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기자] KIA 타이거즈가 우승한 마지막 한국시리즈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냈던 이범호 감독이 이제는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KIA는 13일 “제11대 감독으로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에 계약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종국 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나며 진갑용 수석코치가 스프링캠프 훈련을 이끌고 있던 KIA는 마침내 혼란을 수습할 감독을 찾았다.

지난해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올해 다시 한 번 가을야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내걸었지만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도 전에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구단의 후원 기업 중 하나가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게 돈을 건낸 정황을 포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종국 전 감독의 비위 사실을 인지한 KIA는 지난달 28일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29일 결국 김종국 전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30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여전히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하루 앞두고 감독이 사라진 선수단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양현종, 나성범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선수단은 하나로 모였다. 나성범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스프링캠프가 시작했으니까 야구에 집중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수밖에 없지만 선수들이 너무 고개를 숙이고 침울한 것보다는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양현종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지금은 스프링캠프에 집중해야하는 시간이다. (나)성범이도 선수들에게 씩씩하게 하자고 주문했다.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무거운 분위기에도 자신이 생각했던 각오나 목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스프링캠프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KIA는 폭넓게 후보를 두고 새로운 감독을 물색했다. 선동열 전 감독, 이종범 전 코치 등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외부인사들도 거론이 됐지만 결국 그동안 팀에서 선수들을 지켜봐 온 이범호 코치가 선수단을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범호 감독은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라고 강조한 KIA는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라고 이범호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밝혔다.

이범호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자리를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가도록 하겠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라며 감독을 맡은 각오를 이야기했다.

스프링캠프 직전 초대형 악재가 터지기는 했지만 KIA의 올 시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강팀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73승 2무 69패를 기록해 5위 두산(74승 2무 68패)과는 단 1게임차밖에 나지 않았다. 리그 득점 2위(726)에 올랐을 정도로 강력한 타선을 과시했지만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시즌 막판 나성범, 최형우, 박찬호, 최원준 등 핵심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아쉬웠다.

KIA는 지난해 발목을 잡았던 외국인투수들을 모두 교체했다. 윌 크로우(100만 달러)와 제임스 네일(70만 달러)을 영입하며 선발진 강화를 모색했다. 2년 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총액 120만 달러(약 16억원)에 재계약했다. 내부 FA 김선빈(3년 총액 30억원)과 고종욱(2년 총액 5억원)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고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을 총액 1억2000만원에 데려오면서 강력한 타선을 그대로 유지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보면 외국인투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범호 감독은 현역 시절 거포 3루수로 이름을 날렸다. KBO리그 통산 2001경기 타율 2할7푼1리(6370타수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 OPS .847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한화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2011년 KIA로 이적해 현역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찬스에 강해 ‘만루의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KIA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도 KIA가 3승 1패로 앞선 5차전 결정적인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KIA의 11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이제는 KIA의 새로운 감독으로 구단 역대 12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다시 한 번 KIA 왕조를 건설한다는 중책을 맡은 이범호 감독은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서 맡겨 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