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아 새 사령탑에 선임된 이범호 1군 타격 코치./김영근 기자

프로야구 KIA 새 사령탑에 이범호(43) 1군 타격 코치가 선임됐다.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총액 9억원 조건이다. KIA는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종국 전 감독을 경질한 지 보름 만인 13일 후임 감독을 발표했다. 이 신임 감독은 1981년생. 한국 프로야구 역대 첫 1980년대생 감독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과 이승엽 두산 감독이 1976년생으로 그다음 어리다. 이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 자리를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전 감독 후임으로 누가 올지는 야구계 관심사였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범(54) 전 LG 코치부터 선동열(61) 전 감독, 김원형(52) 전 SSG 감독 등 외부 인사와 이범호·진갑용(50) 등 KIA 코치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적잖은 팬들은 이종범 코치가 돌아오는 걸 보고 싶어했고, 실제 구단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지난 9일 내부 인사 승격으로 결론을 지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새 감독을 찾는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더 많은 후보를 고민했겠지만, 개막에 임박해서 감독을 찾는 특수한 상황이었다”며 “현재 선수단를 잘 알고,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IA는 10일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을 지도하고 있는 이범호 감독과 화상 면접을 진행했고, 12일 밤 선임 사실을 통보했다.

그래픽=양인성

이 감독은 화상 면접에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겠다” “선수들과 소통을 위해 항상 감독실 문을 열어놓겠다” 등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수년간 이어진 성적 부진, 전임 감독 비위 등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압박감 있는 상황을 즐긴다. 선수 시절부터 만루에 타석에 들어서는 게 좋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17개로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최다 만루홈런 기록 보유자다.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선 두산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내 KIA에 우승을 안겼다.

이 감독은 타이거즈 ‘순혈’ 혹은 KIA 연고지 호남 출신은 아니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2000년 한화에서 프로 데뷔해 2009년까지 뛰었다.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진출했다가 2011년 한국에 돌아온 때부터 2019년 은퇴 때까지 KIA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 통산 2001경기에 나서 타율 0.271, 329홈런, 1127타점을 기록했다.

그래픽=양인성

KIA는 이 감독을 현역 은퇴 때부터 ‘차기 지도자감’으로 키워왔다. 은퇴하자마자 미국에 지도자 연수를 보내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구단 스카우트(2020년)를 거쳐 2군 총괄 (2021년), 1군 타격 코치(2022~2023년) 등을 맡겼다. 그는 지난달 말 열렸던 구단 전력 강화 회의에서 각종 데이터 분석을 통한 팀 발전 방안을 제안해 심 단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당시 올 시즌 도입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에 대응하기 위해 타격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KIA 타선이 6월만 되면 왜 부진하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외부 후보군들은 접촉하지 않았고, 내부에서도 이 감독만 유일하게 면접을 진행했다. KIA는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엔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 모두 와일드카드전에서 탈락했다. 이 감독은 “임기 내에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