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부터 사흘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언더스테이지, 뮤직 라이브러리, 스토리지, 아트 라이브러리 등 이른바 ‘현대카드 구역’ 일대가 5만여 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예술·학문·경영·기술 등 각 분야의 독보적인 아이콘들을 만날 수 있는 현대카드의 문화 융복합 이벤트 ‘2023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이하 다빈치모텔)’이 열렸기 때문이다.

헤드셋을 착용한 '다빈치모텔' 관객이 메타(META)의 신기술인 MR을 통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체험을 만끽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세계를 이해하고 인간을 사랑하게 만드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

‘다빈치모텔’이 시작된 15일 오후 5시. 언더스테이지에서 가수 멜로망스가 감미로운 음악을 선사하는 사이, 스토리지에서는 영화미술 감독 류성희가 ‘장면을 여는 순간’을 주제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류 감독은 “내가 영화를 하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동시간,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는 생태학자 최재천이 인간이 자연과 생태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었다.

최근 넘쳐나는 뮤직 페스티벌, 아트 페스티벌, 인문학 페스티벌과 달리 ‘다빈치모텔’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쉽지 않다. 문학, 음악, 인문학, 과학기술, 스포츠,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지성과 감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까닭이다.

‘다빈치모텔’은 미술, 건축, 과학, 문학 등 분야를 넘나들며 천재성을 발휘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1960년대 미국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사람들이 우연히 머물러 휴식을 취하던 모터호텔(모텔)에서 행사명과 콘셉트를 착안했다.

그 태생에서 유추할 수 있듯 ‘다빈치모텔’의 다채로운 공연, 토크, 강연 등을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게 된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대표와의 대담회에서 “브랜딩이란 결국 내가 누군지를 알아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자기다움’ ‘정체성’을 찾는 일”이라고 했다. ‘다빈치모텔’은 결국, 현대카드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몸으로 부딪히며 즐겁게 경험하는 미래의 기술

“오른쪽에 캘리포니아 사막이 보이시나요? 자동차 주유기를 뽑아서 기름을 넣어주세요. 열쇠를 들고 다빈치모텔에 체크인하세요. 손을 들어 투숙객들에게 인사하시겠어요?”

헤드셋을 착용한 ‘다빈치모텔’ 관객이 허공에 손을 흔드는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메타(META)의 신기술인 MR(Mixed Reality, 혼합 현실)을 통해 ‘다빈치모텔’의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이며 체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앞서 현대카드는 불법 암표 근절을 위해 국내 문화 이벤트 최초로 행사 티켓 전량을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로 발행했다. 이로 인해 ‘다빈치모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NFT 티켓을 구매하고, ‘NFT 아트의 선구자’ 톰 삭스의 강연까지 듣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난해한 개념의 NFT에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비대면의 시대, 직접 만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다

“이렇게 관객 가까이에 선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저만 나이든 줄 알았더니 팬들도 많이 나이가 들었네요. 덕분에 외롭지 않아요(웃음).”

‘다빈치모텔’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가수 이효리가 관객들을 향해 농담을 건넸다. 언더스테이지의 무대와 관객석 사이는 얼굴에서 서로의 세월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여러 해에 걸친 팬데믹과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혼자’와 ‘비대면’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다빈치모텔’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직접 만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다빈치모텔, 이태원 온 마을이 함께하는 잔치

‘다빈치모텔’이 진행되는 72시간 동안 이태원은 마치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며 잔치를 벌이는 마을 같았다. 비단 아티스트들의 깜짝 무대뿐만 아니라,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에 위치한 이웃 업장들도 ‘다빈치모텔’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료 관객을 포함해 총 5만 명이 이태원을 오가며 ‘다빈치모텔’을 즐겼다.

침체된 상권 때문에 고심이 깊었던 이웃 상점들 또한 잠시나마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마디로 ‘다빈치모텔’은 온 마을이 함께하는 축제이자 잔치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