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화장품으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메이크업을 해봤어요.”

고등학교 3학년 A양은 소셜미디어 틱톡에 틈틈이 상품 리뷰를 올린다. 기업으로부터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만든 광고 콘텐츠들이다. 약 5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A양이 틱톡에 제품 리뷰 영상을 올리고 받는 금액은 건당 60만원에서 100만원. 인스타그램까지 합치면 매달 평균 180만원의 수익을 거둔다.

소셜미디어를 키워 ‘온라인 건물주’ 반열에 오르는 10대가 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어릴 적부터 경제 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준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주변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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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아이디어로 온라인 건물 세워

온라인 건물주는 온라인에서 주기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이들을 가리킨다. 매달 고정적으로 월세를 챙겨 받는 건물주에 빗대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세상에서는 건물주가 되기 위해 목돈이 필요 없다. 재능이나 아이디어, 성실함 등만 있으면 된다. 10대도 온라인 건물주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다.

학생들의 주된 수익원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영상 조회 수로 돈을 벌거나 제품을 홍보하고 기업으로부터 광고료를 받는 식이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법적 보호자의 동의 없이 기업과 협찬이나 광고 계약을 해도 불법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3만여 명의 팔로어를 확보한 고등학교 2학년 B양은 “주로 화장품 광고 제안이 들어온다”며 “방과 후 자투리 시간에 광고 원고를 작성하며 매달 30만원 이상의 용돈을 번다”고 말했다.

광고료가 아니어도 제품 협찬만으로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공부하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공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할 경우 학업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받는다. 의자, 스터디플래너, 가방, 문제지, 인터넷강의 수강권 등이다. 2년째 공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인 고등학교 1학년 C양은 “결과적으로 부모님께 받는 용돈을 덜게 됐다”면서 “평범한 학생인데 1만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제품까지 공짜로 받을 때면 계정 운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중·고등학생 인플루언서는 연예인 못지않게 청소년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다”며 “이들을 통해 광고를 하면 또래 문화를 중시하는 10대에게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명 연예인을 활용할 때보다 광고료 부담이 적다는 것도 10대 인플루언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이어 “광고료는 구독자 수나 팔로어 수로 단가를 책정해 지급한다”며 “팔로어 수가 같더라도 언론에 한 번이라도 노출됐거나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학생에겐 광고비를 더 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SNS로 쉽게 월세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정 수익을 거두는 궤도에 도달하기까지는 적잖은 품이 든다. 취재하며 만난 학생들은 “적어도 1년 이상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콘텐츠를 올렸다”고 입을 모았다. 초기 1~2년 동안에 기틀을 제대로 잡아놔야 이후에 약간의 관리만으로도 돈을 버는 수익원이 완성된다는 얘기였다.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환상 심어줄 수도

일각에서는 이러한 10대 인플루언서의 수익 활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만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 성과만 부각돼서다. 고등학교 3학년 D양은 “SNS에 상품 리뷰를 올려 돈 버는 친구들을 보면 열심히 공부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수익을 좇다가 사이버 범죄에 노출되는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 고가의 의류를 협찬해준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신체 사진을 찍어 보내게 하는 경우가 그중 하나다. 실제로 학생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옷 사이즈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대서 속옷 입고 찍은 전신 사진을 업체에 보냈는데 연락이 두절됐다’ ‘카카오톡 계정과 비밀번호를 알려줬는데 사기당한 건지 확인해달라’ 등의 글도 종종 올라온다.

단기간 SNS 팔로어를 늘려준다거나 효과적인 수익 창출법을 알려준다며 학생들을 유인해 돈을 가로채고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수익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청소년에게 금융 교육을 하고 있는 정민주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는 “본인에게 광고를 제안한 회사가 정식으로 등록된 사업체인지, 올바른 절차를 거쳐 광고를 제안했는지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서 상 의무와 권리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지 법정대리인을 통해 검토해보는 것도 좋다.

이어 정 강사는 “청소년기 소득 활동은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지지해줘야 하지만, 돈 버는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이들이 돈을 쉽게 써버릴 우려가 있다”며 “번 돈을 어떻게 쓰고 모아야 하는지에 대한 소비, 저축 교육도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