 지난해 10월 민간개발 사업자로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총사업비가 9000억 원 규모인 복합2구역 개발은 주거, 상업, 호텔, 컨벤션 등 복합용도로 개발될 예정이다. 대전시는 대전역세권 개발을 안착시키기 위한 전담팀을 운영하고, 전문가 전략회의를 여는 등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4구역 재개발은 2019년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소제동 철도관사촌 골목에 카페거리가 생겨 방문객이 늘면서 재개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카페거리 일대를 관광 인프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개발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에 대전시는 지난해 10월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삼성4구역 내에 역사공원을 조성, 일부 보전가치가 있는 철도관사를 이전하기로 했다.

대전역세권 일대는 최근 ‘도심융합특구’로도 선정됐다. 도심융합특구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처럼 도심에 기업과 인재가 모이도록 고밀도 혁신공간을 조성하는 사업.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선화·역세권 구역을 도심융합특구로 지정했다. 해당 구역은 124만㎡ 규모로 4개의 존(Zone)으로 특성화된다. 선화구역은 공공부지와 빈 집을 활용해 ‘창업공간 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역세권구역은 지식산업 허브, 철도산업 클러스터 등 지역특화 산업을 확산시킬 ‘혁신확산 존’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들 2개 구역을 연결하는 중앙로는 ‘성장엔진 존’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창업성장센터인 디스테이션(D-Station)과 소셜벤처캠퍼스 등을 통해 창업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소셜벤처 특화거리로 만들겠다는 게 대전시의 계획이다.

허태정 시장은 “쇠락한 원도심인 대전역과 중앙로 일대에 맞춤형 특화전략을 세워 대전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