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뒤 지방자치제 민선 8기가 시작된다. 자치구별로 주민 생활 혹은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해결 과제의 현안들을 정리했다. 국정과제와 달리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사안들이다.


◇ [강서구]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구청장 조율 관건

강서구 최대 현안은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다. 화곡본동의 도심복합사업, 방화 2구역의 신속통합기획 사업지 선정 등 지역주민들의 재개발 열망에 발목을 잡는 것이 고도제한으로 인한 낮은 사업성이다.

고도제한은 강서구 면적의 97%에 달하는 40.3㎢의 지역에 걸쳐있다. 해당 지역은 13층(57.86m)을 넘는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수십 년간 개발 추진이 어렵다 보니 대규모 재개발보다는 소규모 빌라를 짓는 경우가 많았다. 새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늘어나면서 전면 재개발은 점점 요원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강서구가 완화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2012년에는 고도제한 설정 구역에 함께 포함된 서울시 양천구, 부천시와 협력해 고도제한 완화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활주로 반경 4km 이내(강서구 면적의 64.7% 포함)는 해발 119m까지 고도가 완화되어도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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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2015년에는 비행 안전을 해치지 않는 경우 고도제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항공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연이어 2018년에는 한국교통연구원이 항공학적 검토 전문기관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김포공항 주변에 설정된 ‘고도지구’가 해제되며 고도제한 완화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최종 관문이 남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 기준까지 개정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5년에 가입해 김포공항 주변은 ICAO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2015년부터 국제 기준 개정이 논의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개정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고통받는 건 지역 주민들이다. 이미 도심복합사업 추진 동의율이 60%를 넘은 화곡본동 1구역은 8차 후보지가 발표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강서구의 또 다른 재개발 사업지인 방화 2구역도 우려가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 표 ‘신속통합기획’ 사업지로 선정됐지만 고도제한 때문에 용적률과 층수 규제 완화의 혜택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계속해서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도제한 완화는 서울시는 물론 ICAO, 국토부 등 여러 유관기관들이 얽혀있는 사안이다. 앞으로 민선 8기에서 어떻게 사업을 조율하고 사업의 실마리를 풀어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 [구로구] ‘17년 숙원’ 차량기지 이전, 안개 걷힐까

구로 차량기지 이전 문제는 민선 8기 구로구의 주요 현안이 될 전망이다. 17년을 끌어온 구의 숙원은 올해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자들이 차량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전 예정지인 광명시의 극렬한 반대가 지속되고 있어 사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구로 차량기지 이전 사업은 2005년 ‘수도권발전 종합대책’으로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이전 예정지들로 거론된 광명시, 부천시, 구로구 항동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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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09년, 3순위 후보지였던 광명시가 협상에 나서며 전환점을 맞았다. 광명시는 광명시와 시흥시 지역 일부를 보금자리 구역으로 지정할 것과, 차량기지 지하화, 역사 신설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국토부가 2010년 광명·시흥지구를 보금자리 주택 지구로 선정할 때까지만 해도 순조로운 듯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 등을 이유로 4년 후인 2014년 지구 지정을 해제한데다 차량기지 지하화도 용역비 증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물거품이 됐다.

광명시는 협상 조건이 파기됐으니 차량기지도 광명시로 이전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최종적으로 광명시는 보금자리 해제를 이유로 5개 역 신설과 차량기지 지하화를 추가로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사업비 초과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며 갈등은 격화됐다.

국토부는 인천 연수구 청학역에서 광명시를 통과해 서울시 노량진역으로 들어가는 ‘제2경인선 연결사업’의 선결 조건으로 구로 차량기지 이전을 내세우며 광명시를 압박하고 있다. 광명시도 공동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차량기지 이전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구로구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광명시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17년을 끌어온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금천구] 이전 대신 축소, 군부대 부지 개발 탄력받나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공군부대 부지 이전문제가 방향을 틀었다. 17년간 실마리를 못찾던 이전 사업이 주민협의를 통해 공군부대의 완전 이전이 아닌 부대 일부를 고밀개발하고 잔여 부지를 개발하는 ‘절충안’으로 선회했다.

이 부지는 서부간선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에 걸쳐 있어 ‘알짜’ 부지로 꼽힌다. 부지 규모도 축구장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12만 5000㎡로 큰 편이다. 공군부대 바로 밑에 있던 육군 도하부대의 경우 2010년 이전을 마쳤고 해당 부지는 현재 3000 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 촌이 들어선 상태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인 모습을 보며 인근 주민들의 관심은 공군부대 이전으로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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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완전 이전을 목표로 화성시, 용인시, 광명시 등지를 타진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결국 금천구는 작년 5월 공군부대 일부 존치 후 잔여 부지 개발이라는 합의점을 도출했다. 현재 40여 동의 부대 업무시설과 8개 동의 군 관사 아파트를 고밀 개발해 남는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안이다. 이미 동작구 대방동 항공안전단 부지가 비슷한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된 바 있어 실현성이 없는 건 아니다.

협의점은 찾았지만 남은 과정이 녹록지 않다. 존치할 부대면적과 개발방식을 놓고 국방부와의 협의는 물론 주민들 간 협의도 거쳐야 한다. 이 밖에도 개발사업방식, 예산 마련 방안, 시공사 선정 등 구의 숙원 해결까지 첩첩산중이다.

