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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강국이지만 작은 내수 시장의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의 생산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필수 과제였다.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트윈·협동로봇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팩토리(자동화 공장)’가 본격 도입되고 있다. 국내 산업의 근간 역할을 해온 철강, 중공업,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 기업들 역시 제품 기획, 생산, 출하 등 모든 단계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거나 확대해 산업의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포스코 직원이 광양제철소 고로에서 설비 점검 임무에 투입된 4족 보행 로봇을 원격 조종하며 테스트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등대 공장’ ‘스마트 플랜트’로 진화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스마트 팩토리 가운데 선도적 시설을 ‘등대 공장’으로 선정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의 본보기 역할을 하는 공장이다. 철강 기업 포스코는 2019년 국내 최초로 등대 공장으로 선정됐다. 50년간 축적된 현장 데이터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고효율 공정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1200도짜리 열풍이 오가는 제철소 현장에서 사람 대신 설비를 점검할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했다. 이전에는 사람이 화상이나 가스 중독 위험에 대비해 가며 육안으로 수시 점검해야 했는데, 현재는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하고 사무실에서 원격 제어하면서 세밀한 영상 자료를 모아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SK울산CLX 현장 근로자들이 증강현실(AR) 기기를 활용해 향후 설치할 임시 가설물 물량을 파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스마트플랜트’ 개념을 도입했다. 일반 제조업의 스마트 팩토리와 다르게 석유화학 산업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전환 개념이다. 작년부터 AI와 디지털 전환(DX) 기술을 접목해 개선한 ‘스마트 플랜트 2.0′은 반복 업무와 공정 시동·정지 작업에서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공정 자동 제어(APC) 기술에 AI를 도입해 제어 수준을 높였다. 설비 관리 분야에서도 진동과 온도 데이터 기반으로 고장 예측 설루션(Solution) 을 구축해 사고를 방지하고, 드론을 활용한 설비 검사도 병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관련 기술 고도화를 위해 AI·DX 분야 전문가를 별도로 양성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업 지형에 변화

HD 현대는 선박 건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미래 첨단 조선소(Future of Shipyard·FOS)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FOS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증강 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구현된 미래형 조선소다. 데이터 플랫폼에서 선박 건조 빅데이터가 전송되면, 이를 AI가 학습해 인력·자재·제품·설비 등 공정 관리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최적 조선소 운용 조건을 도출한다. 생산성 30% 향상, 공기 30% 단축이 목표다

두산그룹은 스마트 팩토리에 필수 설비인 ‘협동 로봇’을 만드는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사람의 ‘팔(arm)’ 형태인 협동 로봇은 작업자 바로 옆에서 함께 일하는 로봇으로, 대규모 설비 변경 없이도 자동화 공정을 도입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 로봇 생산 기업 중 가장 많은 모델 라인업 13개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 해외 생산 거점도 일찍부터 스마트 팩토리화에 속도를 냈다. 주력 상품인 스판덱스 공장에 2018년부터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원료 수입부터 생산, 출하까지 생산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품질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동국씨엠 부산 공장에 설치된 자동 운송 설비. 천장 쪽 무인 크레인이 코일을 내려주면, 아래 있는 자율 주행차가 이동하며 필요한 곳으로 옮겨준다. /동국제강그룹 제공

◇“美·日 등 주도하는 스마트 설루션 기술도 경쟁해야”

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제조업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설루션 경쟁력은 해결 과제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설루션을 자체적으로 구축하지 못하면 후발 주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 발전 정도에 따라 글로벌 제조업 경쟁 지형도 변화할 것”이라며 “독일, 일본 같은 기술 선진국과 중국, 인도 같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스마트 팩토리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정부도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2027년까지 ‘디지털 제조 혁신 고도화 기업’ 5000곳을 육성하고, 민간·지역 주도로 중소 제조 업체 2만곳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