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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뇌졸중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들 질환은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 생명을 위협한다. 다행히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선행질환이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만으로는 완벽하게 심뇌혈관질환을 막을 수는 없다. 위험 요인이 없어도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기 때문. 미국의사협회지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55세 중년 남녀 중 당뇨병이 없고,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잘 관리하며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도 심뇌혈관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30~40%로 나타났다.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숨겨진 위험인자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심뇌혈관질환의 잔존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면역세포 돌연변이’가 주목받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의 숨겨진 위험, ‘면역세포 돌연변이’

면역세포는 백혈구가 대표적이며, 백혈구는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몸속에 누적돼 일정 비율 이상 존재하면 혈관 내에 염증반응을 촉진, 죽상동맥경화의 위험이 높아진다. 죽상동맥경화는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면역세포 돌연변이 누적으로 인해 심뇌혈관질환 발병률은 2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당뇨병에 준하는 수치로,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하여 심뇌혈관질환 발생 빈도가 2~3배 높다. 또한 면역세포 돌연변이 존재는 심혈관질환에서 흡연만큼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흡연·방사선 등 환경적 원인도

면역세포 돌연변이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이가 들면 여러 신체 기능이 쇠퇴하는데, 돌연변이를 수선하는 기능 역시 나이가 들면서 떨어져 면역세포 돌연변이가 누적될 수 있다. 또한 면역세포 돌연변이는 흡연·방사선·미세 먼지 등과 같이 환경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방사선치료나 항암화학치료를 받은 암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면역세포 돌연변이가 더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암물질이 대량 발생한 재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과 응급 구조대원에서도 면역세포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최수연 교수는 “면역세포 돌연변이는 혈액학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알려진 개념이고, 관련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며 “면역세포 돌연변이는 이미 잘 알려진 전통적인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인 흡연·콜레스테롤 등에 준하는 위험 요소로, 면역세포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경우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라고 했다.

◇면역세포 돌연변이, 혈액 검사로 확인

면역세포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전자 검사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내 몸속에 면역세포 돌연변이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방법은 혈액검사로 간편하다. 소량의 말초 혈액을 채취하여 차세대 염기 서열 방법으로 면역세포 돌연변이를 검출한다. 검사 결과를 통해 돌연 변이 발생 유전자와 개수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검출양에 따른 위험 정도를 알 수 있다. 면역세포 돌연변이의 검출 정확도는 99% 이상이다. 분석은 면역세포 돌연변이 분석 경험 1만건 이상의 숙련도를 보유한 전문 분석가들과 의학 전문가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와 차움의원에서 면역세포 돌연변이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최수연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임상적으로 알 수 있는 70% 위험인자 외에 30%의 숨은 위험 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라며 “기본 건강검진을 통해 전통적인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면역세포 돌연변이 유전자 검사를 하면 숨은 위험 요인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의 위험도에 따른 맞춤 개인별 관리를 의료진과 상의해 진행하면 된다.

면역세포 돌연변이는 고령에서 흔히 관찰될 수 있지만 40~60대에 면역세포 돌연변이가 의미 있는 정도로 발견된다면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금연을 하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식단에 채소를 늘리고,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는 등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생활습관도 실천해야 한다. 당장 심뇌혈관질환이 의심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정밀 평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