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눈에 확 튀는 성적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상승 그래프를 그려온 한화 투수 김범수(28)가 내년에는 어느새 10년차가 된다. 이제 상한가 한 번 칠 때가 됐다. 스스로도 ‘목숨 걸고’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이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좌완 투수 김범수는 2년차였던 2016년 평균자책점 9.53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까지 7년 연속 평균자책점을 계속 낮췄다. 2017년 8.71, 2018년 5.77, 2019년 5.68, 2020년 5.24, 2021년 5.22, 2022년 4.36에 이어 올해 4.19로 3점대에 가까워졌다.

최근 2년 연속 크고 작은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게 무엇보다 의미 있다. 지난해 리그 최다 78경기를 던지며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27홀드 기록을 세웠고, 올해도 리그 두 번째 많은 76경기(62⅓이닝)에서 5승5패1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4.19로 한화 불펜을 든든히 지켰다.

김범수는 “아프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한 군데도 아프지 않은 게 가장 큰 성과였다. 쉴 때 잘 쉬고, 잘 자고 웨이트를 빼먹지 않고 1년 내내 하면서 피로를 극복했다”면서도 “작년 그 자리에 머무른 느낌이 든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박승민 코치님과도 내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기 한 달 전 무렵부터 피칭 디자인에 능한 박승민 투수코치와 내년 준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김범수는 “공은 좋은데 탁 치고 나오지 못하는 것을 나도, 코치님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공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자세하게 밝힐 수 없지만 로케이션 활용 등이 방법이 될 듯하다.

김범수는 가진 게 많은 투수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7.3km로 KBO리그 좌완 투수 중 가장 빠르다. 좌타자에 특히 위력적인 슬라이더의 움직임도 날카롭다. 데뷔 초부터 약점이었던 커맨드도 어느 정도 향상됐다. 불펜에서 수많은 위기 상황을 맞닥뜨리며 경험을 쌓고, 멘탈도 좋아졌다. 기복을 줄이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리그 톱클래스 불펜이 될 만한 자질이 충분하다.

매년 꾸준한 상승 폭을 보인 만큼 이제는 크게 튀어오를 때가 됐다. 앞으로 2시즌 더 1군 등록일수를 채우면 데뷔 첫 FA 자격도 얻는다. 김범수는 “내년과 후년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FA도 있지만 요즘은 다른 것(다년 계약)도 있다. 내년이 야구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해라는 생각으로 모든 포커스를 맞추겠다”며 “내년이면 10년차다. 목숨 걸어야죠”라는 말로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만약 내년에 김범수가 확실하게 스텝업한다면 FA를 1년 앞두고 비FA 다년 계약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스스로 그런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김범수는 “내년에는 시즌 개막(3월23일)이 일주일 빨라진다. 다른 해보다 스프링캠프 기간도 짧아질 것이고, 빨리 움직여서 준비해야 한다. 지금 마무리캠프 때부터 코치님과 얘기한 것을 시도해보려 한다. 내년 가서 시작하면 늦다”며 서둘렀다.

또한 김범수는 “올해도 많은 경기에 나갔지만 제대로 못 보여준 게 많았다. 70경기에 나간다면 60경기 정도는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 제가 던질 때 보는 걸 힘들어하시는 팬분들도 많은데 저도 그렇고 팀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매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하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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