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흔한 증상이지만 상부 경추신경, 삼차신경, 부신경 등 여러 가지 신경들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사고로 목을 다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어지러움이다. 사람이 ‘어지럽다’고 표현할 때는 크게 두 가지 증상이 있다. 가만히 있는데 사물이 빙빙 돌거나, 움직이려 하는데 몸이 핑 도는 느낌(spinning)이 드는 것이다. 목이 다쳤을 때는 후자(後者)에 더 가깝다.

이는 우리 몸과 안구의 움직임이 밀접하게 연관된 반사 기능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도 안구는 한곳을 응시한 채 고정될 수 있어야 하며, 반대로 몸이 가만히 있어도 안구는 여기저기를 번갈아 봐야 한다. 굳이 명령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신체 기관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목, 즉 척추신경 가운데 목 부분에 있는 경추신경(頸椎神經)에 문제가 생기면 위치를 잡는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 그 결과, 앞서 언급한 어지러움 외에도 ▲피곤하면 눈부터 흐려진다 ▲눈부심이 발생한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잠시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초점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안구에 통증이 생긴다 ▲눈물의 흐름이 약해지고 그 증상이 악화된다 등 안구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이 꼭 교통사고로 목을 다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걸어야 하는 직립보행(直立步行)이 숙명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특히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요즘 인공수정체 삽입 후 이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꽤 있다. 필자 역시 그중 하나로, 수술 후 증상이 심해져 고통을 겪었다. 눈은 그 자체의 고통이나 불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 곳곳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수술 전 어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지, 상부 경추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했다.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러지 못했던 나 자신이 안타깝다.

뒷목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동반되는 대표적인 증세 중에는 턱관절 통증과 삼차신경통도 있다. 턱관절 통증은 턱관절 자체의 문제보다 턱관절 주위의 근육이 긴장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턱관절을 지배하는 신경은 삼차신경인데 이것도 눈처럼 상부 경추신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작곡가를 꿈꾸는 시골 소녀의 성공담을 그린 영화 ‘코요테 어글리’ 주제곡으로 더욱 유명해진 음악가 리앤 라임즈(LeAnn Rimes)는 일상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턱관절 통증을 앓고 있다. 콘서트 도중 턱이 빠지기까지 한 그녀의 아픔은 턱관절에 그치지 않고 두통·목통증·우울·불안도 엄습했다.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눈부심이나 어지러움까지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뒷목 이상과 함께 나타나는 문제는 두통과 어깻죽지 위쪽(승모근) 통증이다. 두통 중에 가장 많은 형태는 긴장성 두통인데, 긴장성 두통을 유발하는 압도적인 원인이 있다. 상부 경추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추성 두통이다. 적어도 전체 두통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두통은 흔한 증상이지만 상부 경추신경, 삼차신경, 부신경 등 여러 신경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병이 오래되면서 ▲어지러움 ▲눈부심 ▲안구 통증 ▲턱관절 통증 ▲안면 통증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어울려 나타나기도 한다.

눈·코·입을 포함한 얼굴과 머리, 목, 어깻죽지 등은 뇌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우리 몸이 움직일 때마다 같이 호흡을 맞춰야 예기치 못한 위험도 감지할 수 있는 구조이므로 척추신경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즉 위험에 처할 때 대처하도록 반사 경로를 같이 한다.

하지만 각 부위의 병 하나만을 진단 기준으로 삼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연관되어 함께 행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물론 각 부위를 치료해 별문제 없이 지나가면 다행이지만 여러 복합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부르게 치료하면 더욱더 심한 고통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