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무릎은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를, 오른쪽 무릎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유만순(67) 환자는 왼쪽 무릎의 관절염 진행을 늦출 수 있게 됐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보건복지부 신(新)의료기술 평가위원회가 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내 주사 즉,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법의 통증 완화 효과를 인정하면서 주사치료가 중기 무릎관절염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절염의 진행을 최대한 늦춰 가능한 인공관절수술을 피하고 싶은 중기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자가골수줄기세포치료는 2012년에 신의료기술로 결정돼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았다. 다만, 당시에는 15세 이상 50세 이하 연골결손 환자이면서 외상으로 인한 연골손상 크기가 2~10㎠ 이내인 경우만 치료 대상으로 인정됐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현재 환자 본인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쓰는 자가줄기세포치료만 인정하고 있다. 골수 외 다른 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치료의 안정성과 유효성은 정식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에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가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함으로써 치료대상, 적응증, 치료방법이 확대됐다. 모든 연령대의 무릎 관절염 2~3기(중기) 환자에게도 안전하며 효과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백지훈 원장이 중기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환자 본인의 골수혈액에서 추출한 다량의 줄기세포 및 성장인자가 포함된 골수 농축물을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하고 있다.
이수찬 대표원장은 주사한 다량의 줄기세포 및 성장인자가 포함된 골수 농축물이 관절강으로 흘러들어가 항염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법은 먼저 골반 위쪽 장골능에서 피를 뽑는다. 이 골수혈액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다량의 줄기세포를 포함한 고농축된 골수 농축물을 추출한 뒤 무릎 관절강에 주사한다. 골수 농축물에 포함된 줄기세포와 성장인자에는 항염 효과가 있어 관절 통증을 완화하고 기능을 개선한다. 또한 연골재생 효과도 있어 관절염의 진행을 늦춘다.

SCI(E)급 학술지인 정형외과 수술 및 연구 저널에 따르면 중기인 2~3기 관절염 환자 13명이 첫 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를 받고 1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경골 연골의 두께가 평균 2.15mm에서 2.38mm로, 대퇴골 연골 두께가 평균 2.16mm에서 2.5mm로 두꺼워져 연골이 약 10~11% 가량 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무릎관절염의 기존 줄기세포 치료법은 마취 후 무릎을 약간 절개하고 제대혈(타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도포하는 방식이었다. 수술 후 3~6주간 체중부하를 제한해야 하고, 절개 상처도 치료해야 한다. 연골결손면적이 2~9㎠일 때만 치료가 가능하며 비용부담도 큰 편이었다. 반면 주사치료는 마취나 절개할 필요가 없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또 연골결손면적에 제한이 없고, 비용도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주사시술 후 통증이 거의 없어 바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 정도 입원을 권하기도 한다. 1회 시술로도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관리를 잘 하면 최소 2년 이상 효과가 유지된다고 기대할 수 있다. 힘찬병원은 수십 회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골수혈액에서 최대한 줄기세포층만을 추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월 초부터 약 4주간 50명에게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치료 후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중대한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없었다. 4명이 무릎에서 일시적인 면역반응을 보였으나 이틀 뒤에 호전됐다.

이수찬 대표원장은 “환자로부터 채취한 골수혈액을 원심분리기로 분리한 다음, 사람의 손이 아닌 특허 받은 분리기로 다량의 줄기세포 및 성장인자가 포함된 골수 농축물을 추출해 주입하기 때문에 치료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으로 추출하면 추출하는 사람에 따라 줄기세포의 손실량이 다를 수 있다. 또 “줄기세포가 포함된 골수 농축물을 추출한 후 특허 받은 활성화 장치로 줄기세포 및 성장인자들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활성도가 높아질수록 줄기세포의 조직재생능력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말기 퇴행성관절염은 인공관절수술이 최선이지만 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가 중기 관절염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