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3-4로 패배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는 승부였다. 경기 후 준우승팀으로 시상식을 마친 뒤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은 팀별로, 개인별로 그라운드에 삼삼오오 모여 기념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하지만 정해영, 이의리, 최지민 등 KIA 소속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때 김도영(20)은 없었다. 대신 김도영의 유니폼이 함께했다. 10회초 이닝 종료 후 10회말 대수비 나승엽으로 교체돼 경기에 빠진 김도영은 경기 직후 트레이너와 함께 치료를 위해 덕아웃 뒤를 빠져나갔다. 표정이 무척 어두웠는데 단순히 경기를 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 10회초 주루 플레이 중 부상으로 손가락을 다친 것이었다.

20일 귀국 후 CT 및 MRI 검진을 실시했는데 왼손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 22일 인대 봉합수술을 받는 김도영은 재활 기간만 약 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더욱 아쉽다.

이날 2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한 김도영은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다. 1회 첫 타석 삼진으로 물러난 뒤 3회 희생번트 때 상대 1루수 마키 슈고의 실책으로 1루에 나갔다. 이어 노시환의 좌중간 2루타에 빠른 발로 단숨에 홈까지 들어와 득점을 올렸다.

4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7회 1사 2루 찬스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김도영은 10회 무사 1,2루 승부치기에서 요시무라 코지로 상대로 초구에 번트 동작을 취했다. 아쉽게 파울이 된 뒤 2구째 바깥쪽 높은 직구에 번트를 대려다가 배트를 뒤로 뺐다. 존을 벗어난 공처럼 보였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김도영이 더욱 쫓겼다.

3구째 떨어지는 포크볼을 건드렸지만 유격수 쪽으로 향하는 땅볼이 됐다. 6-4-3 병살타.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며 혼신의 전력 질주를 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원심 그대로 아웃 처리됐다. 통증이 심했을 텐데 1루에서 양팔을 벌려 세이프를 외칠 정도로 경기에 몰입해 있었다.

김도영의 병살타로 2사 3루가 됐지만 한국은 다음 타자 윤동희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냈다. 그러나 10회말 2점을 내주면서 3-4로 역전패, 김도영의 번트 실패와 병살타가 더 아쉽게 남았다. 한일전 패배만으로도 가슴 아픈데 부상까지 당했으니 김도영으로선 우울한 시즌 마무리였다.

김도영의 올 시즌은 부상으로 시작해 부상으로 끝났다. 개막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4월2일 문학 SSG전에서 4회 주루 플레이 중 3루를 밟고 턴하는 과정에서 왼쪽 중족골이 부러지는 바람에 핀 고정술을 받고 재활해야 했다. 6월23일 복귀까지 두 달 반 넘게 공백기를 가졌다.

부상 복귀 후 김도영은 자신이 왜 슈퍼 유망주인지 보여줬다. 84경기 타율 3할3리(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72득점 25도루 OPS .824로 맹타를 휘두르며 KIA 타선을 이끌었다. APBC 대표팀으로 첫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4경기 모두 선발 3루수로 뛰었다.

1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으로 타격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임팩트가 있었다. 예선 호주전에서 8회 동점의 발판이 된 2루타에 이어 10회 승부치기 때 수비에서 글러브를 맞고 튄 타구에 얼굴을 맞고도 침착하게 더블 플레이로 엮었다. 공수에서 한국의 첫 승을 이끌며 국제 무대에서도 스타성이 빛났다. 스스로 “될 놈은 된다고 한다. 그게 바로 나”라고 자신감도 표출했다.

그러나 대회 마지막 날 부상으로 아쉽게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치르고 있는 김종국 KIA 감독도 “아직 경험이 없고 어려서인지 뛰면서 강약 조절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번트 실패 후 병살을 막아보려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금지시켰는데 안타깝다”며 “재활이 빨리 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