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자치구의 민선 8기 출범이 1년을 맞았다. 민선 8기는 시작부터 변화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이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25개 구청 중 과반이 훌쩍 넘는 17곳을 차지한 것. 민주당이 24곳의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한 민선 7기와는 판세가 완전히 뒤집힌 결과였다.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기

지난 1년간 가장 두드러지게 바뀐 것이 개발 정책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당시는 개발보다는 도시의 원형을 보존하는 ‘도시재생사업’ 일색이었다. 중앙정부도 부동산 규제에 초점을 맞춰 재건축은 언감생심이었고 물량공급이 줄어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결국 재개발·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의 억눌린 열망이 폭발했고 이는 표심으로 표출됐다.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라는 숙명을 받고 선출된 구청장들은 앞다퉈 재개발·재건축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굵직한 개발 계획과는 별개로 자치구들에서는 주민과 직접 소통하며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었다.

예컨대 서울 중구는 ‘찾아가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노후 도심의 고밀·복합 개발을 장려하고 나섰다. 노후 아파트 단지가 많은 노원구·도봉구도 수시로 재건축사업 주민설명회를 열며 재건축 정보와 사업지 별로 맞춤 사업 추진을 컨설팅하기도 했다.

◆ 예산 낭비 논란 사업 축소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2년 주민 차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 단위로 뜨개질, 산책 모임을 만들고 각 모임마다 적게는 80만원에서 많게는 200~3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10년간 지속되며 시민단체 특혜 지원 의혹과 예산 낭비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결국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 폐지조례안’이 최종 가결되며 사업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한 자치구 고위 관계자는 “공동체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친목 모임에 수천만원대 예산이 들어갔다”며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의 폐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각 자치구들도 사업 축소에 나섰다. 도봉구의 경우 지난해 주민자치회 예산이 총 9억857만원(시비 1억9756만원 포함)이었으나 올해는 시비가 전액 삭감됐고, 구 자체 예산도 4억 1028만원으로 축소 편성했다. 영등포구도 총 6억7000만원이었던 주민자치회 예산을 1억48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구로·서초구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접고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만 운영하는 등 예년에 비해 사업 규모를 크게 줄였다.

◆ 여소야대 구의회 ··· 구청과 불협화음도

구정을 놓고 구청장과 구의회 간의 줄다리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17명이고 민주당 소속은 8명이지만 구의회는 민주당 의원이 다수인 ‘여소야대’인 경우가 15곳이나 된 탓이다.

양천구 이기재 구청장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과 밀접한 조례안을 대거 상정하지 않은 구의회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양천구에 따르면 구의회는 구가 제출한 조례 재·개정 안건 13건 중 9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안건에는 김포공항 소음 피해 지역 주민 지원안이나 장학기금 조성 등 이 구청장의 주요 공약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이 구청장은 “구민께 약속드렸던 공약 관련 예산안을 ‘구청장 길들이기’를 위해 삭감한다면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7월에는 광진구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 구의회와 부딪혔다. 광진구는 민생경제 대책 사업과 2040 광진플랜수립 예산 등이 포함된 추경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여야가 동률인 광진구의회에서 예산안 전액이 부결된 바 있다.

최근에는 경전철 서부선의 102번 역사 위치를 놓고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서대문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102번 역사가 당초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앞으로 계획됐으나 돌연 응암초(은평구)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같은 구 의회 민주당 측에서는 “역사 위치는 응암초(은평구)이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는 서울시의 공식 답변도 있었다”며 이 구청장을 허위 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