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관계기관 및 지자체가 참여하는 방역 회의를 개최하여 방역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 10월 19일 충남 서산 한우 농장에서 럼피스킨(LSD·Lumpy skin disease)이 발생한 이후 총 107건의 확진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20일 경북 예천에서의 확인이 마지막으로 추가 발생은 없는 상황이다. 유럽 사례를 보면 그리스는 2015년 발생한 이후 3년간 지속 발생하였고, 이른 시간에 종식한 불가리아, 세르비아도 첫 발생 후 약 4개월간 지속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초기에 안정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발생 초기에는 럼피스킨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발생 농장에서 사육하는 모든 소를 살처분했다. 그러나 11월 13일부터 럼피스킨에 걸린 소만 살처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현재까지 총 8곳 농가에서 선별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처음 유입됐을 때 발생 시·군의 모든 양돈농장에서 살처분한 것과 비교하면, 럼피스킨은 초동 방역이 안정적으로 진행돼 농장 피해를 최소화했다.

럼피스킨은 원래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으나 2012년 중동 전역으로 확산했고, 2013년 튀르키예를 통해 그리스·불가리아 등 남·동유럽으로 퍼졌다. 이후 2019년 중국에서 최초 보고됐고, 이듬해 네팔·베트남·대만 등 아시아로 퍼졌다. 농식품부는 중국·대만 등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함에 따라 2021년부터 국내 농장 예찰을 시작했고, 지난해 54만두 분량의 긴급 백신을 비축했다. 올해 7월에는 긴급행동지침(SOP)을 마련하고,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교육·홍보를 적극 추진하는 등 럼피스킨 발생에 대한 사전대비를 시행했다.

올해 10월 충남 서산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한 즉시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를 구성해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하였다. 고위 당정협의회를 실시하고 행정안전부는 신속하게 특별교부세를 지자체에 내주었으며, 질병관리청은 모기 등 매개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럼피스킨 특성에 따라 방제에 힘을 보탰다.

◇사전 백신 준비, 2주 만에 접종 완료

국제적으로 럼피스킨의 확산을 막고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안은 신속한 백신접종으로 통용된다. 최초 발생 후 전체 소를 대상으로 80% 이상 백신을 접종한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등에선 4~5개월 만에 럼피스킨 종식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럼피스킨 백신을 미리 비축했지만, 약 400만두에 달하는 전국 모든 소에 백신을 접종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백신을 새로 생산해 도입할 경우 4개월 이상 소요된다.

10월 28일 정황근(오른쪽) 장관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럼피스킨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중수본은 긴급한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타 국가 주문생산 계약분 60만두분을 국내로 먼저 공급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188만두분은 표시사항 부착, 포장과정 등에 따라 11월 중순쯤에야 공급 가능했지만, 해당 정부에 협조 요청해 제조사가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여, 신속하게 국내로 도입했다. 이런 노력으로 10월 31일까지 전국 모든 소의 백신접종에 필요한 400만두분의 백신을 국내로 도입했다.

백신 접종도 신속하게 추진됐다. 2016년 럼피스킨이 발생했던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백신접종을 완료하는 데에 3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중수본은 신속한 접종을 위해 백신 도착 이전에 931개 반, 2065명의 인원을 편성하고 지자체별로 백신접종 계획을 수립했다. 백신을 스스로 접종해야 하는 50두 이상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올바른 피하주사 접종요령 등에 관한 리플릿을 제작하고, 동영상 자료도 만들어 홈페이지·유튜브·페이스북 등을 통해 배포했다. 또한 수의사회 등의 협조로 자가 접종이 어려운 농가(고령·노약자 등)에 대해 수의사가 무상으로 접종을 지원하고, 신속한 백신접종 완료를 위해 일부 반려동물 병원 수의사들이 생업을 잠시 중단하고 럼피스킨 백신접종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통상 대부분의 국가가 2~3개월 걸리는 백신접종을 약 2주 만에 끝내는 성과를 이루었다.

◇적극적인 홍보로 한우 소비 위축 막아

중수본은 방역조치뿐만 아니라 한우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국내 첫 럼피스킨 발생으로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었으나, 축산농가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했다.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 점, 감염된 소는 식품 유통망에 유입되지 않는 점 등을 브리핑하고, 카드뉴스·동영상·자막뉴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또한 럼피스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해 럼피스킨병이라는 명칭을 럼피스킨으로 재정리했다. 이를 통해 11월 첫째 주 국내 한우 소비량(하나로마트 66개소 매출액 기준)은 럼피스킨 발생 직전인 10월 셋째 주의 99%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수의가 럼피스킨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중수본 관계자는 “관계기관, 지자체, 축산농가, 수의사 등의 노력으로 국내 첫 발생한 럼피스킨을 큰 피해 없이 안정화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아직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계속 발생하여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럼피스킨 방역 과정에서 드러난 개선 과제를 어떻게 추진할지를 내년 초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수본은 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럼피스킨과 마찬가지로 신속한 대응을 통해 가금농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