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정연한 논리와 정확성을 추구하는 사학자(史學者) 장(張) 모 교수가 어깨통증으로 수년간 고통받다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

그는 필자에게 어깨통증에 관해 필요한 부분만 콕 집어 질문했다. 덕분에 필자도 평소 환자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할 수 있었다. 장 교수와 오간 대화를 재구성해 어깨통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50세 이후에 팔을 앞으로 올리는 것은 물론 뒷짐질 때 엉덩이 위로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동결견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은 안강(오른쪽) 원장이 주말 의료봉사 중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 어깨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한 스님을 촉진하고 있는 장면. /안강병원 제공

―장 교수: 다른 곳에서 오십견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원장님의 진단은 다르네요.

―필자: 오십견은 일제 강점기에 ‘나이 들어 어깨가 아픈 것’을 통칭해서 쓴 용어로 의학적 진단명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아주 정확한 명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50세쯤 되면 건강했던 사람들도 온몸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 왜 50세쯤 되면 여러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나요?

―필자: 여성의 경우 50세 전후에 폐경기가 옵니다. 호르몬의 균형이 바뀌어 신진대사(新陳代謝)가 저하되면서 골다공증이나 근감소증이 갑자기 심해지고, 통증에 민감해집니다. 남성의 경우는 사춘기 이후부터 완만하게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여성처럼 급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남성에게도 50세는 신경 기능이나 근골격계 등의 퇴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분기점입니다.

―장 교수: 어깨·무릎 등 관절 문제가 특히 50대에 더 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필자: 이 시기에 주로 만성통증을 겪게 됩니다. 만성통증은 ‘지금’ 다쳐서 아픈 것이 아닙니다. 손상이 여러 번 반복되거나 단 한 번의 강한 외부 압력에 오랫동안 통증이 노출되면 어깨·무릎에서 척추를 통해 뇌까지 연결되는 흐름(신경회로)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는 아픈 곳을 더 긴장시키고 움직임도 무뎌지게 하죠. 의학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가 막혔다’는 말로 표현했어요. 50세쯤 되면 기가 더 잘 막힌다고 생각하면 좀 쉬울 것 같네요.

―장 교수: 그렇다면 제 어깨의 정확한 진단명은 무엇입니까?

―필자: 정확히 말하면 동결견(凍結肩)입니다. 50대에 충돌증후군과 동결견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팔을 들어 올릴 때나 잠잘 때 바닥에 닿는 어깨가 아프거나 ▲팔이 앞으로는 잘 올라가는데 옆으로는 잘 올라가지 않는 경우 충돌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올리는 것은 물론 뒷짐질 때 엉덩이 위로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동결견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결견은 관절의 움직임이 모든 방향에서 줄어들기 때문에 MRI 검사와 더불어 관절의 운동 범위까지 체크해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장 교수: 충돌증후군과 동결견은 전혀 다른 병인가요?

―필자: 다른 병이죠. 하지만 원인은 같을 확률이 높습니다. 두 병을 이해하려면 먼저 만성통증에 대해 아셔야 합니다. 주변이 밝으면 불이 꺼지고 어두우면 켜지는 센서(sensor) 등 기구를 보셨을 것입니다. 우리 몸에는 이런 센서들이 매우 많죠. 관절에도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절해 주는 센서들이 있습니다. 아픈 어깨 관절을 정상인 쪽과 비교해 앞뒤로 움직여 보세요. ▲관절이 덜 움직이고 ▲근육이나 피부가 상대적으로 긴장되어 있고 ▲눌렀을 때 다른 쪽보다 더 아프다면 이 관절의 센서들이 과민해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관절 안에 있는 센서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관절 움직임도 불안정해져 힘줄·연골이 손상되는 현상이 나타나지요.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뼈 주사를 맞으면 일순간 통증은 사라질 수 있지만 센서나 신경회로는 여전히 망가진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퇴화는 훨씬 빨라지게 되죠. 아프다고 관절을 움직이지 않는 것 역시 위험합니다. 당장은 휴식으로 괜찮아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센서나 신경회로는 더 망가지기 때문에 퇴화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충돌 증후군입니다.

그리고 염증으로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관절 주머니가 엉겨 붙게 되는 것이 동결견입니다. 엉겨 붙는 것을 뜯는다고 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운동과 같은 반복적인 반사에 의해 신경회로가 바뀌어야만 움직임 범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장 교수: 무릎 관절염도 앓고 있는데, 같은 이치입니까?

―필자: 네. 처음에는 무릎의 위치를 잡아주는 센서들과 척추·뇌에 연결된 회로가 잘못돼 관절의 움직임이 부정확하게 된 것이죠. 결국 뼈가 부딪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흔히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 앞 혹은 안쪽이 아프게 됩니다. 이를 슬개대퇴증후군이라 합니다. 심해지면 관절의 움직임이 더 불안정해지고 그 안의 연골도 다치게 돼요. 아프니 근육을 부분적으로만 쓰게 되고, 일부 근육이 마르면서 관절 움직임은 더욱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죠. 결국 관절염으로 진행됩니다.

―장 교수: 역시 신경회로의 문제군요. 지금 아픈 곳에 주사를 놓거나 수술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네요. 안 원장님이 왜 만성통증 치료를 위해 FIMS(투시경하신경유착박리술)를 고안했는지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