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화 마운드의 왼손 갈증이 해소될 것 같다.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장충고 좌완 황준서(18)를 지명한 데 이어 3년차 1라운더 좌완 김기중(21)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마운드 좌우 밸런스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한화는 지난 14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고민하지 않고 황준서를 지명했다. U-18 야구 월드컵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우완 김택연(인천고)이 5연투 포함 7이닝 완봉승으로 괴력을 뽐내며 주가를 올렸지만 한화는 초지일관 황준서만 바라봤다.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를 지낸 황준서의 기량도 좋지만 팀 내 좌완 투수가 부족한 영향도 있었다. 2020년대 들어 문동주, 김서현, 남지민, 한승주, 박준영 등 상위 지명으로 우완 유망주들을 상당수 확보했지만 좌완 투수는 많지 않았다. 올해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 중인 20대 좌완은 김범수가 유일하다. 좌우 가리지 않고 잘 던지는 게 우선이지만 팀 구성상 좌우 밸런스를 맞춰야 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전략적으로 좌완 투수 지명에 포커스를 맞췄다. 상황에 따라 1~3라운드 모두 좌완 투수 지명 가능성까지 열어놓을 정도였다. 3라운드에선 내야수(정안석)를 뽑았지만 1라운드 황준서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194cm 장신의 장충고 스리쿼터 좌완 조동욱을 뽑으며 계획대로 지명을 마쳤다.

여기에 기존 좌완 유망주 김기중도 시즌 막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일 고척 키움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5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19일 대전 SSG전에도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146km, 평균 143km 직구(30개) 외에 슬라이더(31개), 커브(14개), 체인지업(8개) 등 변화구를 고르게 구사했다. 크게 벗어나는 공 없이 안정된 제구로 상하좌우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높은 커브와 낮은 슬라이더 등 허를 찌르는 변화구로 루킹 삼진 3개를 잡아냈고, 과감하게 직구를 던져 뺏어낸 헛스윙 삼진도 3개였다.

3회 2사 2루에서 최정을 몸쪽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게 백미. 6회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김기중은 불펜 난조로 승리를 놓쳤지만 2경기 연속 선발로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내년 시즌 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지난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김기중은 첫 해 선발 2승을 거두며 잠재력을 보였다. 지난해 시즌 전 팔꿈치 통증으로 밸런스가 무너져 2군에 오래 있었지만 올해는 불펜으로 시작해 선발로 다시 육성 과정을 밟고 있다. 186cm 큰 키의 오버핸드 투수로 위에서 내리꽂는 각이 좋다. 슬라이더에 느린 커브를 장착해 선발투수로서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약점이던 제구 불안도 최근 2경기에선 볼 수 없었다.

신인 최대어 황준서가 전체 1순위로 들어온 게 같은 좌완 김기중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황준서를 데려가 즉시 전력감으로서 가능성을 본다. 당장 선발 후보가 될 수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좋은 선수가 들어왔다. 140km 중반 이상 던지는데 제구도 있고, 좋은 투구폼을 가졌다”며 “기존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봐야 한다. 비슷하다고 치면 (좌완이라는 점이)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김기중에게도 해당한다.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김기중이 전혀 밀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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