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리그 개막(23일)을 앞두고 시범 경기 중인 올 시즌 프로야구 최대 화제는 ‘피치 클록(pitch clock)’이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투구, 타격 준비 등에 시간제한을 두는 제도. 투수는 주자 없을 때 18초 이내, 주자 있을 때 23초 이내에 투구를 해야 하고 타자는 피치 클록 종료 8초 전까지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전반기까지 시범 운영한 뒤 정식 도입 여부를 정할 예정인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꼭 필요한 제도” “시기상조” 의견이 갈린다.

지난 10일 KIA와 NC 시범 경기에서 피치 클록이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치 클록 제도에서 이를 위반하면 스트라이크나 볼 페널티가 주어진다. 투수 주자 견제 횟수도 3회로 제한된다. 위반하면 보크다. 현재 시범 운영 기간엔 페널티 없이 구두 경고만 주어지는데 아직 익숙지 않다. 시범 경기 첫 사흘(9~11일)간 15경기에서 총 76차례 피치 클록 위반이 나왔다. 경기당 5번으로 지난해 이를 도입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평균(2.2회)을 크게 웃돈다.

팀마다 입장은 다르다. LG, 삼성, NC 등은 적극 찬성하는 반면, KT, SSG, 롯데 등은 반대다. 작전 야구를 즐기는 팀은 찬성하고 투수력에 의존하는 팀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염경엽 LG 감독은 “빠른 경기 진행은 야구에 꼭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부상 우려도 있다”고 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야구에서 견제 횟수가 제한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염경엽 감독은 “수비를 마치고 곧바로 타석에 들어서는 포수는 타격 준비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LG 포수 박동원이 9일 시범 경기에서 해당 상황에서 타격 준비를 늦게 해 경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KBO는 “포수 장비 착용·해제 등 상황에 따라 피치 클록을 재설정할 권한이 심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MLB에서 쓰는 ‘피치컴’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자 장비로 최 감독은 “피치컴 없이 피치 클록을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준비를 제대로 해놓고 한 시즌이라도 2군에서 해보고 보완해야 하는데 급하게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MLB에서 먼저 피치 클록을 경험한 류현진도 “주자가 있을 때는 피치컴이 없으면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KBO는 “피치컴을 도입하긴 하는데 국내 전파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해서 2개월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