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로 손꼽히는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167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높이 35m, 최대 둘레 16.27m에 달한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만추에 접어들 때면 황금빛으로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원주시 제공

올 여름 유난히 뜨겁고 길었던 여름이 물러가고 사방에 가을 빛이 완연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울긋불긋 물든 산들은 찬란한 자태를 뽐내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금빛의 비를 쏟아낸다. 이 아름다운 가을의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로 여행을 떠나보자.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산과 강, 그리고 고즈넉한 골짜기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은 우리를 감싸 안으며 오감을 깨우는 여정을 선사한다.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가을 축제는 원주로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노랗게 물들어 더욱 돋보이는 은행나무는 특별한 가을의 멋을 선사한다. 황금색 ‘잎비’가 쏟아지는 풍경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엔 천연기념물 제 167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은 짧게는 800년, 길게는 1000년 정도로 추정되며, 깊은 역사와 함께 나무가 품고 있는 우아한 자태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은행나무의 높이는 아파트 11층 높이와 맞먹는 35m에 이른다. 최대 둘레는 16.27m로 성인 남성 10명이 두 팔을 크게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가지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넓게 퍼져 웅장한 느낌을 준다.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만추에 접어들 때면 은행 잎이 노랗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이 같은 황홀경은 1년에 단 2주만 허락되며, 이 기간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 아래에서 이른바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몰려든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두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품고 있다. 나무 속에 흰 뱀이 살고 있어 지금까지도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라는 전설이다. 또 하나는 가을에 단풍이 일시에 들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을 갖고 있다.

큰 덩치를 자랑하는 만큼 반계리 은행나무는 사방에서 보는 느낌이 각기 다르다. 이 때문에 꼭 나무 주변을 한 바퀴 둘러봐야 그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24 가을단풍 여행 지도’에도 수록됐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카카오모빌리티는 가을 단풍철을 맞아 전국에서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27곳을 소개했으며,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와 경기 광주 화담숲, 충북 단양 보발재 전망대, 충남 서천 신성리 갈대밭, 전북 무주 적상산, 제주 새별오름 등이 단풍 핫플레이스로 꼽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원주시 관계자는 “전국에 많은 단풍 명소가 있지만, 반계리 은행나무가 단풍 명소 중 단연 최고”라며 “단풍이 절정에 다다르면 거대한 나무가 마치 노란 구름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원주시는 반계리 은행나무를 활용한 관광 명소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공원 주차장과 진입로 개설, 은행나무 광장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공원 주차장 공사는 지난 5월 마무리됐다. 170개면 규모의 주차장이 새롭게 조성돼 고질적인 교통혼잡이 올해부터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진입도로와 은행나무 광장 조성은 내년 완공이 목표다. 원주시는 은행나무 광장 조성을 통해 반계리 은행나무 일원을 가을 뿐 아니라 사계절 누구나 편하게 찾는 관광 명소로 꾸밀 계획이다.

반계리 은행나무 보호를 위한 소화설비와 보안시설도 강화할 예정이다.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진화할 수 있는 자율형 화재 초동 진압용 소화 설비가 구축되며 낙뢰 피해 방지를 위한 피뢰침과 가로등형 블랙박스도 설치된다.

다음달 1일엔 반계리 은행나무 일원에서 ‘2024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사물놀이, 국악공연, 클래식 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해 반계리 은행나무의 아름다움이 담긴 사진 및 그림 전시회와 느린우체통 엽서보내기, 캘리그래피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반계리 은행나무는 원주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은행나무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명소화 사업으로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꾸밀 계획”이라며 “은행잎이 황금비처럼 쏟아지는 반계리 은행나무를 찾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