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고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국내 프리미엄 웨딩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급호텔 예식장은 올해 안에 잡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이고, 고가 명품 혼수·예물도 매번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국내 혼인 건수는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결혼을 하는 이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예식을 치르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급호텔 예식장은 올해 빈 곳이 없다…갈수록 커지는 프리미엄 웨딩 시장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5만8000건이었던 국내 결혼 건수는 2022년 17만1814건으로 33.4% 줄었다. 전국 예식장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 1030곳이었던 전국 예식장 수는 최근(2022년 11월 기준) 759개로 4년 만에 26.3% 줄었다. 서울 시내 예식장 수도 192개에서 143개로 25.5% 감소했다.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 예식장은 반면 올해 안에 빈 시간대가 쉽지 않다. 14일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 따르면 이곳 예식장은 올해 90%가량 예약이 끝났다. 이 호텔 관계자는 “토요일 예식은 올해 한 자리도 남아있지 않고, 일요일 저녁 예식 몇 자리만 비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서울도 올해 주말 예식 시간은 거의 마감됐다. 롯데호텔은 크리스탈볼룸 웨딩홀 같은 곳이 특히 인기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200명 미만의 소규모 예식보다 300명 넘게 하객을 불러 모으는 중·대형 결혼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넓고 규모 있는 연회장과 피로연장까지 갖춘 특급 호텔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프리미엄 웨딩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 예식장 빈 곳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포시즌스서울(①) 웨스틴조선서울(②) 서울신라호텔(③) 같은 곳은 예약이 올해 거의 다 찼다. 켄싱턴호텔 여의도(④)도 조만간 웨딩 쇼케이스를 연다. /포시즌스호텔서울·조선호텔앤리조트·켄싱턴호텔앤리조트 제공

◇고가 명품 혼수·예물도 번번이 ‘오픈 런’

혼수에 돈을 쓰는 금액도 예년보다 커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예비 신혼부부를 위해 운영하는 ‘롯데 웨딩 멤버스’의 지난해 신규 회원 수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1인당 구매 금액은 3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더 클럽 웨딩’ 가입 고객도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5.3%, 19% 가량 증가했다.

명품 시계·주얼리를 혼수 예물로 구입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경우도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해외 수입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다 보니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초 프랑스 보석업체 부쉐론이 반지 같은 주요 제품 가격을 10%가량 올렸고, 불가리도 올해 초 ‘비제로원 링(3밴드)’ 같은 제품 가격을 4~7% 가량 인상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구입액은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에 달했다. 1인당 구매 금액은 325달러(약 40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많았다.

고가 혼수·예물 시장은 과열되고 있다. 티파니(⑤⑥⑦⑧), 까르띠에, 불가리, 부쉐론 같은 업체 제품은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도 사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티파니앤코 제공

◇침대 가구 업체도 ‘프리미엄 웨딩’에 올인

침대·가구 업체들도 프리미엄 웨딩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다음 달 12일까지 ‘더드림페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에이스침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고급 침구 세트를 함께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다. 1년 내내 ‘웨딩 멤버스’ 프로모션 혜택도 확대한다. 신라인터넷면세점 같은 업체들과 협업해 각종 연계 할인을 제공한다.

시몬스는 19일까지 삼성전자 ‘비스포크 웨딩 클럽’과 손잡고 구매 금액에 따라 할인 바우처와 각종 사은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두 배 캐시백 행사도 진행한다. 가령 삼성 디지털 프라자에서 1000만원 구매 후, 3개월간 삼성카드 누적 결제금액이 시몬스에서 500만원, 나머지 품목에서 4000만원일 경우 시몬스 결제액은 두 배인 1000만원으로 합산한 총 5000만원으로 계산해, 최초 구매액 1000만원의 20%를 현금으로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