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1층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에서 '유아 영어교실' 수업이 열리고 있다. 무료인 이 수업은 원어민 교사가 매주 1~2차례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부산시 제공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 색깔은 뭘까(What color clothes am I wearing right now)? 파란 눈의 원어민 선생님이 옷 색깔을 물었다. “Orange!”, “Pink!”, “Red!”, 예닐곱살쯤 되는 아이들이 손을 들며 소릴 질렀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 사상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안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에서 열린 영어수업은 활기가 넘쳤다. 미국인 교사 오란(Orran)씨는 “아이들이 밝고 발랄해 영어로 말하기를 즐거워 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이 ‘영어하기 편한 도시’를 향해 가고 있다. 사상구 ‘들락날락’의 ‘유아 대상 영어교실’은 그 변화의 한 사례다. 무엇을 만들거나 놀이를 하면서 생활 영어를 익히는 들락날락 영어교실은 체험형, 놀이형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주 1~2차례 하루 1시간씩 원어민 교사가 파견돼 무료로 진행된다. 현재 부산시내 12곳의 들락날락에서 운영 중이다. 신명식 부산시 창조교육과장은 “내년엔 들락날락 영어교실은 30~4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말하는 영어 1.1.1’. 수년, 수십년 영어공부를 하지만 문법, 독해에 매달려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비극’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부산시교육청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다. 1일 날마다 듣기, 1일 1문장 말하기, 1분 말하기 등을 통해 진짜 ‘말할 수 있는 영어’를 교육한다. 현재는 초등 3학년~중학생을 위한 영어 교육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고 차츰 학부모 등 시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8월 부산시교육청과 ‘영어하기 편한 도시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프로젝트 전담팀을 구성하고 양측의 협업을 구체화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이 협약에서 ‘부산 말하는 영어 1.1.1’ 등과 같은 부산형 영어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 교수 인력 역량 강화, 체험 프로그램 확대, 거점별 영어 학습공간 조성 등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시는 교육청과 함께 해운대, 부산진구 서면, 영도구 동삼동, 해운대구 반송동 등 3곳에 영어교육거점센터를 개설했고 다른 지역 2곳에 추가 설치를 추진 중이다. 또 지난 7월 교육부의 교육국제화특구에 선정된 중구, 남구, 해운대구, 사하·사상구 등 4개 권역에 대한 영어교육 기반 확대를 위한 마스터 플랜을 짜고 있다.

남정은 부산시 청년산학국장은 “‘영어하기 편한 도시’는 거의 평생 공부를 해도 말문을 트지 못하는 학생·시민들의 고민을 해결, 삶의 질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며 “또 싱가포르나 홍콩·도쿄·상하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해외 기업들이 몰려드는 ‘글로벌 허브 도시’로 가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