금천구는 2025년 신안산선 개통, 대형병원 준공에 더해 공군부대 부지 개발로 서울 서남권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구의 발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공군부대 이전 사업이 한 달 남짓 남은 지방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성동구] 성수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 부지 활용 방안은?

올해 6월 말까지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이 완전 철거된다. 7년에 걸친 성동구의 숙원은 이제 해당 부지에 들어설 시설에 대한 기대로 옮겨가고 있다.

성동구1가 683번지 일대에 삼표레미콘 공장이 들어선 것은 1977년이었다. 45년 간 서울과 경기도 일대 공사현장에 막대한 양의 레미콘을 공급해오던 최전방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분진, 소음, 교통체증을 참다 못한 주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여 15만 명이 이전동의에 참여할 정도였다. 이에 구는 2017년 10월 서울시, 삼표산업, 현대제철과 4자 간 실무협의를 거쳐 공장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28일 열린 삼표레미콘 철거 착공식 현장./ 성동구 제공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다. 공장 철거 소식에 성수동은 물론 인접한 행당동과 응봉동의 부동산 값이 들썩이는 등 부동산 시장도 ‘호재’로 인식했다. 공장 철거가 확정되고부터는 ‘무엇이 들어올까’에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쏠렸다. 최초 계획은 공장 부지를 공원화하는 것이었지만 공원 부지로는 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해 용도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공장 완전 철거 후인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부지 활용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28일 열린 삼표레미콘 공장 해체 착공식에서 “서울시는 이 일대를 ‘2040 서울플랜’에서 제시하고 있는 ‘청년 첨단 혁신축’ 강화와 미래 서울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중요한 전략적 부지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수 아크로포레스트와 같은 초고층 랜드마크 주거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장 부지는 성수대교와 강변북로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앞쪽으로는 서울숲이 있어 조망권도 확보되는 ‘알짜’ 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100~200%의 용적률이 적용되는 현재 공장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로선 5층 이하의 저층 주거지만 가능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성동구청장이 서울시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은평구] 증산 4구역 재개발, 주민 갈등 봉합 시급

은평구 증산 4구역 재개발을 놓고 주민간 갈등을 구청이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가 민선 8기의 지역 현안으로 대두됐다. 현재 70%의 동의율을 넘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태도가 강경하기 때문이다.

증산 4구역은 작년 12월 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본 지구로 지정됐다.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2025년까지 공공주도로 서울에 32만 호를 비롯해 전국에 83만 호의 주택을 짓겠다는 ‘3080+ 주택공급대책’(2·4부동산 대책)의 일환이다. 대상지로 선정된 곳에는 조합원 분담금을 민간사업에 비해 30%가량 줄여주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 대비 60~70%로 책정한다.

작년 6월 증산 4구역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를 둘러보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LH관계자 모습./ 은평구 제공

이미 2019년에 일몰제로 재정비촉진구역이 해제된 증산 4구역으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단기간에 주민 3분의 2 이상이 사업에 동의하면서 후보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증산역 인근 상가주들과 대형 필지를 가지고 있는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방식은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 특성상 충분히 시간을 갖고 사업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부는 투기적 수요를 막기 위해 2·4대책이 발표된 이후에 거래된 주택에 대해서는 현금청산하겠다는 규제책을 내세웠다. 해당 대책이 나온 후로 부동산 거래는 씨가 말랐고 제 시세대로 팔 수도 없게 됐다. 증산 4구역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그대로 추진될지 여부도 관심거리이다. 다음 구청장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까.


◇ [서울시] 서울시 핵심 과제는 ‘쓰레기 소각장 부지 확보’

민선 8기 자치단체간 의견 조율 문제중 핵심 과제가 ‘쓰레기 소각장 유치’다. 시 내부 소각장들이 시설 노후화로 소각량을 줄이고 있어 1000t가량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시설이 필요하지만 자치구들이 자기 구에 두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에서 운영하는 쓰레기 소각시설은 32곳이다. 이 중 60%에 달하는 19개 소각장의 자연수명이 다했다. 양천 소각장은 11년, 강남 소각장은 무려 12년이나 사용연한을 넘겼다. 이곳들은 노후화된 시설 정비를 위해 매번 소각량을 줄여야 하는 처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천시는 2025년 말까지 서울·경기·인천의 생활 쓰레기 1만 4000여t을 매일 처리하는 ‘서구 3-1 수도권 매립지’를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용연한이 남은 인천 서구 매립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타지역의 쓰레기를 왜 인천에 매립하냐는 지역 여론을 의식한 인천시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서울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쓰레기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는 18개 후보지의 타당성 용역 조사를 거쳐 오는 6월까지 소각장 설립 부지를 확정짓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발표 기한을 3차례 연장한 것이다. 대표적인 기피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달가워하는 자치구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규 쓰레기 소각장 후보지로 강동구 감일·고덕지구가 거론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사태도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적어도 폐기물, 쓰레기 처리에 관해서는 다른 지자체에 의존하지 않고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미라서, 오는 6월 발표될 소각장 부지에 따라 지역사회가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김용완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