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각지에서 6월 지방선거 이후 구청장이 새로 바뀐 곳을 중심으로 고도지구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공청회에서 “규제 완화 여부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저층 빌라촌 모습. 빌라촌 뒤편으로 고층 아파트들이 눈에 띈다./ 뉴스1

■ 서울 고도지구 면적만 여의도 ‘3배’

서울의 (최고)고도지구 규제는 1965년 처음 시행된 이후 북한산 주변, 남산 주변 고도지구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8곳이 남아있다. 면적만 922만 2300㎡로 여의도의 3배에 달한다. 문제는 규제 당시의 서울 도심 규모 크게 달라진 현상황에서 주민들이 고도지구를 지역 개발을 막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규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 27년 지속된 ‘남산 고도제한’··· 중구·용산구 “완화 기대”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산 주변 고도제한으로 건물들이 다 이렇게 낮고 옆으로만 뚱뚱한 모양”이라면서 “융통성 없이 장시간 지속된 규제로 중구의 발전이 지체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남산 고도지구에 포함되는 용산구의 박희영 구청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1980~1990년대 도입한 고도제한으로 개발 의욕이 상실되고 기반시설도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구가 앞서 가고 있다. 중구는 지난 9월 약수지구단위계획에서 고도제한 완화가 일부 이뤄져 3개 층(10m)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김 중구청장은 “고도제한을 완화해도 경관 침해가 없다는 근거 자료를 마련해 서울시에 규제 완화를 적극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용산구도 청파동, 한강로동의 초고층 개발계획이 잇따라 시의 승인을 받았다. 서울 재개발의 ‘대어(大漁)’로 손꼽히는 한남 뉴타운 개발도 고도제한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오 시장이 건물의 일률적 높이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하고, 한강변 스카이라인도 재조정하려는 입장이어서이다. 한남 2구역 수주전에 나선 한 건설사는 고도제한 완화를 전제로 한 설계안을 조합에 제출하는 등 업계에서도 고도제한 완화를 기정 사실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북한산 주변 고도지구 도봉구·강북구 “조속히 규제 완화해야”

도봉구와 강북구는 고도지구 규제 완화가 더욱 절실하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취임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구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을 조속 추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의 랜드마크인 북한산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1990년대 설정된 북한산 주변 고도지구의 면적은 약 355만㎡로 현재 남아있는 8곳의 고도지구 중 면적이 가장 넓다. 북한산 고도지구의 3분의 2면적에 포함되는 강북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지대 높이에 따라 높이의 차이를 두는 등 합리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며 일률적인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지난 9월 제314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는 홍국표 서울시의원은 “북한산 권역의 5개 구 중 도봉구와 강북구만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도봉구는 북한산 끝자락에 있음에도 가장 심한 규제를 받고 있어 도시개발과 주택정비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 해결 실마리는 있어··· “지금이 적기”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지금이 고도지구 규제 완화의 적기라는 의견이다. 실례로 지난 3월에는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 일대의 고도지구가 26년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이곳의 고도지구는 능동·구의동 일대 21만 9000㎡의 면적으로 그간 건축 높이가 16m 이하, 어린이대공원역 30m 반경에는 13m 이하로만 개발이 가능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고도 제한이 풀린 어린이대공원 인근을 고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 시장도 지난 9월 서울시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 시정질문에 참석해 “북한산 기슭을 비롯해 몇 군데 경관보호를 위해서 재산권의 침해를 받고 있는 시민 여러분들이 더 이상 그런 불필요한 불이익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며 규제 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