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SK하이닉스의 플래시 메모리 생산 기지인 M15 전경. 최근 공동 개발에 성공한 온디바이스(내장형) 인공지능(AI)용 플래시 메모리 'ZUFS 4.0'을 3분기부터 M15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제공

SK그룹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연구개발(R&D) 혁신으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SK온의 리튬메탈 배터리용 고분자 전해질과 SK하이닉스의 플래시 메모리 ‘ZUFS 4.0′이 대표적인 R&D 결과물이다.

SK온은 상온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용 고분자 전해질(SIPE)’ 공동 개발에 성공했다. 고(故) 굿 이너프 텍사스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룬 성과다. 고체 배터리 성능 개선에 기여하고, 나아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고분자 전해질은 가격이 저렴하고 제조가 용이해 차세대 고체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산화물계, 황화물계에 비해 이온 전도도가 낮아 70~80°C 고온에서만 구동되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SIPE는 이온전도도와 리튬 이온 운반율을 개선해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고분자 전해질 대비 상온 이온 전도도를 약 10배까지 끌어올렸고, 리튬 이온 운반율 역시 5배 가까이 늘렸다.

이에 배터리 출력 및 충전 성능도 향상됐다. 고체 전해질은 이온 전도도가 낮아 고속 충전 시 방전 용량 저하가 두드러지는데 이를 최소화한 것이다. 고체 전해질 계면 안정성을 높여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덴드라이트는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때 음극 표면에 쌓이는 가지 모양의 결정체로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또한 SIPE는 높은 기계적 내구성을 갖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SK온 관계자는 “SIPE는 열적 안전성이 우수해 250℃ 이상 고온에도 견딜 수 있다”며 “차세대 복합계 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경우 충전 속도와 저온 성능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달에는 모바일 온디바이스(내장형) AI용 플래시 메모리인 ‘ZUFS 4.0′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ZUFS는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 제품으로 기존의 UFS보다 데이터 관리와 효율이 향상된 제품이다. 유사한 특성을 갖는 데이터를 동일한 구역에 저장하고 관리해 운용 시스템과 저장 장치 간의 데이터 전송을 최적화하는 특징이 있다.

ZUFS는 스마트폰 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데이터별 특성에 따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장시간 사용 환경에서 스마트폰 앱 실행 시간을 기존 UFS 대비 약 45% 향상시켰다. 또 저장 장치의 읽기 및 쓰기 성능이 저하되는 정도가 UFS 대비 4배 이상 개선됐고, 제품 수명도 약 40% 늘어났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분기부터 ZUFS 4.0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양산 제품은 향후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을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기기 자체에 AI 기능이 탑재된 폰)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