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성(56) 서울 중구청장은 중구에서 초·중·고를 나온 ‘중구 토박이’다. 토박이 출신으로서는 첫 중구청장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나 ‘구민’으로서 중구 발전에 대한 염원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한다. 취임 직후 첫 두 달간 관내 15개 동을 돌아다니며 주민 1300여명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0여일간 3000명이 넘는 구민과 소통하며 향후 4년 구정 방향을 다잡았다는 김 구청장을 중구 다산성곽마을마당에서 12일 만났다. 그는 “구민과의 소통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첫 번째라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 조성된 다산성곽마을에서 김길성 중구청장이 취임 100일 소회를 밝히고 있다. /중구

-취임 100일이 조금 넘었다. 소감이 어떤가.

“기자, 의원보좌관, 청와대행정관, 공기업 사장 등 여러 경험을 했지만 구청장 일이 훨씬 넓고 다양하다. 지난 100일간 주민 생활관련 업무부터 도시 개발까지 챙기느라 힘을 쏟았다. 가장 신경쓴 건 주민과의 소통이었다. 중구를 서울 중심 도시로 회복하기 위해 밑바닥을 다진 기간이었다.”

-중구에는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가 많다.

“중구민의 70%가 사는 다산로의 거주지 65.1%는 30년 넘은 저층 주택이다. 역사문화와 경관 보존으로 고도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보존도 필요하지만 규제가 장시간 적용돼 중구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런 점을 피력해 지난 9월 약수지구단위계획에서 고도제한 완화가 이뤄져 10m를 높일 수 있게 됐다. 3개 층이 더 올라간 셈이다. 앞으로 고도제한 등을 완화해도 경관침해가 없다는 근거자료를 마련해 서울시에 규제 완화를 적극 요청하겠다.”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은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그간 소극적이었던 지역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바꿔 지난 8월 구청장 직속으로 도심재정비전략추진단을 신설했다. 전문인력 13명이 각종 개발과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조합 직접설립제도를 도입해 구청이 조합설립 비용을 지원하고 진행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단축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조합 직접설립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신당역 사이 노후 주택 밀집지인 신당 10구역에 먼저 도입하기로 했다. 이 지역은 신통기획안 수립으로 향후 1400여세대, 35층 높이의 대규모 주거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중구는 타 자치구에 비해 존재감이 적은 편인데.

“중구는 600년 조선의 수도 한양이 자리했던 곳이다. 숭례문·덕수궁·한양도성길·정동길 등 역사명소부터 국립극장·충무아트센터·서울시립미술관 등의 공연 전시관, 을지로나 명동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아쉬운 점은 이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순신 생가터’가 중구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조선 최고의 명재상 류성룡의 집터도 있다. 통영·여수에서는 매년 이순신 축제를 열며 관광객을 불러모으는데 중구는 아무 일도 안 한 셈이다. 앞으로 이같은 역사자원을 발굴, 축제와 전시관 등으로 존재감을 키우겠다.”

-초등돌봄 사업이 민간에 위탁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구의 초등돌봄은 좋은 성과를 낸 정책이다. 하지만 안으로는 문제가 많았다. 당초 교육청의 업무였던 ‘학교 안 돌봄’을 중구청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3년간 위탁받아 운영했다. 학부모들은 만족했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교육청이 지원하겠다고 했던 ‘돌봄 예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 타 기관인 구청에 예산을 보낼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지금까지 중구가 초등돌봄에 투입한 돈만 236억원이며 매년 유지비만 60~70억원은 든다. 초·중·고를 아울러 균형있게 분배돼야 할 예산이 특정 대상에게만 비정상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재정자립도 2위인 중구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정컨설팅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초등 돌봄사업을 맡는 부서가 주차장·체육시설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인 것도 문제다. 아동 성장과 발달을 잘 아는 교육전문기관이나 학교의 힘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육청, 국가가 함께 나서야 돌봄이 문제없이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