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이던 연장 13회말 2사 만루. LG 2번타자 신민재가 때린 타구가 내야를 넘어 외야로 넘어갔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시작된 이후 최장 이닝, 4시간58분에 걸친 긴 혈투를 끝내는 순간이었다.

LG는 작년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키움을 만나 1승3패를 당하며 가을 야구를 끝냈다. 올해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선 달랐다. LG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키움을 4대3으로 누르면서 키움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LG는 오는 4일 잠실에서 정규시즌 3위 두산과의 준PO 1차전을 치른다.

LG는 2-2로 맞선 연장 13회에 1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곧바로 반격하며 끝내기 승부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이형종이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1사후 김민성이 안타를 치며 1사 1·3루. 다음타자 유강남이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됐을 때 LG 팬들의 탄식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세찬 바람이 일었다. 대주자 정근우가 2루를 훔치며 만든 2사2·3루에서 이천웅이 때린 타구가 유격수쪽 깊은 곳으로 향했다. 키움 유격수 김하성이 어렵게 잡아냈지만,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그사이 3루주자 이형종이 홈으로 들어오며 3-3 동점이 됐다. LG는 홍창기의 고의 볼넷으로 잡은 만루에서 타석에 선 신민재가 키움 김태훈으로부터 끝내기 안타를 뽑아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LG가 잡았다. 1회 채은성의 솔로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채은성은 1회말 2사 후 타석에 나서 키움 선발 투수 제이크 브리검의 시속 148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비거리 128.6m)을 넘겼다. 작년 키움과의 준PO 3차전에서도 키움 이승호를 상대로 1점 홈런을 쳤던 채은성은 이날 자신의 통산 포스트시즌 두 번째 홈런을 신고했다.

LG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는 4회 1사까지 삼진 6개를 잡으며 10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하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하지만 서건창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준 후 이정후에게 좌전 적시타까지 맞아 1-1 동점을 허용했다.

LG는 7회 초 키움 4번 타자 박병호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1-2로 역전당했으나 곧이은 7회말 동점을 만들었다. 안타 2개와 몸에 맞는 볼로 맞은 2사 만루에서 홍창기가 키움 두 번째 투수 안우진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다.

켈리는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7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을 10개나 잡으면서 2015년부터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그는 작년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6과 3분의 2이닝 1실점 3탈삼진으로 승리를 따냈다.

작년 준우승팀 키움의 올해 가을 야구는 단 1경기 만에 끝났다. 키움은 9월 중순까지 1위 NC와 승차 없이 2위를 할 정도로 선두 경쟁을 벌였다. 9월 16일 이후 15승17패(승률 0.469)로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하며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손혁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