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는 지난 2022년 80억명을 돌파했다. 사상 처음으로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인구 ‘천만 도시’도 30개를 넘어섰다. 50년 전인 1972년에는 지구에 38억명이 있었다. 당시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는 32개에 불과했다. 한세기 전의 세계 인구는 18억명이었는데 ‘백만 도시’는 찾기 어려웠다. 지난 100년을 보면 인구는 50년마다 두 배쯤 늘었고 대도시는 엄청나게 많아졌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T모델을 처음 출시했던 때가 1908년이다. T는 1500만대 이상 팔렸는데 미국의 보통 근로자가 2개월치 임금을 모으면 T를 살 수 있었으니 대단한 혁신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대중화될수록 도시 교외는 자족 기능이 다소 부족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베드타운은 인류가 그동안 만들고 살아온 도시와는 전혀 다른 ‘집만 있는 도시’다. 수천년 동안 인간은 이런 유형의 도시를 만든 적이 없었다. 말이나 마차는 동서양 구분없이 극소수만 탈 수 있었고 보행 위주의 아담한 도시에는 집, 시장, 학교, 사무소, 궁궐 등이 섞여 있었다.

도시가 커지자 1916년 미국 뉴욕에는 용도지역제라는 것이 생겼다. 주택은 주택끼리, 오피스는 오피스끼리 모여있는 도시로 구획했으며 기능에 따라 토지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베드타운에 거주하면서 도시에 출근했고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분리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도 그런 도시를 만들어 왔다. 도시에 인구가 몰리면 사유지를 강제수용하고 그린벨트는 수시로 밀어버리는 쉬운 방법으로 도시를 확장시켰다. 사람들은 베드타운에 살면서 매일 2~3시간을 길 위에 버리게 됐다. 앞으로 100년도 그렇게 살아야할까?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50년 전, 100년 전과 전혀 다른 인구 구조 속에서 살아야 한다. 3대 대가족이 함께 살던 100년 전이나 5인 가구가 표준이던 50년 전과 다르게 이제는 1~2인 가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재택근무까지 늘면서 용도지역제의 실효성이 떨어진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비수도권은 쇠퇴를 넘어 소멸 위기다. 공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쇠퇴해 가는 도시에 대형 구조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랜드마크가 사람들을 유입시킨다는 믿음 때문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가마솥을 만들었던 사례도 있다.

쇠퇴하고 있는 도시에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도시를 줄여서 사람들이 모여사는 콤팩트시티로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 수도권 도시는 체형을 교정해야 한다. 쇠퇴는 면하겠지만 이대로 가면 체지방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 비정상 체형이다. 이용률이 낮은 공간들과 기능을 통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큰 도시, 자동차 중심 도시, 베드타운을 만들어 왔다. 앞으로 100년은 그렇게 갈 수 없다. 콤팩트시티로 체질 개선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