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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은 글로벌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성장’에 대한 꿈을 놓지 않으며 끊임 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발빠르게 감지해 유망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세계 각 지역 구석구석을 ‘신 시장’으로 삼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인공지능(AI)과 AI 반도체 산업이다. 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기술 패권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력을 펴고 있다. 기존 IT 기업뿐 아니라, 전통 제조 기업들도 AI를 접목해 기존 사업을 한 차원 도약시키려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AI가 자리 잡은 모습이다.

◇AI로 혁신 돌파구 찾는다

삼성전자는 AI 기술 구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사업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은 올해 하반기 생산 1라인을 완공하고,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테일러 공장 가동을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고성능 컴퓨팅, 차량, 소비자용 등 다양한 응용처로 수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한국 평택 3라인에서도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 파운드리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전체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통합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 해 5억대에 달하는 B2C 제품(스마트폰·가전·노트북 등)을 판매하는데, 고객들이 편안하게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고 기능도 개인마다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를 필두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특히 기기 자체에 AI 기능이 탑재된 ‘온디바이스(내장형) AI 스마트폰’이 향후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보다 고성능·고효율의 플래시 메모리인 ‘ZUFS 4.0′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장시간 사용 환경에서 스마트폰 앱 실행 시간을 기존 대비 약 45% 향상하고, 제품 수명도 40%가량 늘렸다. SK하이닉스의 ZUFS 4.0은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가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스마트폰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 참가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 모습./삼성전자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작년 11월 울산 EV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SK하이닉스가 공동 개발에 성공한 스마트폰 온디바이스(내장형) 인공지능(AI)용 플래시 메모리 ‘ZUFS 4.0’./SK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전동화,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율 주행, 로보틱스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SDV 분야에서는 이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AI와 접목,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물류, 도시 운영 체계까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는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 전략도 추진한다.

GS그룹은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사장단이 모두 참여하는 ‘AI 디지털 협의체’를 매 분기 개최하고, 생성형 AI와 관련해 그룹사 임직원이 응용 프로그램과 업무 개선 프로젝트 경험을 나누고 자율적으로 교류 협력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한다.

◇해외에서 새 먹거리 찾는다

세계의 미개척 시장은 기업 성장의 원천이다. 롯데는 아시아·유럽·미주·오세아니아·중동·아프리카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많은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일찍부터 진출한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더 존재감을 높이는 한편,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북미 시장도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지난 1월 인도에 첫 번째 해외 생산 기지를 만들고,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점하고, 롯데이노베이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공장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그룹은 주력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철강 사업 부문에서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경제 블록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차전지 부문에서는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기회로 삼아 더 유리한 고지에서 자원을 확보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기체·엔진·부품을 정비하는 MRO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 3월 인천 영종도에 대한항공 신 엔진 정비 공장’을 새로 짓고, 항공기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 정비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로 나가 정비를 받는 국내 타 항공사들의 수요를 국내에서 충족해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