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이 화끈거리고 특히 오른팔이 저립니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잠을 편하게 자는 것도 힘들어요.”

화려한 외모의 40대 여성 환자는 점잖게 자신의 통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맑은 눈망울에서는 금세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늦은 나이에 남편을 만나 행복에 젖어있어야 할 지금, 원인을 모르는 통증이 신혼의 단꿈마저 깨뜨리고 있었다. 통증이 나타나면 수 시간 동안 괴로움에 시달렸고, 행복과 불행은 낮과 밤처럼 반복되었다.

◀흉추 4번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오른쪽 팔 위주의 통증. ▶흉추 6번 문제로 인해 관절 위주로 나타나는 통증. /안강병원 제공

의학자들 사이에서도 ‘흉추(胸椎) 4번 증후군’은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두통 ▲목의 통증 ▲어지러움 ▲소화불량 ▲호흡곤란 ▲수면장애 등 자율신경계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더 나아가 ▲오른팔 혹은 양팔이 저리고 ▲손이 차거나 화끈거리며 ▲목·어깨 등 상부가 뻣뻣하면서 무거운 돌을 얹어 놓은 듯한 통증이 있다. 환자가 호소하지 않더라도 이 부위를 눌러보면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흉추를 치료하면 증상들이 호전된다.

나는 한때 중고차를 타고 다녔는데 이 차는 항상 오른쪽 뒷바퀴만 닳았다. 타이어를 새것으로 바꾸어도 금방 다시 닳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타이어의 문제가 아니라 뒤쪽 바퀴 축이 원인이었다.

다행히 우리 몸은 자동차 타이어와 다르게 손상되었다고 해서 바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만일 손가락 관절이 조금 손상되었다면(타이어가 닳았다면) 금방 나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낫지 않아 만성통증으로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이 붓거나 뼈가 변형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럼 사람들은 대부분 붓거나 변형된 부분의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왜 이 부위가 붓고 변형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 붓거나 변형된 부위를 뼈 주사나 수술로 치료하려 한다.

하지만 이 부위의 문제는 피부나 근육이 긴장되고, 뇌와 연결된 신경회로가 고장 나 피가 잘 흐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피에 순환이 있듯 신경회로도 흐름 따라 막힘이 없어야 한다. 만성통증은 피를 잘 돌지 않게 할 뿐 아니라 신경회로도 막아 아픈 부위를 긴장시킨다.

원인은 놔두고 엉뚱하게 증상에만 손을 대니 결국 치료는 실패하게 된다. 간혹 낫는다 해도 자연 회복된 것이지 치료의 힘이 아닐 수 있다. 만성통증은 지금 현재 아픈 곳의 문제가 아니다. 아픈 곳을 긴장시키고 혈류량이 감소하도록 통제하는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자동차 바퀴 축 각도에 문제가 있는 것과 같이 뇌와 척추에서 아픈 곳까지 연결된 신경회로가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바퀴만 닳지만 만일 주행 중 펑크가 나면 전복될 수도 있듯이 아픈 부위는 점점 넓어지고 아픈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진다.

얼마 전 한 환자가 ‘처음엔 손발이 뜨겁고 몸의 왼쪽이 아프더니 지금은 온몸에서 통증이 나타난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새벽에 눈을 뜨니 글머리에 언급한 4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매튜 월랙의 이론과 그가 묘사한 그림이 오버랩(overlap) 됐다.

미국의 통증 의사 매튜 월랙(Mathew C. Wallack)은 흉추 수술 후 일부 환자들에게서 전신(全身) 통증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무슨 연관 관계가 있는지 연구했다. 그는 흉추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관절이나 머리·팔·골반·다리 통증도 일정한 법칙에 따라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흉추를 치료하면 이러한 증상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자동차 축을 수리하지 않으면 타이어가 계속 마모되듯 우리 몸의 신경회로도 바꾸지 않으면 만성통증은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현재 만성통증은 신경회로의 병이란 것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졌다. 인간을 발전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인간을 퇴화시키는 것도 신경회로의 이러한 습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