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가테이 오므라이스 /조선일보 DB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긴자 뒷골목 ‘렌가테이(煉瓦亭)’로 안내했다. 소박하다 못해 허름한 이 식당을 일본 정부가 2차 접대 장소로 선택한 건,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 입맛을 고려해서다. 렌가테이는 4대를 이어온 128년 노포로,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 유명한 경양식집이다.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를 놓고 논란이 있다. “도쿄 렌가테이가 원조”라는 이들과, “오사카 ‘홋쿄쿠세이(北極星)’가 원조”라는 주장이 맞선다. 시기로 보면 렌가테이가 훨씬 앞선다. 렌가테이 3대 사장 기다 아키토시(木田明利·현 사장은 4대)는 과거 인터뷰에서 “오므라이스는 1900년 식당 종업원 식사로 개발됐다”며 “종업원이 먹는 걸 보고 손님들이 ‘나도 먹게 해달라’고 요청해 1901년부터 ‘라이스 오믈렛’이라는 이름으로 메뉴에 올렸다”고 했다. 반면 1922년 창업한 홋쿄쿠세이에서 오므라이스를 낸 건 1925년으로, 렌가테이보다 24년 늦다.

하지만 렌가테이 오므라이스는 오늘날의 오므라이스와 다르다. 쌀밥을 달걀물에 섞어 타원형 오믈렛 모양으로 조리한다. 라이스 오믈렛이라는 원래 이름에 더 가깝다. 기다 사장은 “오믈렛으로 재료를 감싸는 형태의 오므라이스는 러일전쟁 직후인 1905년 이후로,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국적 선박에서 근무한 일본인 요리사들이 이들 국가의 필라프(볶음밥), 리소토 등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홋쿄쿠세이는 우리가 아는 오므라이스의 전형적인 맛과 모양이다. 닭고기, 버섯 등 여러 재료를 넣고 고슬고슬하게 조리한 볶음밥을 얇게 부친 달걀 오믈렛이 감싸고 있다. 여기에 토마토와 닭육수, 와인 등을 조려 만들어 케첩과 비슷한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소스를 뿌려 낸다. 속이 불편해 항상 오믈렛과 밥만 시켜 먹는 손님이 있었다. 이 단골을 안타깝게 여긴 요리사가 볶음밥을 오믈렛으로 싸서 “드셔보라”며 냈다. 손님이 맛있다며 이름을 묻자, 오믈렛과 라이스(쌀밥)를 합쳐 순간적으로 “오므라이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양쪽 모두 “오므라이스의 원조”임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인 지인들에게 물으면 대체로 도쿄와 간토(關東) 지역 출신들은 렌가테이 원조설을,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關西) 사람들은 홋쿄쿠세이 원조설을 지지하는 편이다. 관련 자료를 종합해보니, 서양 오믈렛과 동양 쌀밥을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떠올린 건 렌가테이다. 하지만 현재 오므라이스의 맛과 형태를 완성한 건 홋쿄쿠세이인 듯하다.

얇지 않고 도톰한 ‘수플레 오믈렛’으로 올리거나, 겉만 익고 속은 거의 익지 않은 오믈렛을 볶음밥 위에 올려 낸 뒤 오믈렛을 반으로 가르면 양옆으로 펼쳐지면서 흘러내리는 스타일 등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조를 따진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도 든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기발한 융합을 통해 더 풍성하고 맛난 식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맛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요리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편집국 주말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