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경기도 기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 1년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시장·군수들은 ‘4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차근차근 걸음을 내딛고 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매 지방선거 때마다 난립하는 각종 공약들. 과연 ‘모두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 유권자들이 많다.

지켜지지 않는 허황된 약속들은 공약(公約)이 아니라 ‘빌 공’ 자를 써 ‘공약(空約)’으로 불리곤 한다. 말 그대로 헛된 약속이라는 뜻이다.

유권자를 현혹하는 공약인지, 아니면 정말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 우리에게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매니페스토는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을 말한다.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써,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평가 기준으로는 공약 구체성, 검증 가능성, 달성 가능성, 타당성, 기한 명시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매니페스토운동이 민주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등 관련단체에서 펼치고 있는 ‘한국형 매니페스토운동’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출마자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고 그 미래 계획을 검증해 보면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선거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당선자의 약속이행 여부를 스스로 발표하게 하고 유권자들과 함께 꼼꼼히 따져보며 다음 선거에서 선택의 기준이 되도록 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올해 1월 31일부터 80여일 동안 2023 민선 8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실천계획서(로드맵) 평가를 실시했다.

이번 평가는 시장·군수들의 선거공약 실효성과 실천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철학과 비전, 각 단체장 공약의 연차별 이행로드맵과 재정계획 등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실행매뉴얼을 작성, 공개하는 것을 평가하고 보완점을 진단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해 12월 5일 공약실천계획서 평가를 위한 4대 분야 35개 지표를 발표하고, 각 지역이 스스로 공약실천계획서를 작성해 지역주민과 모든 유권자가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또, 전문가로 구성된 매니페스토 평가단을 꾸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 최종 결과를 도출했다.

평가 항목은 갖춤성, 민주성, 투명성, 공약일치도 등 4개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이에 따른 35개의 세부지표를 두고 절대평가를 진행해 총점 90점 이상을 SA등급으로, 80점 이상은 A등급으로 선정했다. 이어 나머지는 B, C, D등급으로 분류했다.

평가 결과, 4대 분야 합산 총점이 90점을 넘어 SA등급을 받은 기초자치단체는 모두 51곳으로, 경기도에서 광명시, 고양시, 시흥시, 과천시, 의왕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80점을 넘어 A등급을 받은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구리시, 화성시, 용인시, 하남시 등을 포함해 모두 65곳이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이들 공약실천계획서 대해 체계적인 공약 구성으로 안정적인 추진이 가능하며, 공약 관리가 투명해 민주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SA등급을 받은 광명시에선 민선8기를 맞아 ‘2050 광명시 탄소중립도시 선포식’을 개최하고 6대 전략 100개 추진과제를 발표하는 등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1). 마찬가지로 최우수 등급에 이름을 올린 고양특례시는 3200억 규모 통합하천사업에 선정, 민선 8기 공약사항인 ‘멱 감고 발 담그는 하천 만들기’ 추진에 본격 나섰다(사진2). 시흥시에선 곧 조성 30주년을 맞이하는 시화호를 대한민국 대표 해양레저 관광 거점으로 만들 방침이다(사진3). 과천시에선 교통 공약인 ‘과천~서울대 지하철’ 노선 개통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공식 천명했다(사진4). 의왕시 공약사업인 ‘백운호수변 명품 호수공원 조성’사업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사진5).

A등급을 받은 남양주시에선 ‘슈퍼성장 기반조성’ 지역특화발전을 위해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체결, 추진하고 있고(사진6), 구리시는 공약사업인 갈매동 복합청사 준공을 완료하는 등 벌써 31.7%의 공약이행률을 달성했다(사진7). 화성시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의 연구·제조시설 1350억 원 투자 유치를 확정 짓는 등 첨단도시 조성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8).

용인특례시 역시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사업 계획을 확정하는 등 ‘L자형’ 용인 반도체 벨트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다(사진9). 하남시는 민선 8기 핵심공약인 ‘K-스타월드’ 건립을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서는 등 공약 이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사진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