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승 후보를 이겼다고 해서 우승한 건 아니지 않나. 이제 16강(3회전)일 뿐이다."

18일 목동야구장.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3회전 진출에 성공한 마산고 고윤성 감독(41)은 밝은 표정 속에서도 들뜬 눈치는 아니었다.

마산고는 이날 부산고에 5대2 승리를 거두고 3회전에 진출했다. 1회전에서 이마트배 우승팀이자 대회 우승후보 덕수고에 11대4, 6회 콜드승을 거두는 이변을 만들었던 마산고는 이날도 KBO리그 2024 신인 드래프트 상위픽이 예상되는 선수들이 즐비한 부산고를 상대로 시종일관 리드를 지키며 승리를 거뒀다. 고 감독은 "주변에서 이번 대회 대진을 두고 '힘들다'고 했는데, 좋은 경기 속에 결과를 내서 일단 기분은 좋다"면서도 "우승 후보를 이겼다고 해서 우승한 건 아니지 않나. 이제 16강이니 준비를 잘 해서 기세를 이어가게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산고는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상권 A권역 전반기 준우승, 후반기 우승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내로라 하는 강호 사이에서 크게 주목 받는 팀은 아니었다. 1회전부터 전국구 강호 덕수고를 만났고, 2회전에서도 지역 강호이자 명문팀으로 꼽히는 부산고를 상대했다. 하지만 마산고는 1회전 콜드승에 이어 2회전에서도 짜임새 있는 경기력으로 잇달아 승리를 만들었다.
고 감독은 "두 팀이 앞선 대회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한 터라 약간 느슨한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더운 날씨 속에 처지는 감도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이 적재적소에서 좋은 플레이를 해줬고, 좋은 집중력을 보여준 게 승리 요인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1942년 창단한 마산고는 그동안 감사용 전준호 등 많은 KBO리거를 배출했다. 그러나 전국 대회에서 두드러지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지역 라이벌 마산용마고에 비해 덜 부각되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고 감독 부임 이후인 2021년 협회장기에서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황금사자기 4강에 오르는 등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고 감독은 "학교 지원이나 시설 등 모든 부분이 개선된 게 크다"며 "선수들도 이기는 경기를 계속 하다 보니 승리에 좀 더 익숙해지는 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야구는 팀 플레이다. 모든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항상 운동장에서 학생다움을 지키고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이런 감독-코치의 지도를 잘 따라주는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덕수고를 이겼을 때 많은 축하를 받았다. 주변에선 이변이라고 했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며 "이제 3회전에 올라간 만큼, 준비를 잘 해서 남은 경기도 이길 수 있게끔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목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