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들통날까 싶어 마음을 졸일 때 ‘오금이 저린다.’ 두려워 꼼짝 못 할 때도 ‘오금을 못 편다’고들 한다. 기세나 기분 따위가 가라앉을 때는 ‘오금이 꺾인다.’ 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가만히 있지 못할 때는 ‘오금이 쑤신다.’ 이처럼 일상에 쓰이는 관용구에서 ‘오금’은 자주 등장한다. 오금은 무릎 뒤, 즉 무릎이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오금의 통증은 다른 부위의 이상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역으로 오금이 펴지지 않으면 무릎뿐만 아니라 허리, 고관절, 발목까지 같이 퇴화한다. 노인의 경우 각 신체 기능이 더 급속하게 떨어지므로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안강병원 제공

주로 기분이나 생각을 빗댈 때 오금에 감정을 실어 표현하는데, 실제 오금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흔하다. 오금 자체를 지나는 힘줄의 문제 또는, 오금에 해당하는 관절에 물이 차거나 손상이 오는 경우다.

그런데 오금이 아픈 것은 오금이 아닌 다른 부위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허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오금에 통증을 느끼고, 고관절이나 무릎의 이상도 오금에 통증을 호소한다. 오금이 묵직하면서 발바닥이 아픈 경우, 족저근막염이나 발바닥 그 자체의 통증일 수 있다.

그중에 특히 무릎을 잡아주는 인대가 늘어지거나 끊어져서 불안정이 심해진 경우 더욱 통증이 악화되고 오래가면 오금이 굽어 다리가 온전히 펴지지 않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오금이 펴지지 않으면 무릎뿐만 아니라 허리·고관절·발목까지 같이 퇴화한다. 즉, 꼬부랑 할머니가 더 빨리 퇴화하므로 무시무시한 병이다. 즉시 고쳐야 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척추협착증이나 디스크탈출증과 같은 척추질환에도 오금의 통증이 흔하게 동반된다. 허리에서 나와 발끝까지 전깃줄처럼 내려오는 신경을 따라 통증이 지속되는데, 엉덩이나 오금·종아리·발목 등 일부분만 아픈 경우도 있다.

엉덩이나 대퇴 뒷부분 근육(햄스트링)의 긴장이나 손상도 오금 통증을 유발한다. 앞서 말한 무릎 자체의 문제 역시 오금 통증의 흔한 원인이다. 사람들은 흔히 무릎 통증을 관절염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 가장 많은 원인은 슬개대퇴증후군이다. 슬개대퇴증후군의 30%는 오금의 통증을 동반한다. 오금을 눌러 아프지 않은 다리와 비교해 압통이 심한 경우는 그보다 훨씬 많다. 다시 말해 슬개대퇴증후군은 대부분 오금의 긴장을 동반한다고 할 수 있다.

발목에 문제가 있는 경우 수년 후 무릎의 통증이나 관절염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임상 결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무릎과 관절은 서로 움직임과 힘을 나누어 가지는 구조이므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뼈에서 발바닥 앞쪽으로 뻗은 두껍고 강한 섬유성 결합조직 구조물인데,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족저근막염이 생기면, 발의 통증뿐만 아니라 종아리나 오금의 통증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나이가 들면서 발바닥 아치가 가라앉아 평발이 되는 경우가 있다. 평발은 걸을 때 위로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여 무릎 손상까지 유발한다. 이런 경우 발과 무릎을 같이 치료해야만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난다.

모든 근육에는 근방추(筋紡錘·적절한 근육 길이를 유지해 주는 특수한 근섬유 집합체)라는 감지기가 있다. 만성통증의 경우 이 감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오금이 긴장되는 경우가 많다. 무릎이 아프면 오금의 긴장을 찜질이나 마사지 등으로 풀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FIMS(투시영상하 미세유착박리술 및 신경자극술)는 적절한 자극을 가해 비정상적으로 긴장된 오금을 쉽게 펼 수 있는 방법이다.

통증이 오래됐다면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당장 효과가 좋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퇴화를 유발하며 만성통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수술 역시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득과 실이 있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