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구촌 스포츠는 코로나를 딛고 다시 돌아온 관중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시작해 카타르 월드컵으로 끝난 올해 스포츠계에선 각본 없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각자 종목에서 ‘열연’하며 돌아온 팬들을 반겼다.
◇새로운 스타, 아일린 구
2022년은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됐다. 코로나 방역의 하나로 외부와 차단된 폐쇄 루프에서 열린 대회였지만, 선수들의 투지는 막을 수 없었다. 최고 스타는 스키 선수 아일린 구(19·중국)였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3년 전 중국 국적을 얻은 그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금2(하프파이프·빅에어), 은1(슬로프스타일)을 목에 걸며 개최국인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덕분에 광고 모델료로 400억원 넘게 버는 등 세계적 스타로 자리 잡았다.
가장 큰 대회 이슈는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도핑 스캔들이었다. 그는 대회 초반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리 프로그램을 모두 뛰어 러시아의 금메달에 일조했지만, 단체전 직후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발각됐다. 러시아는 도핑 발각에도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밀어붙였고, 발리예바는 개인전에서 점프 실수 연발로 최종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27·미국)은 5종목에 나서고도 ‘노 메달’로 체면을 구겼다.
◇활짝 열린 관중석
관중과 함께 맞이한 2021-2022시즌. 각 종목 스타들이 팬들을 환영하듯 새 역사를 썼다.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와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는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기념비적 기록을 세웠다. 저지는 2022 시즌 62호 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투타 겸업 오타니는 15승에 34홈런(95타점)이라는 ‘두 자리 승수-30홈런’을 MLB 사상 처음 달성했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살아있는 전설’ 쿼터백 톰 브래디(45·탬파베이 버커니어스)는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역대 최초로 통산 10만 패싱야드를 돌파했다. 지난달 7일 LA 램스와 치른 정규 시즌 9주 차 홈경기에서 280야드를 더하며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통산 10만116야드로 10만야드를 넘어섰다. 브래디는 “그저 팀 승리에만 집중했다. 기록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뜨거운 안녕
지난 9월 ‘테니스의 황제’라는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35년 여정을 마쳤다. 특유의 간결하고도 우아한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페더러는 “지난 3년은 부상과 싸우는 시간이었다. 몸을 끌어올리려 노력했으나 몸의 한계를 느꼈다. 나는 41세이고, 커리어를 마감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2003년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윔블던, 프랑스 오픈, US 오픈)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2018년 호주 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총 20번 따냈다.
같은 시기 여자 테니스를 제패했던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도 코트를 떠났다 백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테니스에서 최강자로 우뚝 선 윌리엄스는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보이며 “이건 행복의 눈물이다. 지금까지 ‘세리나, 파이팅!’이라고 말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US오픈은 소셜미디어에 “그대는 울고 있지만, 우린 울지 않을 것”이라는 작별 인사를 건넸다.
42년 동안 미국 듀크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마이크 시셉스키(75) 감독도 지난 4월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그는 미국 대학 농구 디비전1 최다승 기록인 1129승과 함께 토너먼트 5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미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던 앨버트 푸홀스(42)도 22년 MLB 생활을 마무리했다. 개인 통산 703홈런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MLB는 “푸홀스가 위대한 서사시를 마무리했다. 그는 MLB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 중 한 명이었다”고 추켜세웠다.
◇화룡점정 해낸 메시
축구 월드컵 사상 처음 겨울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는 7경기에서 7골 3도움이라는 경이로운 활약과 함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5번 도전 끝에 월드컵 우승을 이루면서 본인 경력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췄다. 그는 발롱도르를 수상하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올림픽, 월드컵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첫 선수가 됐다.
반면 메시와 함께 지난 10년 축구계를 양분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는 초라한 결과를 남겼다. 조별 리그 첫 경기 가나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무난한 출발을 하는 듯했지만, 최악의 경기력으로 16강전부터는 교체로 투입됐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팀의 8강 탈락을 지켜봤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둘 중 누가 더 나은 선수냐는 질문에 이전까지는 답을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메시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의 ‘더 선’ 역시 “논쟁은 끝났다”며 호날두가 메시에게 왕관을 선물하는 합성 사진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