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두에는 국내 최초 더블트롤리(Double Trolley) 방식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도입됐다. 원격운전 방식의 해상 측 트롤리와 자동운전 방식의 육상 측 트롤리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해 하역 효율이 높다. /해양수산부 제공

화물 이송의 전 과정을 완전 자동화한 국내 최초 항만이 본격 가동된다. ‘완전 자동화 항만’은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하역부터 장치장으로 옮기는 이송 및 적치 작업까지 모두 무인(無人)으로 이루어지는 부두이다.

싱글트롤리(Single Trolley) 크레인은 한 번에 하나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다.

◇국내 첫 ‘완전 자동화 항만’ 개장… ‘하역 능력’ 향상 전망

국내 첫 ‘완전 자동화 항만’인 부산항 신항 7부두(이하 7부두)가 지난 5일 개장했다. 해양수산부(장관 강도형)는 지난 5일 오후 7부두에서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 개장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박형준 부산광역시장·박완수 경상남도지사·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등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향후 7부두는 총 3단계에 걸쳐 조성이 이뤄진다. 이번에 개장한 ‘2~5단계 컨테이너 부두’는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급 3개 선석(船席)으로 구성된다. ▲면적 84만㎡ ▲안벽 길이 1050m ▲수심 20m 규모다. 또 5만t급 컨테이너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接岸)하고, 세계 최대 수준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박도 안정적으로 댈 수 있다. 2~5단계 컨테이너 부두의 개장으로 부산항 연간 화물 처리 능력은 195만TEU가량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 2만t급 1개 선석인 ‘피더부두’가 개장하고, 2027년에 5만t급 2개 선석인 ‘2~6단계 부두’까지 완공되면 총 354만TEU의 화물처리 능력이 확충된다. 이에 따라 부산항의 연간 하역 능력(일정 시간에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표준처리 능력)도 17% 증가할 전망이다.

무인 이송 장비인 AGV는 지면에 매설된 센서를 따라 자율주행해 신속하고 유연한 이송 작업이 가능하다.

◇더블트롤리 크레인·AGV 도입…항만 전 영역 완전 자동화

7부두에는 국내 최초 더블트롤리(Double Trolley) 방식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도입됐다. 기존의 싱글트롤리(Single Trolley) 크레인은 한 번에 하나의 컨테이너만 처리할 수 있다. 더블트롤리 크레인은 원격운전 방식의 해상 측 트롤리(1st Trolley)와 자동운전 방식의 육상 측 트롤리(2nd Trolley)가 크레인 중앙부의 라싱 플랫폼(Lashing Platform)을 매개로 동시에 움직인다. 더블트롤리 크레인은 2개의 트롤리가 동시에 작업하는 만큼 싱글트롤리 크레인보다 하역 효율이 훨씬 높다.

또 컨테이너 무인 이송 장비(AGV·Automated Guided Vehicle)가 국내 최초 도입됐다. AGV는 운전자가 탑승해야 하는 야드 트랙터를 대체한다. AGV는 입력된 센서 정보에 따라 지정된 장소를 자율주행한다. ‘전진’과 ‘후진’은 물론 ‘S자 이동’도 가능해 야드 트랙터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다. 또 AGV는 배터리 잔여 전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알아서 충전시설을 찾아가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항만 전 영역에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된다. 선박(해양)과 화물차(육상) 사이의 선석→이송→야드로 이어지는 ‘컨테이너 하역 작업’ 일체가 원격화 및 자동화되는 것이다.

완전 자동화 항만은 인명 사고 발생 가능성을 대폭 낮추고, 시간·날씨·조명 등에 관계없이 작업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하역 장비를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로 가동해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 개선 효과도 크다. 또 작업자의 숙련도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화물처리가 가능하다. 스마트 기술 기반으로 작업할 수 있어 생산성도 최대 20%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할 수 있어 부산항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야드 트랙터는 운전자가 탑승해 항만에서 컨테이너 같은 무거운 물건과 장비를 운반한다.

◇해양수산부 ‘스마트 항만’ 확대…국내 항만 산업 활성화

7부두에는 3400억원 규모의 국산 스마트 항만 장비가 도입됐다. 국산 장비는 115기 가운데 98기에 달한다. 국산화 비율은 85% 수준으로 그동안 침체됐던 ‘국내 항만 장비 산업의 재도약’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만 장비 산업은 2012년 이후 2019년까지 7년간 국산 신규 컨테이너 크레인 발주 실적이 전무(全無)했다.

해양수산부는 단계적으로 ‘스마트 항만’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항만 경쟁력 제고와 국산 항만 장비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다. 우선 신규 개발 예정인 인천 신항과 광양항에 완전 자동화 장비를 도입한다. 기존 항만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현대화 펀드를 조성해 항만 장비의 스마트화를 추진한다. 이어 2025년까지 3149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하고, 2027년부터 기술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 구축 및 운영에 들어간다. 해양수산부의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스마트 항만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2032년 완공 예정인 진해신항 1단계 부두에 1조7000억원 규모의 국산 스마트 항만 장비를 도입해 국내 장비 시장 규모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