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에이프 캠프(APE CAMP)’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2023년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A등급(우수)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처 산하 40개 공공기관·단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평가 결과였다. 전년도에 대한 경영 평가는 해마다 이맘때 이뤄진다. 예술위 관계자는 “4년 연속 상위 우수 등급을 받았다”며 “예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여러 노력이 호평으로 이어졌다”고 27일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는 탁월(S), 우수(A), 양호(B) 등 6개 등급으로 나뉜다.

◇청년예술가·기술전문가 100명, 2박 3일간 ‘에이프 캠프’에서 호흡

예술위는 문화예술 분야 ‘융복합 인재 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학과 시각예술(미술), 연극·뮤지컬, 무용, 음악, 전통예술(국악·한국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기술 전문가 만남의 가교 역할을 한다. 예술위 주선으로 3년 동안 만39세 이하 청년 예술가와 청년 기술 전문가 수백명이 소통의 장에서 만나고 있다. 이들은 2박 3일간 한 장소에서 숙식하며 영감을 얻고 친분을 다지며 창의적인 협업 작품을 만들어 낸다. 최근 세 번째 행사를 열었다. 올해는 외국인 예술가 20명이 처음 합류했다. 전체 참가자 100명 중 20명이 외국인이었다.

예술위는 지난 19~22일 3박 4일간 ‘3회 에이프 캠프(APE CAMP)’와 ‘예술기술 융합 국제 콘퍼런스(학술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19일 첫날 학술회의에 이어 20일부터 2박 3일간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본 행사인 에이프 캠프를 진행했다.

예술위가 2022년 처음 선보인 에이프 캠프는 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Artist)와 연극·음악·미술 기획자(Producer), 기술 개발자(Engineer) 등이 교감하는 자리다. 예술과 기술 아이디어를 나누는 ‘협업의 장’이다. 참가자는 주최 측이 제시하는 공동 과업 두 가지와 개인 과업 한 가지를 수행한다. 분야별 참가자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따 ‘유인원(APE)’이라 이름 지었다.

에이프 캠프 참가자들이 협동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AI로 방언 번역하자” 이색 아이디어 나와

올해는 한국을 포함, 독일·미국·싱가포르·멕시코·말라위·잠비아 등 16국이 참가했다. 외국인 20명을 포함한 100명은 5인 1조로 활동했다. 외국인 1명이 반드시 참가한 20개조가 구성된 것이다. 이들은 한식과 양식 여섯 끼를 함께 했다. 숙박은 2명이 같은 방에서 했다. 숙식비 전액은 예술위가 지원했다. 한 참가자는 “생소한 분야의 예술가 등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방언을 번역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게임 개발자와 문학작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베트남 음악감독, 미디어 전문가 등 5명이 이룬 조는 공동 과제 진행 도중 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지방 문화와 언어를 AI가 학습하고 이를 활용하면 여러 지역 사람들이 오해와 편견을 깨고 더 밀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등 전문가는 참가자 100명의 활동을 평가해 최종 상위 20여명을 뽑는다. 이들은 독일과 캐나다(퀘백),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국에서 일주일간 문화예술 분야 연수 기회를 얻는다. 신다영 예술위 예술인재양성팀 과장은 “참가자는 융복합 아이디어와 인맥이 확장하는 경험을 했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와 연계해 더 많은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에이프 캠프 참가자들이 조를 이뤄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내년 5월 서울서 ‘문화예술 세계총회’ 첫 개최

앞서 예술위는 내년 5월 서울에서 ‘10차 문화예술 세계총회’를 개최한다고 올해 1월 말 발표했다. 문화예술 세계총회는 ‘국제 예술위원회·문화기관 연합(IFACCA)’이 정회원 기관과 협력해 추진하는 2년 주기 국제행사다. 2006년 IFACCA 회원국에 가입한 한국이 세계총회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문화는 물론 예술 산업과 관련 분야의 주요 정책 입안자, 정부 대표자 등 정상급 인사와 석학, 예술가가 참석해 문화정책을 공유하고 최신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 90국 예술위원회 대표와 석학, 예술가 등 400여명이 방한할 예정이다.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은 “문화 선진국 등과 머리를 맞대고 세계적인 문화예술 지식을 공동 생산하고 그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위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1973년 개원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화부가 없었던 1970·80년대 우리나라 문화 진흥을 선도한 기관이다. 2005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기관명이 변경됐다. 공연·미술·문학·음악 등 한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 본관이 서울에서 전남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우수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는 나라가 최근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세계적으로 우수한 한국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

배우고 싶다는 다른 국가 문화계 인사들 많아”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66)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위원장은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며 “K팝도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을 통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는 다른 국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많다”며 “우리는 과거 국제 사회의 문화예술 원조에 의존했는데, 이제 반대로 도와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청년 예술가와 청년 기술 전문가가 협업하는 ‘에이프 캠프(APE CAMP)’가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청년 예술가와 기술 전문가가 최근 서울에서 2박 3일간 만났다. 외국인 20명도 처음 초청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중요하다. 융합을 시도하는 한편 기술과 정보의 격차도 줄여야 한다. 내년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청년 예술가와 기술 전문가를 더 많이 초대할 계획이다.”

-에이프 캠프 성과는 뭔가.

“뛰어난 융복합 아이디어와 글로벌 네트워킹 구축이다. 해외 출장 때마다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인한다. 한국은 이제 다른 나라를 돕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 에이프 캠프에서 엮어가는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문화예술의 힘이 부족한 나라는 우리의 역량으로 후원하겠다.”

-내년 한국이 처음 문화예술 세계총회를 개최한다는데.

“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예술위원회·문화기관 연합(IFACCA) 총회에 참석했다. 세계 문화 강국이 된 한국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는 나라가 많았다. 기술 발달로 인한 격차, 특히 정보 불균형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 해결 방안 모색이 세계 문화예술계의 화두가 됐다. 이 주제로 다음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만장일치로 서울이 개최지로 결정됐다. 한국의 문화예술 정책을 소개하고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화예술 분야의 도전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

-예술위 역할이 궁금하다.

“일회성 사업 시대는 끝났다. 학생 지원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이후 청년 도약사업 지원을 받도록 하는 등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광역·기초단체까지 문화재단이 갖춰져 전국에 141개 문화재단이 있다.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지역이 직접 지원을 하고, 예술위는 전국적인 지원과 세계화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