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동대문구는 보도자료를 내고 1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포함된 민생 예산이 대거 삭감됐다며 구의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동대문구가 낸 1256억원의 편성안 중 삭감된 금액은 123억원. 삭감된 예산에는 ▲노후 경로당 시설개선 ▲'밥퍼’ 인근을 포함한 어린이 안전 통학로 개선 사업 ▲ 탄소중립 지원센터 운영예산 등 복지와 관련되거나 국비·시비 매칭 사업들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4일 마포구의회는 효도밥상 대상자 확대를 위한 조리센터 조성비 목적의 추경 예산 3억78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사진은 효도밥상 급식기관에서 식사 중인 어르신들 모습. /김용완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

당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개인 SNS를 통해 “동대문구의회에서 탄소중립 도시와 스마트도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면서 “어렵게 마련한 국/시비 매칭 예산도 삭감됐다. 오늘 발걸음이 무겁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대문구의회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범용 CCTV 설치 실적이 저조해 기정예산 집행을 촉구하는 등 추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했다”고 반박했다.

동대문구처럼 서울 자치구의 추경안이 구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영등포구는 올해 첫 추경 1609억원 중 371억원이 삭감됐다. 구 관계자는 “보훈대상자 예우, 경로당 시설 개선, 마을버스 적자 지원 등 민생 사업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달 6일 영등포구의회 1주년 기념식장 앞에서 추경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영등포구

이같은 현상을 ‘여소야대 구의회’ 탓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17명, 민주당 소속은 8명이지만 구의회는 민주당 의원이 다수인 여소야대인 경우가 과반을 넘는 15 곳이다. 구청장과 소속 당이 달라 의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애꿏게 구민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마포구의 경우 추경 예산으로 편성한 789억의 중에서 11억3900만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금액 자체는 적지만 박강수 구청장의 핵심 공약 사항인 ‘효도밥상 사업’과 ‘홍대 관광특구 활성화 사업’ 등의 예산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아쉬움을 넘어 참담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등포구의 한 마을버스 업체가 의회의 추경 예산 삭감에 반발하며 항의성 현수막을 달고 운행하고 있다. /영등포구

영등포구에서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의 대표는 “요금은 8년째 동결인데 급여나 유류비 등 비용이 크게 늘면서 업체당 평균 15억가량 적자인 상태”라며 “영세 업체는 시나 구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영등포구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크게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가피한 운행 횟수 조정 등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와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