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본병원 박영식 병원장이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하면 환자의 무릎 정보를 정확히 계측해 계획한대로 수술이 가능하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무릎 아픈데… 나중에 인공관절 해야 하는 거 아냐?”

중년들 사이에서 흔히 오고 가는 말이다. 고령화로 인해 퇴행성관절염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 실제로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연간 400만 명을 넘어섰고, 인공관절 수술 환자 수도 4년 새(2015∼2019년) 37%나 증가했다. 퇴행성관절염은 노화, 비만, 또는 무리한 관절 사용으로 연골이 손상되거나 뼈, 인대 등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마찰로 인한 극심한 통증은 물론, 거동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퇴행성관절염 치료법은 초기, 중기, 말기에 따라 다르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중기에는 연골재생술과 휜다리 교정술로 치료한다. 이를 통해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되면 인공관절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사실 인공관절 수술은 절개, 수술 후 통증, 긴 재활기간 등 때문에 그동안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여러 수술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과정이 상상 이상으로 발전했다. 20년 전만 해도 수술받은 환자들은 당일 밤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최근엔 마취기법도 좋아지고, 수술 부위에 진통제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도입되면서 수술 후 2∼3일간의 극심한 통증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가끔 수술이 잘못되면 뻗정다리가 되어서 잘 안 구부러진다는 이야기들이 치료를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수술 방법이 발전했음에도 왜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걸까? 성공적인 인공관절 수술을 좌우하는 건 무엇인지 알아봤다.

로봇 이용한 정확한 인공관절 삽입

인공관절은 연골손상이 심해진 관절표면을 깎아내고 특수 합금으로 만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법이다. 연세본병원 박영식 병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며 “하나는 인공관절을 제 위치에 정확히 삽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선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법이 현존하는 가장 발전된 방법이다. 연세본병원도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최대 장점은 사전에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박 병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 전 3D CT 촬영 영상으로 환자의 무릎 정보를 얻는다”며 “이를 바탕으로 로봇 컴퓨터를 이용해 무릎 관절의 절삭 부위를 정확하게 계산, 관절 모양과 각도 등을 미리 측정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절삭 범위를 측정했다. 이젠 로봇 프로그램의 센서를 통해 훨씬 정밀한 계측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집도의가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수술을 계획하고, 그대로 실현하는 게 가능해졌다.

박영식 병원장은 “사람마다 뼈 모양, 인대 길이 등이 달라, 인공관절 수술 시 연부조직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본병원 제공

관절 간격 맞춰야… 의료진 역량 중요

두 번째 중요한 것은 균일한 관절 간격을 맞추는 것이다. 박영식 병원장은 “인공관절 수술 후 통증과 뻗정다리 부작용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관절의 간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리를 폈을 때와 구부렸을 때의 관절 간격이 같아야 걸을 때 안정감이 있고 완전히 잘 구부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정상 무릎에서는 무릎뼈에 맞춰 정확히 인공관절을 삽입만 하면 관절 간격을 거의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 말기까지 진행된 무릎은 인대와 힘줄, 관절 막에 변형이 발생해서 관절 간격을 맞추는 것이 매우 힘들다. 좋은 수술 기기뿐 아니라, 수술 집도의의 임상경험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뼈만 맞추는 인공관절 수술을 넘어서, 사람마다 다른 인대와 힘줄의 상태까지 정확히 체크해 완벽한 무릎 균형을 이루게 하는 건 의료진의 역할이다. 박 병원장은 “특히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한국인은 무릎 안쪽 연골이 닳아 이를 지탱하기 위해 내측 인대는 짧아지고 외측 인대는 늘어난 경우가 흔하다”며 “연부조직의 불균형까지 해결하는 수술이 진행돼야 수술 후 최상의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무릎관절의 굴곡이 예전만큼 회복되며, 통증도 적고, 인공관절의 수명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의 여러 수술법은 뼈를 중심으로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방법이지, 인대나 힘줄의 상태를 확인하고 고려하는 방법들은 아니었다. 박 병원장은 내비게이션, 3D프린터를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법 등 모든 기술을 경험했고,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모든 수술법의 문제점을 체득했다. 그래서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 뼈에 잘 맞춰 삽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대와 근육 같은 연부조직 균형을 맞춰 수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만성질환자도 가능한 무수혈수술

최근에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최소절개, 국소마취 등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만성질환자 역시 수술이 대부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거동이 편하고 잘 움직일 수 있어야 질환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수술 전후 충분한 검사와 철저한 감염 예방조치는 필수다. 박영식 병원장은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수술 전후 약제 조절, 혈당 및 혈압 체크 등을 통해 안전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며 “시스템을 통해 철저한 감염 예방 조치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로봇을 이용해 오차 없는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짐에 따라 절개 부위가 크지 않아 무수혈 인공관절 수술도 가능해졌다. 심근경색이나 관상동맥질환이 있어 지혈제를 사용하기 힘든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무수혈수술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박 병원장은 “환자 입장에서 수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고, 이를 통해 체계적인 진료시스템을 갖춘 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술 전 내과 검진 단계부터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법, 무수혈수술, 감염관리 등 전 과정의 개선된 시스템들은 결국 빠른 회복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박 병원장은 “문제없이 수술이 잘되면 인공관절은 20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며 “수술 후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수영이나 자전거, 걷기 등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