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의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대구·광주 간의 우호를 뜻하는 ‘달빛동맹’ 강화와 더불어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사업의 성공을 위해 광주시와 힘을 합치자는 취지였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대구 군 공항(K-2) 및 국제공항 이전부지 등을 각종 개발 규제에서 자유로운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평소 “규제 프리존을 담은 TK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려면, 광주공항 이전을 추진 중인 광주시와 대구시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북 의성군 비안면과 대구 군위군 소보면 일대에 조성될 대구경북 신공항 조감도. /그래픽=백형선

◇50조 경제효과 기대되는 TK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은 14조원을 투입해 2030년을 목표로 현재 대구시 동구에 있는 대구국제공항과 군공항(K-2)을 대구 외곽인 군위군 소보면·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로 확장 이전하는 사업이다. 기존에 대구에선 동구 주민들이 군공항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심하다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공항으로 인해 114.32㎢(3458만여 평) 규모 부지가 고도 제한에 걸리면서 지역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저출생 고령화 등으로 지역 소멸 위기를 겪던 대구 외곽 기초지자체들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이전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각종 사회 기반 시설 조성 등을 통해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며 이전을 반겼다.

이에 지난 2014년 대구시가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다. 6년 후인 2020년 8월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과 의성군 등의 마라톤 협상 끝에 최종 부지가 선정됐다. 지난해 4월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TK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군 공항 부지를 매각 또는 활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신공항 건설 비용으로 메꾸는 ‘기부 대 양여 방식’에서 생길 수 있는 차액 전액을 국비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신공항 건설을 국가가 보증한다는 뜻이다. 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종전 부지에 대한 특별구역 지정 등도 포함됐다.

대구경북신공항 조성에 대한 기대 효과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0년 대구경북연구원은 신공항 건설시 경제 효과는 50조 상당, 일자리 창출 효과는 4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공항 주변 지역은 첨단 물류 및 산업단지, 친환경 에어시티 등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신공항으로 가기 위한 도로와 철도 역시 대구와 경북 곳곳에 확충될 예정이다. 구미~군위고속도로, 대구~성주고속도로,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시는 최근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고 신공항 사업 참여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토지 이용 계획을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신공항 사업에 참여하는 공기업 및 민간기업에 대해선 향후 대구시가 발주하는 28조원 규모 개발사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우대할 예정이다.

올해 6월과 9월엔 2차례에 걸쳐 TK신공항 특별법 개정안도 제출할 방침이다. 특별법을 보완해 사업을 순조롭게 시행하기 위해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공항 이전 사업을 대구시가 민간에 위탁해 추진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는 개정안과, 공항 후적지(종전부지)개발을 위한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이 광주를 찾아 협력을 구한 이유다.

◇공항 이전부지는 글로벌 관광지로

대구시는 ‘New K-2 글로벌 신성장 도시’ 계획을 통해 동구의 공항 이전 부지 698만㎡(211만평)를 관광·의료·산업 등 6개 구획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부지의 주거 기능을 줄이고 관광과 산업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업비 4.5조원이 투입된다. 공항 이전 부지 개발 계획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싱가포르의 도시 개발 사례를 참조했다. 민선 8기 시정 과제인 ‘24시간 (도시가)잠들지 않는 두바이 방식 개발’도 적용됐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3일 시청 산격청사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구시 제공

먼저 부지 중심부 139만㎡(42만평)는 ‘글로벌 관광 밸리’가 들어선다. 이곳엔 수성못 1.5배 크기인 24만㎡ 규모의 인공호수와 함께 팔공산 형상을 본뜬 100층 높이 복합 쇼핑몰(35만㎡)인 ‘그랜드 쇼핑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대형 쇼핑공간과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카지노 등과 7성급 호텔 등을 구축해 ‘두바이 다운타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를 넘는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지 북동쪽엔 의료 지구인 ‘메디컬 헬스케어 밸리’가 99만㎡(3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AI와 로봇을 기반으로 노령층을 위한 의료·보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AI 시니어 타운 클러스터’도 이곳에 지어진다.

부지 남동쪽엔 반도체와 UAM(도심항공교통), 로봇 산업 등 첨단 기업을 유치하고 조세 감면 등 기업 지원 정책이 이뤄지는 ‘미래산업 밸리’가 152만㎡(46만평) 규모로 구축된다. 이곳엔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해 대구를 로봇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부지 남쪽에는 104만㎡(31만평) 규모의 ‘소호·베니스 문화 밸리’ 조성이 예정돼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와 싱가포르 클락키처럼 수변 공간과 함께 문화·여가 복합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곳에는 ‘메타버스 클러스터’가 조성돼 각종 디지털 콘텐츠와 K-컬쳐 특화 공간이 될 예정이다.

부지 서쪽엔 97만㎡(30만평)의 ‘디지털 전환 밸리’와 ‘인큐베이팅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AI·ICT 등 디지털 산업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하 공간은 스마트팜과 데이터 센터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인큐베이팅 클러스터엔 창업 공간이 지원된다.

국내외 우수 연구 인력을 유치하는 107만㎡(32만평)의 ‘글로벌 창의인재 밸리’는 부지 서북쪽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제학교와 글로벌 캠퍼스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에듀 클러스터’도 이곳에 조성된다. 공항 이전 부지에 입주하는 기업에도 투자보조금을 늘려서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공항 이전 부지와 별도로 주변 개발제한구역 330만㎡(100만평)를 배후 지원단지로 개발해 주거단지를 확보하고 사업 효과를 높일 방침이다. 아파트 물량 공급 역시 이전 부지와 주변 지역에 집중할 예정이다. 공항 이전 부지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6000만명 수준의 관광객을 확보하고 6만명 상당의 고용유발효과, 3000명 규모의 연구 인력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추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항 이전 부지는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관광 도시가 될 것”이라며 “첨단 산업 유치를 통해 대구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