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0회초 1사 만루 삼성 김영웅 적시타 때 득점한 김현준이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4.03.23

KT가 못한 건가, 삼성이 잘한 건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패한 KT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4.03.23

가장 막강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래서 홈 개막 2연전 결과가 충격적이다.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4.03.23

KT 위즈가 개막 2연전을 모두 졌다. 삼성 라이온즈의, 15년 만의 개막 2연승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T 마무리 박영현이 10회초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강판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4.03.23

자존심이 구겨졌다. KT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와 함께 가장 막강한 우승 후보로 지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전력이 거의 유지됐다. 마무리 김재윤이 삼성으로 FA 이적을 했지만 대체자 박영현이 있었다. 박영현이 빠진 필승조는 들어갈 수 있는 선수가 너무 많아 이강철 감독이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였다.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수들이 김지찬을 반기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4.03.23

반대로 삼성은 김재윤, 임창민을 영입하고 오승환을 지키며 뒷문 단속을 했지만, 외국인 선발들과 야수 전력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삼성을 5강 안정권 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1약'으로 지목받는 키움 히어로즈가 있어, 최하위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KT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초반 부진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KT는 지난해 중반까지 꼴찌였지만, 기적의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는 그런 아픔 없이 처음부터 상위권에서 치고 나가겠다는 각오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KT가 못한 걸까, 아니면 삼성이 잘한 걸까. 2가지가 다 결합된 2연전이다.

먼저 KT. KT는 두터운 불펜이 리그 최상이라고 했지만, 불안 요소가 있었다. 새 마무리 박영현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인 듯 했다. 시범경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서울시리즈'를 위해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마무리에 대한 부담도 느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걱정이 첫 경기에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연장 승부에서 박영현이 무너지자, KT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구위가 작년과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프로 데뷔 후 2년 동안 많이 던지긴 던졌다. 컨디션이 저하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즌이기는 하다. 이 감독의 시즌 초반 큰 숙제가 될 수 있다. 중요했던 개막전에서 에이스를 내고, 마무리 붕괴로 지니 2차전에는 여파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삼성이 잘한 것도 중요하다. 먼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외국인 선발 듀오가 진짜 경기에서 힘을 내준 게 가장 큰 동력이다. 개막전 코너 시볼드 6이닝 2실점(1자책점), 2차전 대니 레예스 6이닝 1실점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코너의 경우 'ABS 맞춤형 투수'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교한 제구가 돋보였다. 레예스는 변화구 구사와 경기 운영이 뛰어난 선수임을 입증했다. 두 사람이 KT전과 같은 투구만 계속 해준다면 삼성의 돌풍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타선도 뭔가 가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한 느낌을 준다. 김지찬의 중견수 이동으로 김지찬-김성윤 두 단신 테이블세터가 가동되는데 말그대로 '기똥찬' 플레이를 해준다. 특히 2차전의 경우 김지찬이 2안타 1볼넷, 김성윤이 3안타를 치며 밥상을 차려주자 중심 타자들이 맛있게 타점을 먹는 이상적인 야구가 실현됐다. 박진만 감독의 "작전을 낼 필요가 없을 정도"라는 말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신바람' 야구의 정석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